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미생> 
낙하산 인턴 '장그래'역의 임시완과 워커홀릭 '오상식'역의 이성민

드라마 <미생> 낙하산 인턴 '장그래'역의 임시완과 워커홀릭 '오상식'역의 이성민 ⓒ CJ E&M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음악은 MP3가 아닌 CD로, 영화는 컴퓨터 모니터가 아닌 스크린으로, 만화는 웹툰이 아니라 책으로 봐야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었다. 후자를 선택하면 마치 디지털 편의에 굴복하지 않고, 아날로그 감성 그대로를 간직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고 여기는 일종의 허세였던 것 같다. 이전의 굳어있는 나의 생각들이 어쩌면 철없는 객기일지도 모르겠다고 의심하게 만든 것이 바로 윤태호 작가의 웹툰 <미생>이다.

웹툰과 PC 만화가 갖고 있는 막연한 거부감을 한 순간에 매력으로 바꾸어 놓았다. 프로 바둑기사가 되지 못한 한국기원 연구생 출신의 회사원 장그래와 항상 충혈 된 눈으로 모든 일을 도맡아하는 오상식 과장의 캐릭터는 독보적인 매력이 있다.

웹툰 속, 캐릭터의 장점보다 더 뛰어난 것은 이야기를 탄탄하게 이끌어나가는 구성의 힘이다. 회사에서 일어나는 상황을 아주 디테일하게 담아낸 관찰력, 그리고 인물들 사이에서 나타나는 미묘한 경쟁관계와 따뜻한 우정을 잘 표현했다. 이 모든 이야기를 더욱 거대하고 명품으로 만들어 주는 것은 바로 독자의 공감대를 최대한 이끌어냈다는 점이다.

최근 기대를 모았던 tvN 드라마의 성적이 신통치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내부에서도 드라마 <미생>에 사활을 걸고, 비장감마저 내비치고 있다. 전작 <몬스터>의 평가가 아쉬운 김원석 PD의 부활을 알리는 작품이 될지, 더 나락으로 떨어지게 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그래도 임시완(장그래 역), 이성민(오상식 역)의 캐스팅은 확실한 선택이었다는 것을 1, 2회에서 충분히 증명했다. 다음 이야기를 알고 있으면서도, 다음을 기대하게 만드는 작품이 될 수 있을지는 아직 판단하기 이르지만, 초반 시청률과 주변의 반응은 나쁘지 않다. 1회 평균 시청률 1.7%(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기준), 2회 평균 시청률 2.5%를 기록했다.

결국 드라마 <미생>의 가장 큰 적은 웹툰 <미생>이라는 거대한 원작이 갖는 힘이 될 것이다. 반대로 가장 큰 아군이 될 수도 있다.

<살인의 추억> <갑동이> 떠오르는 <나쁜 녀석들>도 흥미진진

 드라마 <나쁜 녀석들> 
나쁜 놈 잡는 나쁜 녀석들

드라마 <나쁜 녀석들> 나쁜 놈 잡는 나쁜 녀석들 ⓒ CJ E&M


웰메이드 OCN 드라마의 계보를 잇는 또 다른 작품이 탄생할 수 있을까. 기존 OCN 드라마의 마니아부터 입소문을 타고 몰려들기 시작한 시청자들의 반응이 뜨거운 <나쁜 녀석들>. 드라마 <나쁜 녀석들>에는 영화 <살인의 추억> <추격자>가 있고, 드라마 <갑동이>와 <무정도시>의 모습도 보인다. 추리극과 추적극이 갖는 장점들을 잘 살려냈다.

무엇보다 선명한 캐릭터와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는 극에 충분히 몰입할 수 있도록 만든다. 배우들은 특별히 연기의 변신을 시도하지도 않았고, 자신들이 가장 잘 할 수 있고, 가장 많이 소화했던 역할을 맡았다.

특히 사이코패스 살인자 캐릭터의 박해진은 <갑동이>의 사이코패스 이준의 연기보다는 확실히 앞서 있는 느낌이다. '사이코패스 연기는 이렇게 하는 거야'라고 배우로서 아이돌에게 한 수 가르쳐주는 것처럼. 그리고 경찰복이 잘 어울리는 강신일과 연기의 달인 김상중은 상황에 묵직함을 더해 준다.

최근의 모든 작품에서 똑같은 역할로 나온 것처럼 비슷한 캐릭터를 연기한 마동석은 익숙하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영화 <이웃사람>에서 악인인 듯하지만, 순진한 면도 있고, 다른 악에는 더 강한 악으로 응징하는 그런 것들 말이다. 마동석 대사에 '풉'하고 웃을 수 있어서 참 좋다.

추리극, 특히 범인을 잡는 수사극의 경우, 초반 집중력은 대부분 뛰어나다. 소재도 참신하고, 캐릭터도 좋고, 극의 전개도 흥미진진하다. 문제는 자꾸만 늘어지고,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극의 중후반부인데, <나쁜 녀석들>이 그런 것들을 어떻게 풀어나갈지도 궁금하고 기대가 된다.

OCN 드라마에는 확실히 거품이 있다고 생각했으나, 몇 년 새 좋은 작품들이 많이 제작되고 있다. 올 하반기, tvN <미생>과 OCN <나쁜 녀석들>, 충분히 기대해 볼만 하다.

덧붙이는 글 개인 블로그에도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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