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축구 대표팀 결승전 좌절 북한 축구대표팀이 29일 오후 인천 문학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4 인천아시아경기대회' 여자축구 4강 한국과의 경기에서 후반 마지막 1분을 남기고 역전골을 성공시켜 결승전에 진출하자, 한국 선수들이 고개를 숙이고 그라운드를 나서고 있다.

▲ 여자축구 대표팀 결승전 좌절 북한 축구대표팀이 29일 오후 인천 문학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4 인천아시아경기대회' 여자축구 4강 한국과의 경기에서 후반 마지막 1분을 남기고 역전골을 성공시켜 결승전에 진출하자, 한국 선수들이 고개를 숙이고 그라운드를 나서고 있다. ⓒ 유성호


동점골 성공한 리예경 북한 축구대표팀의 리예경이 29일 오후 인천 문학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4 인천아시아경기대회' 여자축구 4강 한국과의 경기에서 전반 36분 동점골을 성공시킨 뒤 동료로부터 축하를 받고 있다.

▲ 동점골 성공한 리예경 북한 축구대표팀의 리예경이 29일 오후 인천 문학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4 인천아시아경기대회' 여자축구 4강 한국과의 경기에서 전반 36분 동점골을 성공시킨 뒤 동료로부터 축하를 받고 있다. ⓒ 유성호


여자축구의 경기력 수준이 얼마나 올랐는지 잘 보여준 명승부였다. 개인 기술, 조직력, 체력 등 어느 것 하나 남자 축구에 비해 허술한 것이 안 보일 정도였다. 전반전 점수판은 1-1로 팽팽하게 끝났지만 실제 경기 내용은 북한의 압도적인 우세였다. 한국의 가운데 수비수 김도연, 임선주는 온몸에 멍이 들었을 것이다.

윤덕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축구대표팀이 29일 저녁 8시 문학경기장에서 열린 제17회 인천 아시아경기대회 여자축구 준결승전 북한과의 맞대결에서 정설빈의 멋진 프리킥으로 앞서 나갔지만 종료 직전에 안타깝게도 북한의 교체 선수 허은별에게 역전 결승골을 내주며 1-2로 패했다.

정설빈의 아름다운 무회전 프리킥 골

선제골 성공시킨 정설빈 한국 축구대표팀의 정설빈이 29일 오후 인천 문학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4 인천아시아경기대회' 여자축구 4강 북한과의 경기에서 전반 12분 선제골을 성공시킨 뒤 기뻐하고 있다.

▲ 선제골 성공시킨 정설빈 한국 축구대표팀의 정설빈이 29일 오후 인천 문학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4 인천아시아경기대회' 여자축구 4강 북한과의 경기에서 전반 12분 선제골을 성공시킨 뒤 기뻐하고 있다. ⓒ 유성호


'공중볼 내가 먼저야' 한국 축구대표팀의 조소현이 29일 오후 인천 문학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4 인천아시아경기대회' 여자축구 4강 북한과의 경기에서 허은별과 공중볼을 다투고 있다.

▲ '공중볼 내가 먼저야' 한국 축구대표팀의 조소현이 29일 오후 인천 문학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4 인천아시아경기대회' 여자축구 4강 북한과의 경기에서 허은별과 공중볼을 다투고 있다. ⓒ 유성호


윤덕여 감독은 공격력이 뛰어난 북한 선수들을 중원에서 강하게 압박하기 위해 수비수 심서연을 가운데 수비형 미드필더로 올려세우고 왼쪽 측면 수비수로 미드필더 조소현을 기용했다. 북한의 오른쪽 측면(김은향-위종심)이 얼마나 위력적인가를 잘 알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쪽에서 북한의 공격이 주로 올라왔다. 측면 수비수 김은향의 과감한 공격 가담과 날카로운 띄워주기, 위종심의 공격 조율 능력은 우리 선수들이 좀처럼 감당해내기 힘든 것이었다.

그런데 의외의 변수가 생겼다. 경기 시작 11분 만에 북한 수비수의 핸드 볼 반칙으로 얻은 직접 프리킥 기회에서 정설빈의 오른발 무회전 프리킥이 기막히게 떨어지며 멋진 골로 연결된 것이다. 북한 문지기 홍명희가 왼쪽으로 몸을 날렸지만 워낙 낙차가 큰 슛이었기에 손을 쓰지 못했다.

