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 대표팀, 금메달 획득 기념 '찰칵' 금메달을 획득한 한국 농구대표팀 유재학 감독을 비롯한 선수들이 3일 오후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2014 인천아시아경기대회' 시상식에서 승리를 만끽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농구 대표팀, 금메달 획득 기념 '찰칵' 금메달을 획득한 한국 농구대표팀 유재학 감독을 비롯한 선수들이 3일 오후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2014 인천아시아경기대회' 시상식에서 승리를 만끽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유성호


KBL를 넘어 국제 무대까지 평정한 유재학 농구대표팀 감독이 명실상부한 역대 최고의 명장으로 등극했다.

유재학 감독은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은메달에 이어 2013 필리핀 아시아선수권에서는 3위를 기록하며 한국농구에 16년만의 농구월드컵 출전권을 안겼다. 그리고 세 번째로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올해는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남자 농구를 7전 전승 '퍼펙트 우승'으로 12년 만에 정상으로 이끌며 화룡점정을 찍었다.

유 감독은 이미 국내에서 지도자로서 비교 대상이 없는 지존의 반열에 오른 인물이다. 유감독은 1997년 프로 출범 원년 대우증권(현 전자랜드) 코치를 시작으로 이듬해 인천 대우(현 전자랜드) 지휘봉을 잡으며 감독 생활을 시작했다. 현역 KBL 최장수 이자 최다승(465승) 감독이기도 하다.

또한 유감독은 코치와 감독으로 KBL에서 17년을 개근하며 단 한 번도 경질당하거나 야인으로 지낸 경우가 전무하다. 그야말로 KBL의 산 역사인 셈이다. 2004년 전자랜드에서 모비스로 자리를 옮긴 이후에는 2007, 2010, 2013-14시즌까지 무려 4차례나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차지하며 역대 프로감독중 최다 우승 감독(통합 우승은 2회)의 반열에도 올랐다.

유재학 감독은 국내 최고의 지장으로 평가받는다. 수가 만 가지라는 의미의 '만수'라는 별명으로 불릴만큼 탁월한 전술가적인 면모가 돋보인다. 함지훈, 이대성, 양동근, 김효범 등 미완의 대기 혹은 무명 선수들을 키워내서 성적을 만들어내는 능력이 탁월하다. 선수들을 장악하는 카리스마나 결단력도 빼어나다.

신체조건이나 선천적 재능의 차이가 미치는 비중이 큰 농구라는 스포츠에서 주어진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여 최상의 전력을 끌어내는 유재학 감독만의 노하우는 KBL뿐 아니라 국제대회에서도 어김없이 빛을 발했다.

한국농구는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우승 이후 이렇다할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가뜩이나 후진적인 대표팀 운영 속에 추락하는 국제 경쟁력은 이제 아시아권에서도 정상권을 장담하기 어려울만큼 퇴보했다. 유재학 감독은 어려운 시기에 대표팀 감독직을 가장 오랜 시간 수행한 인물이다.

전임감독 없이 프로 감독이 대표팀 감독을 병행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 속에 비시즌간 소속팀을 전혀 돌보지 못하는 부담, 전력이나 시스템상 열악한 상황에서도 어떻게든 성적을 내야 하는 이중고를 극복하고 유재학호는 언제나 기대 이상의 성과를 올렸다.

유재학의 확고한 비전과 원칙... 조직력과 수비

작전 지시하는 유재학 감독 한국 농구대표팀의 유재학 감독이 3일 오후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2014 인천아시아경기대회' 이란과의 결승전에서 선수들에게 작전을 지시하고 있다.

▲ 작전 지시하는 유재학 감독 한국 농구대표팀의 유재학 감독이 3일 오후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2014 인천아시아경기대회' 이란과의 결승전에서 선수들에게 작전을 지시하고 있다. ⓒ 유성호


유 감독의 리더십은 확고한 비전과 원칙을 바탕으로 한 지도철학에 있다. 세계적인 선수가 없는 한국농구가 국제무대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은 조직력과 수비에 있다고 강조했다. 보통 프로팀 감독이 대표팀을 겸인하면 자신이 잘아는 소속팀 선수들을 중용하는 경우도 흔하다. 하지만 국내에서 잘하는 선수와 국제무대에서 통하는 선수는 다르다는 게 유 감독의 지론이다.

