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하이힐>에 출연한 배우 차승원.

배우 차승원. ⓒ YG 엔터테인먼트


'차승원의 아들' 차노아(25)가 자신의 아들이라고 주장하는 '아버지'라는 사람이 나타났다.

이 '아버지'라는 사람은 지난 7월 서울중앙지법에 차승원과 부인 이수진씨를 상대로 1억 100만원을 요구하는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했다. 차노아가 차승원과 아내가 만나기 전 자신과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이라며, 지난 1999년 차승원의 아내가 직접 쓴 책 <연하남자 데리고 아옹다옹 살아가기>(J-pub)의 일부 내용을 문제 삼으면서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것이다.

무명의 차승원, 노아 분유값 위해 패션쇼에 서던 아버지

조금 개인적인 고백을 해야겠다. 모델 출신 신인배우 차승원을 처음 만난 것은 1997년이었다. 김의석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최진실, 김민종, 장동건 등과 함께 출연한 영화 <홀리데이 인 서울>에서였다. 그러니 그와의 인연도 15년쯤 되는 셈이다.

무명에 가깝던 당시 차승원은 이 영화를 발판으로 1998년에 방송된 MBC 드라마 <수줍은 연인>(연출 최창욱, 극본 주찬옥) 등을 통해 드라마를 비롯한 방송계에서도 주목받기 시작했다. 아줌마들의 인기가 대단했다. 특히나 아내였던 이수진씨가 당시 인터넷을 대신했던 PC통신에 연재했던 글들로 더욱 관심을 받던 무렵이다.

당시 '멋진 남자 차승원을 꿰찬 연상녀는 누구냐'는 관심과 함께 방송은 물론 스포츠신문과 여성잡지 등의 인터뷰 요청이 쏟아졌지만, 아내의 얼굴만큼은 공개하지 않았다. 나는 영화 데뷔 전부터 모델 시절 차승원에 대해 알고 있었던 터라 그가 아내를 어떻게 만나고 그 어린 나이에 아들 노아를 어떻게 키웠는지 잘 알고 있었다.

1990년 어린 나이에 사랑으로 결혼생활을 시작했지만 그들의 신혼은 눈물겨운 시절이었다. 가진 돈도 없고 부모의 지원도 받을 수 없었던지라 부부는 젖먹이 노아와 지하 단칸 셋방에서 출발했다. 장마철엔 흘러든 빗물로 방안이 흥건해질 정도로 열악했다. 패션쇼에 출연해 받은 돈은 노아의 분유 값을 대는 것으로도 모자랐다.

이렇다 할 주방시설도 없었던 이들 부부는 휴대용 부탄가스와 주전자를 이용해 노아에게 분유를 타 먹였다. 빗물이 들이쳐 바닥이 흥건한 반지하방에서 젖먹이 아이를 품에 안은 채 분유를 타주던 이들의 모습에 대한 이야기를 주변 사람들에게 들었을 때만 해도 '설마'했다.

1998년 가을 내가 몸담고 있던 여성월간지 <여성중앙21>의 재창간호는 이들 부부의 사는 이야기를 우여곡절 끝에 단독 특종으로 담을 수 있었다. 그때도 노아를 어떻게 키웠는지 부부의 입을 통해 들을 수 있었고, 부부는 물론 취재기자였던 나뿐만 아니라, 사진기자 역시 눈물이 그렁그렁해졌던 기억이 난다. 그 인터뷰를 계기로 아내 이수진씨는 <연하 남자 데리고 아옹다옹 살아가기>라는 책을 냈고, SBS <한선교-정은아의 좋은 아침>에 출연해 시청자로부터 뜨거운 박수를 받기도 했다.

적어도 내게는 가장 멋진 배우이자 아버지, 차승원

 차승원이 출연한 영화 <아들> 스틸컷.

차승원이 출연한 영화 <아들> 스틸컷. ⓒ 필름있수다


그 이후 평범한 사람들이나 연예 관계자 혹은 방송에서 "누가 가장 멋있는 남자 배우냐"라는 질문을 받을 때, 나는 한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차승원'을 꼽았다. 연상인 한 여자를 사랑으로 품고, 혹독한 무명 모델 시절 젖먹이 노아를 위해 패션쇼 무대에 섰던 차승원이 가장 멋져 보인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리고 세월은 흘렀고, 유년기에 아버지 못지않은 아동복 모델로 선망의 대상이 되기도 했던 차노아가 말썽쟁이 청년으로 자랐다. 어머니 이수진씨는 노아를 엄하게 키웠다. 대신 아버지 차승원은 한없이 감쌌다. 아버지가 아들을 너무 감싸기 때문에 노아가 말썽을 더 피운다며 부부싸움을 했다는 이야기도 자주 들렸다.

차노아는 대마초 사건에 휘말리기도 했었고 얼마 전에는 성폭행 혐의 피소되는 일까지 발생했다. 당시 차승원은 '연기자'와 '아버지' 사이에서 갈등을 해야만 했다. 주변에선 얼마의 돈을 주고 합의하면 일이 마무리되는 만큼 CF 출연이나 영화출연에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조언을 했다.

하지만 '아버지 차승원'은 조금씩 진전이 있던 일본 진출과 중국 진출을 뒤로 하고, '아들의 진실'을 위해 정면 돌파를 했다. 재판이 길어지는 동안 그의 CF 계약은 연장되지 않았고, 새로운 CF나 출연제의도 돌아오지 않았다. 그래도 차노아의 진실을 굳게 믿으며 아버지의 자리를 지켰다.

차노아 친부 논란이 알려진 후, 적어도 내겐 이 세상에서 가장 멋진 '아버지' 차승원과 통화를 했다. 본의 아니게 또다시 이런 소란 속에 휘말린 노아에 대한 걱정을 하자 차승원은 "노아가 '아빠(차승원)가 아버지'라며 의연하게 대처하겠다고 하더군요. 얼마나 듬직한지... 다 제 유명세겠죠"라고 말했다.

두 아이를 키우며 조금 지나칠 정도로 혼신의 힘을 다한 아내에 대해서도 차승원은 "더 많이 사랑하고 더 많이 안아줘야죠. 이런 일로 흔들릴 우리 가족이 아니죠"라며 다시 한 번 뜨겁고 멋진 가족애를 드러냈다.

'차승원이 아버지 행세를 한다'며 명예훼손을 했다는 아버지라는 사람과, 피눈물을 흘리며 두 자녀를 사랑으로 키운 차승원. 황당하기 짝이 없는 이번 소송이 어떤 결말을 맺을지 알 수는 없다. 하지만 이런 소란 속에서도 아내를 감싸고 아이를 가슴으로 품은 차승원이 '진짜 아버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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