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신사옥에서 열린 <무한도전>의 400회 기념 기자간담회

10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신사옥에서 열린 <무한도전>의 400회 기념 기자간담회 ⓒ MBC


|오마이스타 ■취재/이언혁 기자| "400회를 맞기까지 제일 공이 컸던 사람은 아무래도 시청자죠. 초창기에는 시청률이 잘 안 나와서 내부적으로도 반대했던 분들이 있는데요. '성적은 저조하지만 재밌다'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를 해준 시청자들이 있어서 초라한 성적에도 2005년, 2006년도를 버틸 수 있었습니다." (김태호 PD)

10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신사옥에서 <무한도전>의 400회 기념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무한도전>의 연출을 맡은 김태호 PD와 유재석, 박명수, 정준하, 정형돈, 하하, 노홍철이 참석했다.

김태호 PD는 "한 주 한 주 방송하다 보니 어느덧 400회가 되었다"면서 "요즘 우리에게 제일 중요한 게 평정심인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시작할 때만 해도 400회까지 오리라고 상상도 못했다"고 운을 뗀 <무한도전> 멤버들은 "행복하다"고 입을 모았다.   

2005년 4월, 프로그램 속 한 코너로 시청자를 만난 <무한도전>은 2006년 5월 하나의 프로그램으로 독립했다. 매회 다른 콘셉트를 선보이는가 하면, 댄스 스포츠 특집, 봅슬레이 특집, 레슬링 특집 등 다양한 장기 프로젝트도 병행하며 예능 프로그램의 '틀'을 뛰어넘고 있다.

유재석은 "농담삼아 제작진에게 투정을 부리기도 하지만, 몇 달 전부터 장기 프로젝트를 준비하다 보면 제작진은 거의 잠을 못 잔다"면서 "매주 정해진 것이 아니라 늘 뭔가 바뀌는 상황에서 어떤 주는 촬영하자마자 편집을 해야 하기도 하는데, 우리보다 더 고생하는 제작진에게 공을 돌리고 싶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논란과 부침? 시청자와 함께 고민하는 게 현명해"

 10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신사옥에서 열린 <무한도전>의 400회 기념 기자간담회

ⓒ MBC


<무한도전>이 자리를 지킨 9년 동안 수많은 예능 프로그램이 등장했다가 사라졌다.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을 감안하면 '장수'한 프로그램인 셈이다. '1~2년 정도 하다가 다른 프로그램으로 가겠지'라고 생각했던 김태호 PD는 어느덧 <무한도전>의 상징적인 존재가 되었다. 김 PD는 "'어떻게 하면 새롭게 접근할 수 있을까' 고민한 끝에 400회까지 하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무한도전>은 인기를 얻으면서 자연스럽게 각종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유재석 또한 "논란이 있을 때가 힘들다"고 털어놨다. "예상치 못한 돌발 상황이 발생할 때마다 우리도 당황스럽긴 하다"고 고백한 김태호 PD는 "항상 배우고 느끼는 것은 시청자에게 빨리 오픈해서 답을 같이 찾아가는 게 현명하다는 점이다. 길게 고민하기보다는 시청자에게 우선 물어보는 게 좋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무한도전> 멤버들이 가장 기억에 남았던 특집은 무엇이었을까. 정준하는 "기자간담회 전, 24시간 동안 (박)명수 형과 400회 특집을 촬영했다"면서 "400회를 회고하며 미래에 대한 이야기도 나눴다. 되게 힘들어서인지 이번 녹화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밝혔다. 유재석과 정형돈은 첫 번째 장기 프로젝트인 댄스 스포츠를, 하하는 봅슬레이 특집을 꼽았다.

<무한도전>에 엄격한 잣대? "지나친 해석도 사랑 아닐까"

 10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신사옥에서 열린 <무한도전>의 400회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박명수와 노홍철이 마주보며 웃고 있다.

10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신사옥에서 열린 <무한도전>의 400회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박명수와 노홍철이 마주보며 웃고 있다. ⓒ MBC


"처음에는 어떤 옷을 입어도 재밌게 보일 수 있는 환경이었는데, 어느 순간 기대가 커지면서 '왜 <무도>에만 그러지' 싶을 때도 있었다"는 김태호 PD의 말은 언젠가부터 <무한도전>을 예능 프로그램으로만 보지 않고, 하나의 '문화 아이콘'으로 보는 시각이 많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에 정치적인 색깔까지 덧씌워져 해석될 때면, 웃음만을 고민했던 제작진은 물론이고 멤버들마저 움츠러들 수밖에 없었다.

"촬영하다가 '문제가 되지 않을까' '누구에게 또 상처 주는 게 아닐까' 생각할 때가 있었습니다. 마음껏 촬영하다가도 그런 것에 갇혀서 움츠러들 때도 있었죠. 이제는 너무 주눅이 들지는 않으려고 하는데 그렇다고 해서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거나 힘들게 하지는 않으려고 조심스럽게 하고 있습니다. 다들 같은 생각일 겁니다." (정준하)

"저희도 방송을 보고 깜짝 놀랄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어찌 됐건 저희는 재미를 추구합니다. 늘상 웃음만 드렸던 특집만 있었던 것도 아니고, 웃음을 못 드려서 많이 혼날 때도 있었는데요. 비판과 함께 혼나면서도 열심히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유재석)

<무한도전>이 고민하는 것은 단 하나다. '어떻게 하면 시청자에게 토요일 오후 1시간 반이라는 귀중한 시간을 아깝지 않게 할 수 있을까'이다. 김 PD는 "우리가 재밌는 것만 해도 즐거운데, 고민까지 안고 가려는 것은 깜냥에서 벗어나는 일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면서 "지나친 해석도 부담스럽긴 하지만, 다 우리에 대한 사랑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했다.

<무한도전>이 말하는 '무도다움'은 과연 무엇일까

 10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신사옥에서 열린 <무한도전>의 400회 기념 기자간담회

10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신사옥에서 열린 <무한도전>의 400회 기념 기자간담회. 유재석과 노홍철, 정형돈은 자신들을 "원년 멤버"라고 강조했다. ⓒ MBC


<무한도전> 멤버들은 "가장 <무도>다운 것"을 두고 "그냥 깔깔대며 웃을 수 있는 것" "묵묵하고 씩씩하게 길을 걸어가는 것" "프리한(자유로운) 것" 등이라고 정의했다. 내년이면 10주년을 맞는 <무한도전> 또한 언젠가 마지막을 맞겠지만, 김 PD는 "신파적인 분위기가 아니라, <무한도전>답게 웃으면서 축제처럼 끝내고 싶다"고 덧붙였다. 조금이라도 박수치는 분들이 남아있을 때였으면 더 좋겠다는 말과 함께.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는 저희끼리도 많이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이젠 뭔가 우리의 의지로 결정할 수 있는 차원은 지난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할 수 있을 때까지 감사한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다가 인사드리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래도 많은 분들이 '그래도 재밌다' '더 했으면 좋겠다' 하는 때까지는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유재석)

<무한도전>의 400회 특집은 오는 18일 방송된다.

무한도전 400회 기자간담회 유재석 김태호 PD
댓글2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