지난 시즌 모비스 2연패의 주역이었던 함지훈과 문태영 등은 대표팀에 아예 이름을 올리지도 못했다. 프로에서 스타로 꼽히던 모 선수는 유 감독의 강도 높은 훈련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자 그날로 짐을 싸서 돌려보내기도 했다. 금메달에는 병역혜택이 주어지는 아시안게임이지만 미필자에 대한 배려 등도 전혀 안중에 없었다. 김종규와 이종현 등 국내에서의 플레이에만 익숙해진 빅맨들에게 중장거리 슈팅과 외곽수비 능력을 키울 것을 주문하는 등, KBL 스타일에서 벗어난 '한국형 농구'에 대한 화두를 끊임없이 제기하기도 했다.

물론 유재학 감독에게도 고비는 있었다. 대회 시작전부터 이승준, 김민구 등 주력 선수들의 부상과 귀화선수 영입 불발, 협회의 부실한 지원과 투자, 농구월드컵의 참패 후유증 등은 대표팀을 바라보는 불안감을 키웠다.

하지만 대표팀은 위기를 기회로 바꾸며 아시안게임에서 멋지게 명예회복에 성공했다. 높이와 기술의 열세, 불안한 공격력 등 여러 가지 악재속에서도 유재학 감독은 다양한 수비 전술과 적재적소의 로테이션을 통하여 팀 전력을 극대화시키며 강팀들을 격파했다.

2013년 아시아선수권에서 중국을 잡았다면 2014년 아시안게임에서는 필리핀과 이란 등을 격파했다. 특히 결승에서 역대 최강으로 꼽히던 이란을 물리친 것은 2002년 아시안게임 결승 중국전을 능가하는 또 하나의 기적에 가까웠다. 2002년에 비하여 선수들의 개인능력과 기술도 떨어지는 상황에서 오로지 전술과 투지, 조직력으로 만들어낸 '팀의 승리'였다.

유재학 감독은 이란을 염두에 두고 꾸준히 조련해온 전방위 압박수비와 변형 드롭존이 결승에서 위력을 발휘하며 난공불락으로 꼽히던 이란의 특급센터 하메드 하다디를 봉쇄하는데 어느 정도 성공했다. 4쿼터 역전을 허용한 상황에서는 과감하게 높이의 열세를 감수하고 빅맨을 김종규 한 명만 투입하는 모험적인 스몰 라인업 승부수도 고비에서 통했다. 상대의 장단점을 철저히 분석하고 상황에 따른 신속하고 유연한 임기응변을 통하여 '절대 같은 팀에게 두 번 당하지 않는' 유재학 감독 특유의 지략이 빛을 발한 대목이다.

한국 최고의 명장, 영광스러운 순간에도 한국농구 미래 걱정

'유재학 감독님 덕분입니다' 금메달을 획득한 한국 농구대표팀 선수들이 3일 오후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2014 인천아시아경기대회' 이란과의 결승전을 마친 뒤 유재학 감독을 헹가래치고 있다.

▲ '유재학 감독님 덕분입니다' 금메달을 획득한 한국 농구대표팀 선수들이 3일 오후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2014 인천아시아경기대회' 이란과의 결승전을 마친 뒤 유재학 감독을 헹가래치고 있다. ⓒ 유성호


유재학 감독은 이란을 물리치고 아시안게임 금메달이 확정된 후 잠시 환호하는 선수들을 뒤로하고 잠시 고개를 돌려 머리를 감싸쥐며 감정을 추스르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동안의 마음고생을 짐작케 한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유재학 감독은 "모비스에서도 우승을 많이 해봤지만, 그건 회사의 기쁨이라면, 아시안게임 금메달은 국가의 기쁨이다"라고 설명하며 아시안게임 금메달이 훨씬 더 감격스럽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유감독은 다시 한국농구의 미래에 대한 걱정을 늘어놓았다.

"앞으로 경쟁국들의 수준이 더 향상될 것이다. 우리도 이제는 장기적인 플랜을 가지고 준비해야 한다. 요즘 한국 선수들은 개인 능력이 너무 떨어진다. 학원 농구에서부터 변화가 필요하고, 성인팀 아래 단계에서부터 전임감독제도 필요하다."

이처럼 한국농구의 미래에 대한 여러 가지 고언을 아끼지 않았다. 한국 최고의 명장은 아시안게임 금메달이라는 영광스러운 순간에도 여전히 한국농구의 미래를 걱정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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