화제를 모으고 있는 tvN 금토드라마 <미생>

화제를 모으고 있는 tvN 금토드라마 <미생> ⓒ CJ E&M


tvN 드라마 <미생>이 지난 금요일 첫 방송을 했다. 1회 평균 시청률 1.7%(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기준), 2회 평균 시청률 2.5%를 기록하며, 연기자들의 시청률 공약의 조건인 3%가 곧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드라마로서는 시청자뿐만 아니라, 언론에서도 호평을 받고 있다. 현재까지도 많은 리뷰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윤태호 작가의 웹툰 <미생>의 드라마 제작 이야기가 나올 때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있던 것이 사실이다. 웹툰 특성상 영상으로 그 느낌을 살리기 힘들고, 오히려 도움은커녕 원작에 누를 끼칠 수 있으니 차라리 만들지 말자는 팬들도 있었다.

윤태호 작가의 전작 <이끼> 또한 많은 관심과 기대 속에 영화화 되었지만 웹툰의 실사를 접한 팬들의 만족과 달리, 웹툰을 보지 않은 대부분의 관객들은 스토리를 이해하기 힘들었다는 평이 많았다. 이는 제작 시에 웹툰을 이미 본 팬들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만큼 이미 다 알고 있는 내용으로 이야기를 끌어 간다는 것은 많은 부담을 준다. 게다가 막장이 인기를 끌고 있는 드라마 시장의 트렌드와 달리, 일상적이고 디테일하고 잔잔한 내용의 에피소드가, 주인공 장그래 시점에서 내레이션으로 진행되는 부분이 많았기 때문에 과연 어떻게 드라마화 될지 관심을 모았다.

인기 웹툰 원작과 아이돌 주연의 우려를 깨다

한 무역회사에서 일어나는 일상의 잔잔한 에피소드로, 드라마가 자칫 '너무 다큐멘터리같지 않을까'하는 우려와 달리, tvN <미생> 첫 회는 원작에는 아직 없는 요르단 에피소드로 화려하게 문을 열었다.

"길이란 걷는 것이 아니라 걸으면서 나아가기 위한 것이다. 나아가지 못하는 길은 길이 아니다. 길은 모두에게 열려있지만 모두가 그 길을 가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는 장그래(임시완 분)의 내레이션으로 이야기가 시작 되었다. 원작의 주요 내레이션은 살리고, 인물의 성격은 추가 에피소드로 더욱 사실적으로 살아 움직였다.

장그래의 착한 성격은 김동식(김대명 분) 대리와의 옥상 장면에서 김동식이 던져 버리고 간 담배꽁초를 자연스럽게 손으로 집어 쓰레기 통에 버리는 모습에서 묘사했고, 안영이(강소라 분)가 무거운 원단을 운반하는 것을 도와주려는 장백기(강하늘 분)의 도움을 거절하는 모습에서 원작의 장황한 과거 회상 분량이 필요 없이 안영이의 모습을 고스란히 이어 받았다.

웹툰과 달리 영상으로 짧게 풀어갈 수 있는 드라마의 장점을 살려, 스토리가 더 빠르게 진행되어 몰입감을 더 높혔다. 특히 장백기는 웹툰에서 그저 장그래의 젠틀한 경쟁자, 아니 자칫 찌질한 캐릭터로 오해받았던 것과 달리, 장그래에 대한 미묘한 적대감을 넣어 원작보다 더 공감을 일으키며 입체적으로 살아 났다.

시청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특히 원작을 보지 못한 시청자들까지 배우들의 연기력을 칭찬했다. 배우들이 연기를 하는 것이 아닌 실제 어느 회사 사무실을 훔쳐보는 듯한 착각을 하게 했다는 평가도 있었다.

선과 악의 이분법을 벗어난 평범한 우리 이야기가 통했다

tvN <미생> 장그래(임시완 분)는 우리시대 청춘을 대변한다.

▲ tvN <미생> 장그래(임시완 분)는 우리시대 청춘을 대변한다. ⓒ CJ E&M


웹툰 원작은 윤태호 작가의 전직을 의심하게 할 만큼 디테일한 에피소드로 공감을 샀었다. 보통 드라마에서는 원한에 맺혀 복수를 꿈꾸거나 권력을 얻기 위해 악행을 일삼아 시청자로부터 퇴치해야 할 대상, 공분의 대상이 되는 '공공의 적' 캐릭터가 꼭 있곤 했다. 내편이 아닌 상대편이 등장하여 편을 나눠 싸우는 구도로 시청자의 분노를 일으키고 이를 해소시켜주는 과정이 있는 것.

반면 <미생>은 '우리 모두는 미생(아직 살아있지 못한 자)이다'라는 관점에서 어느 캐릭터 하나 내편이 아닌 반대편, 분노의 대상으로 만들기 쉽지 않다. 우리도 장그래이고, 김동식이며, 오상식(이성민 분)이다. 문서보안 실수를 저지른 장그래에게 기합을 주는 김동식에 공감하고, 자기를 감시하라고 꽂아 놓은 것 같은 '전무님 낙하산' 장그래에게 나가라고 소리지르는 오상식을 이해한다.

주인공 장그래는 출생의 비밀을 간직한 회장님 아들도 아니고, 드라마에서 흔한 의사나 변호사 등 전문직 종사자도 아니며, 여자 주인공을 도와줄 수 있는 실장님도 아니다. 다른 사람의 마음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초능력자도 아니고, 다른 별에서 온 외계인은 더더욱 아니다. 그렇다고 최고가 되겠다는 꿈이 큰 인물도 아니다.

지금 막 꿈을 잃은, 극 중 김동식의 표현대로 '요즘 보기 드문 청년'으로 흔한 스팩 하나 없고, 고졸 검정고시 출신으로 컴퓨터활용능력 자격증이 전부인, 그렇지만 노력만큼은 "질과 양이 다른 '세빠시' 신상" 신입 인턴 사원이다.

아픈 게 정상이라고, 모두가 아픈 것이라고 위로 하는 요즘, "그럼 너무 아프니까, 그래서 난 그냥 열심히 하지 않은 편이어야 한다. 난 열심히 하지 않아서 세상으로 나온 것이다. 난 열심히 하지 않아서 버려진 것뿐이다"라고 위로하는 장그래는 꿈을 잃고 방황하는 우리 시대 청춘의 자화상이다.

2회 에피소드에서 '혼자 하는 일이 아니다'라는 것을 배운 장그래의 성장 과정이 앞으로 기대되는 이유는 바로 우리 모습이기 때문일 것이다. 남녀간의 기적적인 '사랑의 힘'으로 엄청난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거나 한 맺힌 원한으로 복수를 꿈꾸는 주인공이 아닌 특별하지 않아서 더 특별한 드라마 <미생>의 주인공들은 나 자신이며, 나의 동생이며, 언니 오빠인, 그저 생존을 위해 분투하는 평범한 그들의 이야기이기에 우리는 더욱 응원하며 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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