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카펫' 19금 에로맨틱 코미디  22일 오전 서울 압구정CGV에서 열린 영화 <레드카펫>제작발표회에서 배우 조달환, 오정세, 고준희, 윤계상, 황찬성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레드카펫>은 '19금 영화판'현장을 소재로 에로와 로맨스를 조합시킨 에로맨틱 코미디다. 10월 23일 개봉.

▲ '레드카펫' 19금 에로맨틱 코미디 지난 9월 22일 오전 서울 압구정CGV에서 열린 영화 <레드카펫>제작발표회 현장. ⓒ 이정민


|오마이스타 ■취재/이선필 기자| 수십 편의 성인영화를 연출한 한 감독이 대뜸 "상업영화를 찍고 싶다"고 했을 때 주변의 반응은 싸늘했다. "그동안 당신이 만들어온 영화가 경력이 되는 게 아니라 오히려 해가 되는 이력일 될 것"이라며 조소 섞인 조언도 있었다.

19금 에로영화 현장에서 잔뼈가 굵었던 박범수 감독이 당당하게 <레드카펫>을 통해 상업 영화감독으로 데뷔했다. 주연 배우는 윤계상, 고준희다. 17일 오후 서울 건대입구 롯데시네마에서 언론에 첫 공개된 영화는 박범수 감독 자신의 이야기를 코미디로 승화시키려한 기지가 엿보이는 작품이었다.

"성인영화에 대한 편견 서러워...하지만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였다"

박범수 감독은 시사회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영화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전했다. 에로영화 감독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정우(윤계상 분)는 자신의 과거에서 따왔고, 정우가 자연스럽게 사랑에 빠지게 되는 톱배우 은수(고준희 분), 그리고 정우와 함께 스태프로 동고동락하며 에로영화를 만들어가는 인물들은 모두 실제 주변 친구들에서 가져왔다.

정우는 현실에서는 에로영화 감독이지만 언젠가 자신이 쓴 시나리오로 상업영화를 찍겠다는 꿈을 가진 인물이다. 뜻하지 않은 사고로 자신의 집에서 함께 지내게 된 아역배우 출신의 은수에게 사랑을 품고 있는 순정파기도 하다. 정우의 희망은 저마다 개성이 다른 진환(오정세 분), 준수(조달환 분), 그리고 대윤(황찬성 분) 등의 동료다. 이들과 합심해 결국 상업영화 한 편을 완성하고, 영화제 진출까지 노린다는 게 기본 줄거리다.

박범수 감독은 "성인영화 현장엔 다양한 에피소드가 있는데 비단 그곳만의 것이 아닌 보편적인 일화를 가져오려고 했다"며 "20대 초반에 영화감독이 되려는 마음에 매번 영화제에서 상 받는 꿈을 꾸기도 했다"고 소회를 전했다. 또한 영화 기획 과정에 대해 그는 "꼭 상업영화를 하고 싶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캐릭터라 생각해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영화 <레드카펫>의 한 장면

영화 <레드카펫>의 한 장면 ⓒ 누리픽쳐스


<레드카펫>은 지난 2012년 부산영상위원회(BFC) 피칭 수상작으로 선정돼 기획개발 지원금을 받은 작품이다. 당시 현장 관계자는 "박범수 감독을 비롯한 제작자들이 기를 쓰고 발표를 하기에 분명 지원을 받아낼 작품 같았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그만큼 박 감독의 마음이 절실했다는 걸 보여주는 대목이다.

"실제로 이 영화를 기획하는 단계나 제작하는 단계 때는 오히려 수월했습니다. 하지만 <레드카펫>을 꼭 개봉시켜야겠다며 마음먹고 돌아다니는 과정이 힘들었죠. 주변에서 말리기도 했고, 서러운 이야기들이 많습니다. 왜 성인영화에 대한 편견을 갖고 있을까 원망도 했는데 어느 정도 지나고 보니 사람들이 편견을 갖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해고 받아들였어요. 그 이후엔 힘을 내서 나갔습니다. <레드카펫>을 통해 그런 편견을 조금이나마 없앨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당신 인생에서의 레드카펫은 무엇인가?..."지금 이 순간 아닐까요"

<레드카펫>은 윤계상이 <풍산개> 이후 3년 만에 영화로 복귀한다는 점에서, 또한 그룹 2PM의 황찬성이 처음으로 영화에 데뷔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출연 배우들은 입을 모아 "시나리오가 재밌었고, 감독님의 실제 이야기가 담겨 진정성 있게 다가왔다"며 출연 이유를 밝혔다.

오정세는 "영화를 통해 감독님 진정성이 잘 전달됐으면 좋겠다"며 "보통 에로영화는 딱 하루 만에 찍고, 블록버스터 급 대작 에로영화는 이틀에 걸쳐 찍는다는데 그래서인지 감독님이 40회차인 <레드카펫> 현장에서 힘들어 하더라"고 재치를 보이기도 했다. 조달환 역시 "윤계상씨와 고준희씨가 영화의 주연으로 등장하시지만 개인적으로 이 영화의 주인공은 감독님이라고 생각한다"고 속생각을 밝혔다.

영화에서 '레드카펫'은 등장인물들이 꼭 한 번 밟아보고 싶은 꿈의 상징으로 등장한다. 이에 기자간담회에선 배우들의 진짜 레드카펫은 무엇인지 묻는 질문이 나왔다. 윤계상은 "레드카펫을 걸어도 출연한 영화가 무엇이냐에 따라 좋을 때가 있고 아닐 때가 있다"며 "배우의 꿈을 꾸면서 대중들이 만족하는 배우가 돼가는 과정 자체가 내 꿈이다"라고 답했다.

고준희는 "영화제나 시상식이 아니더라도 요즘엔 기자간담회 등 여러 곳에서 레드카펫을 깔 공간이 많아지는 거 같다"며 "작품을 관객들에게 선보일 때 항상 행복하면서도 떨리는데 그런 설렘 자체가 나의 레드카펫인 거 같다"고 말했다.

 영화 <레드카펫>의 한 장면.

영화 <레드카펫>의 한 장면. ⓒ 누리픽쳐스


"레드카펫이라고 하면 허름한 모텔의 발판과 영화제의 레드카펫이 떠오른다"고 운을 뗀 오정세는 "많은 분들이 꿈을 생각했으면 좋겠다. 꿈이 없다고 낙오자는 아니다"라며 "80살에 그 꿈을 찾을지언정 못 산 인생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오정세는 "나의 꿈은 배우이고, 그걸 지금 조금씩 이뤄가고 있다"며 "레드카펫은 곧 꿈을 생각하게 하는 단어"라고 덧붙였다.

이어 조달환은 "배우 생활 15년째지만 레드카펫에 한 번도 서 본적이 없다"며 "연기적인 모습을 크게 보인 적이 없다는 생각과 '왜 난 안되지'라는 생각에 힘든 때가 있었다"고 고백했다. 조달환은 "사실 어떤 기준에서는 지금 현장에서 함께 배우고 있는 것만으로도 꿈을 이룬 것 같다"며 "배우를 꿈꾸고 진짜 연기자가 되고 싶은 마음에서 레드카펫은 이미 밟았고, 그렇기에 배우로서 꿈을 이룬 시기는 바로 지금이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영화 <레드카펫>의 개봉은 오는 10월 23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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