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방영한 MBC <무한도전-비긴어게인> 한 장면

지난 18일 방영한 MBC <무한도전-비긴어게인> 한 장면 ⓒ MBC


지난 18일 MBC <무한도전>은 400회를 맞아, 각각 두 명의 출연진을 짝지어 하루 동안 같이 시간을 보내는 '비긴 어게인' 특집을 준비했다. 퀴즈 형식을 통해 진행된 사전 조사를 통해, '서로를 잘 아는 사이'로 유재석-정형돈이 선정되었으며, '서로를 잘 모르는 사이'에는 의외로 한 때 죽마고우였다는 노홍철-하하, 그리고 '하&수' 박명수-정준하가 '서로 큰 관심이 없는 사이'로 함께 여행을 떠났다.

<무한도전> 녹화 때문에 일주일에 한 번 이상은 꼭 보는 사이라고 하나, 갑작스레 주어진 자유 시간을 어디로 가서 보내야할지에 대한 상당한 고민거리를 안긴다. 말이 좋아 오롯이 둘이서 함께 있는 시간이지, 방송을 위해 카메라와 함께 움직이는 그들의 여정은 결코 온전한 그들만의 시간이 되지 못한다.

게다가 <무한도전> 출연진들은 어디로 가든지 항상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받는 인기 연예인이다. 실제로 18일 방송한 '비긴 어게인' 1편에서 출연진들은 그들이 나타나기만 하면, 앞 다투어 쫓아다니는 시민들 때문에 여행조차 마음대로 즐기지 못하는 현실을 마주했다.

동화 '피리 부는 사나이'처럼 그들이 나타났다하면 구름떼처럼 모여드는 팬들 때문에 여주에 있는 세종대왕릉, 명성황후 생가를 눈앞에 두고 발걸음을 돌려야했던 유재석은 아쉬운 심경을 토로하는 대신, 오히려 자신을 향한 팬들의 꾸준한 관심에 대해 고마움을 표한다.

무명 생활 9년 동안 많은 이들의 사랑이 고팠던 만큼, 그 꿈이 지금 현실이 된 지금 자신이 불편하다고 하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인 것 같다면서, 그래서 사람이 많은 곳에서의 자유를 포기했다고 덤덤히 말하는 유재석. 그는 그렇게 유명인의 숙명을 묵묵히 받아들고 인정하고 있었다.

유재석의 말마따나 유명인의 일거수일투족이 화제가 되는 것은 미디어가 고도로 발달한 시대, 당연한 현상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극도의 신비주의를 유지했던 서태지도 최근 유재석이 진행하는 KBS <해피투게더3>에 나와서, 자신의 사생활을 일정 부분 공개하고 '딸바보'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주는 세상이다. 그만큼 21세기에서 대중에게 미치는 미디어의 영향력은 상당하다.

"방송 사고 식겁했잖아...우리 정신 차릴게"

 지난 18일 방영한 MBC <무한도전-비긴어게인> 한 장면

지난 18일 방영한 MBC <무한도전-비긴어게인> 한 장면 ⓒ MBC


이렇게 수많은 대중들의 동경과 사랑으로 인기를 얻은 연예인,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감수해야 할 부분도 적지 않다. 지난 주 11일 <무한도전> '한글' 특집 방영 도중 발생한 음향 및 편집 방송사고도 그 대표적인 예이다.

제작진도 예상치 못했던 실수였다고 하나, 주요 포털 뉴스 댓글,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뜨겁게 달구었던 사고였던 만큼, 어떤 식으로든 조만간 그에 대한 입장 표명이 나올 것이라는 예측이 있긴 하였다. 그러나 <무한도전>은 생각보다 빨리 지난 11일 방송 사고에 대한 그들의 입장을 정리하여 발표하였다.

노홍철이 최근 호감을 가졌다는 한 외국인 여성의 얼굴이 지난 주 방송 사고 때처럼 지지직한 잡음과 함께 라디오 DJ로 변신한 정형돈으로 화면 전환된다. 이어 정형돈이 지난 주 방송 사고를 언급하며, 유재석이 시청자들을 향한 죄송한 마음을 담아서 불렀다는 '눈, 코, 입'을 소개한다.

정형돈의 소개를 받고 뒤이어 태양의 패러디 버전 태음으로 변신한 유재석은 태양의 최근 히트곡 '눈, 코, 입'을 지난 한 주 동안 불거진 논란들을 반영하는 개사를 통해 그에 대한 심경을 고백하고, 사과하는 특별한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목에는 'BANGSONG SAGO(방송사고)'라는 글씨를 문신처럼 써넣었다.

 지난 18일 방영한 MBC <무한도전-비긴어게인>한 장면

지난 18일 방영한 MBC <무한도전-비긴어게인>한 장면 ⓒ MBC


"미안해 미안해해야 돼. 이건 방송 사고잖아. 정말 식겁했잖아. 정신 바짝 차려야 해. 400회잖아. 마지막으로 한 번만 용서해. 실수한 건 모두 다 잊어줘. 우리 정신 차릴게. 더 열심히 할게. 다시는 이런 깜짝 놀랄 일 생기지 않게.

더 좋은 방송을 향한 욕심이 집착이 되어 사고 쳤고. 혹시 이런 나 때문에 깜놀했니. 아무 질책 없는 너. 바보처럼 왜 나를 혼내지 못해. 나 큰 사고 쳤는데. 너의 눈, 코, 입 웃어주던 네 얼굴. 작은 댓글까지 다 여전히 난 느낄 수 있지만. 꺼진 TV처럼 타 들어가버린 우리 마음 모두 다. 너무 아프지만 이젠 더 좋은 방송 만들게."

유재석이 부른 '눈, 코, 입' 가사의 한 부분처럼 더 좋은 방송을 만들려고 노력하던 도중 벌어진 실수란 것을 잘 알기 때문에 너그럽게 이해할 수 있는 사고였다. 그러나 <무한도전>은 자신들의 실수를 인정하고, 비판도 겸허히 수용하는 모습을 보인다.

형식적으로 그치는 사과가 아닌, 다시는 이러한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사과. 감각적이면서도 재치 있는 패러디로 사과를 받는 이들도 기분 좋게 하는 진정한 '창조 사과'를 보여준 <무한도전>.

이것이 바로 400회를 맞은 장수 예능 <무한도전>의 저력이 아닐까. 9년이 훌쩍 넘은 긴 시간에도 초심을 잃지 않고, 시청자들과 꾸준히 소통하고자하는 <무한도전>의 400회는 역시나 특별했다.

덧붙이는 글 개인 블로그 (너돌양의 세상전망대), 미디어스에게 게재되었습니다.
무한도전 눈코입 유재석 비긴 어게인 400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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