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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관상>과 표절 시비가 붙었던 드라마 <왕의 얼굴>에 결국 방송 결정이 내려졌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관상>의 제작사인 주피터 필름이 주장한 드라마 제작 및 방송 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지난 7일 기각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왕의 얼굴>이 KBS 2TV 수목드라마 <아이언 맨>의 후속으로 방송되는 데 차질이 없게 되었다.

사실 표절이라는 행위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는 만큼, 표절이라는 명확한 꼬리표가 붙는 경우는 거의 없다. 특히 표절 시비에서 방송사를 상대로 성공을 거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빼도 박도 못할 증거, 이를테면 문장이나 대사를 그대로 차용하지 않고서야 단순히 스토리나 소재가 비슷하다고 하여 표절이라고 판단할 근거는 부족한 것이다.

소재나 줄거리가 비슷하다고 해서 표절로 단정 지을 수는 없는 것은 '하늘 아래 새로운 이야기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이미 나올 수 있는 모든 구조의 이야기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이미 다른 작품에 영감을 얻어 제작되는 작품도 상당하다. 재창조를 거쳐 시청자에게 선보이는 이야기를 단순히 표절로 몰아붙일 수는 없다.

 영화 <꽌상>의 포스터

영화 <꽌상>의 포스터 ⓒ 주피터 필름


그러나 문제는 '도의적 책임'이다. 아무리 표절 혐의가 없다 하더라도 <관상> 측의 주장을 무시하기는 힘들다. <관상>의 제작사는 2012년 <관상>의 드라마화를 위해 KBS와 KBS미디어를 만나 협의하면서 시나리오와 기획안을 KBS미디어에 넘겼지만, 이후 협상이 결렬됐다고 밝혔다. KBS는 이에 대해 '근거 없는 허위 주장'이라고 맞섰지만, 주피터 필름이 이메일이 오간 정황 등을 증거로 제시한 것에 미루어 보면 이 주장은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

사실 '관상'이라는 소재만 가지고도 얼마든지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은 인정해야 한다. <왕의 얼굴>이 <관상>과는 다른 시대의 이야기를 하고, 다른 스토리를 만들어 냈다는 것은 재판 과정에서도 밝혀졌다. 단순히 소재만 같다고 표절을 인정하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왕의 얼굴>의 도의적 책임이다. '관상'을 소재로 영화 <관상> 측과 접촉을 하고도 무조건 '표절이 아니다'고 주장하며 방송하겠다는 것은 다소 이해하기 어렵다.

정말 우연히 소재가 겹쳤다 하더라도 표절 의혹을 피해가기 어려울 만큼 아직 영화 <관상>의 잔상은 가시지 않았다. 그런데 실제 영화 제작사와 접촉한 정황이 있다면, 더욱이나 핵심 아이템을 차용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KBS는 그동안 예능에서도 수차례 표절 논란에 휩싸였다. <무한도전>과 <1박 2일>, <꽃보다 할배>와 <마마도>, <아빠 어디가>와 <슈퍼맨이 돌아왔다> 등이다. 이 예능은 자기만의 색깔을 가지고 있어 표절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다른 방송사의 같은 아이템을 변형하여 동 시간대 혹은, 황금 시간대에 방송하는 것은 도의적인 문제다. 한 아이템이 성공하면 우후죽순 그 아이템을 차용해 예능을 만드는 식의 행태는 아직까지 <비정상 회담>과 <헬로, 이방인> 등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최소한 그 프로그램이 종영할 때까지는 기다리는 것이 예의처럼 보이지만 시청률 싸움에서 그런 예의는 찾아볼 수 없다.

<왕의 얼굴>의 '관상'이란 소재 역시 영화 <관상>의 후광을 입을 생각이 전혀 없었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물론 <관상> 제작진과의 접촉이 표절의 직접적인 증거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충분히 '관상'을 이용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면 그에 따른 도의적 책임은 질 줄 알아야 한다. 정황이 의심스러운데도 무조건 제작을 강행하는 것은 갑의 횡포에 불과하다. 

단순히 '표절만 아니면 된다'는 식의 행동은 씁쓸하다. 만일 <왕의 얼굴>의 시청률이 높게 나오면 이런 행태는 점차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다. '시청률 지상주의'도 좋지만, 좀 더 양심적이고 품위 있는 공영방송의 태도를 기대하는 것은 욕심에 불과한 것일까.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우동균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관상 왕의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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