먼저 골을 내줬다고 해서 그냥 물러날 북한 선수들이 아니었다. 역시 북한 여자 축구의 수준은 한국보다 한 수 위였다. 윤덕여 감독이 중원을 막기 위해 심서연을 올려보내는 특단의 조치를 취했지만 그녀 혼자서는 북한의 유능한 가운데 미드필더들(김은주, 전명화)을 감당하기 힘들었다.

동점골을 만들어내기 위한 북한의 공격은 실로 위력적이었다. 실점 후 10분 만에 간판 미드필더 위종심이 기습적인 오른발 중거리슛으로 한국 골문을 노렸다. 그녀의 발끝을 떠난 공은 묵직하게 크로스바를 때리고 나왔다. 문지기 김정미가 손을 쓸 수 없는 속도였다.

북한의 골대 불운은 한 번 더 이어졌다. 딱 2분 뒤에 전명화의 왼발 슛이 한국 골문 왼쪽 기둥을 강하게 때리고 반대편으로 흘러나갔다. 이를 지켜보는 많은 관중들도 가슴을 쓸어내릴 만한 강도였다.

두드리면 열린다는 축구장의 진리가 그대로 통하듯 북한의 동점골은 전반전이 끝나기 전에 만들어졌다. 역시 북한의 오른쪽 측면 공격은 강했다. 오른쪽에서 기습적으로 낮게 깔려온 공을 리예경이 미끄러지며 왼발로 밀어넣은 것이다.

지소연의 골대 불운...아...

지소연 '아쉬운 헤딩슛' 한국 축구대표팀의 지소연이 29일 오후 인천 문학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4 인천아시아경기대회' 여자축구 4강 북한과의 경기에서 헤딩슛을 시도하자, 북한 골키퍼 김정미가 볼을 막아내고 있다.

▲ 지소연 '아쉬운 헤딩슛' 한국 축구대표팀의 지소연이 29일 오후 인천 문학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4 인천아시아경기대회' 여자축구 4강 북한과의 경기에서 헤딩슛을 시도하자, 북한 골키퍼 김정미가 볼을 막아내고 있다. ⓒ 유성호


윤덕여 감독은 후반전에 수비쪽에 변화를 줬다. 심서연과 조소현의 자리를 바꿔 원래 자리로 돌려놓은 것이다. 아무래도 공격적으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결단이었다.

조소현을 미드필더로 올린 한국 선수들은 더 이상 물러섰다가는 뚝심 좋은 북한 선수들에게 계속 밀린다는 것을 깨닫고 전반전에 비해 훨씬 공격적인 경기 운영을 펼쳤다. 잉글랜드 여자 프로축구 첼시 레이디스에서 뛰다가 날아와 대만과의 8강 경기부터 함께 활약하고 있는 지소연이 발군의 실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지소연은 64분에 프리킥 세트 피스에서 뛰어난 위치 선정으로 결정적인 헤더 슛을 기록했는데 아쉽게도 북한 문지기 홍명희의 정면으로 날아가는 바람에 뜻을 이루지 못했다. 홍명희는 이 공을 잡았다가 놓치는 바람에 가까스로 골 라인 위에서 처리하는 아찔한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윤덕여 감독은 1-1의 팽팽한 균형이 이어지는 83분에 첫 번째 선수 교체를 통해 승부수를 띄웠다. 공격수 유영아를 미드필더 박희영으로 바꾼 것. 유영아가 뛰던 원톱 자리에는 짜릿한 선취골의 주인공 정설빈이 나섰다.

한국도 골대 불운을 겪었다. 88분에 지소연의 오른발 중거리슛이 북한 골문 왼쪽 톱 코너로 빨려들어가는 듯 보였지만 안타깝게도 크로스바를 강하게 때리고 나왔다. 양 팀 선수들은 체력적으로 고비를 맞을 시간이었지만 조금도 지친 기색 없이 뛰고 또 뛰었다.

그런데 역전 결승골은 조금 허무하게 나왔다. 후반전 추가 시간 3분이 표시되고 연장전을 준비해야 한다는 생각이 밀려올 시간이었다. 한국 벤치에서는 연장전을 대비하여 남아있는 교체 카드 두 장을 어떻게 활용할까 고민하고 있을 때 일이 터졌다. 수비수 임선주의 백 패스가 짧아 절체절명의 위기를 불러온 것이었다.

이에 한국 문지기 김정미는 골문을 비우고 달려나와 온몸으로 그 공을 막아내기는 했지만 후반전 교체 선수 허은별의 2차 슛을 막아내는 선수는 아무도 없었다. 역시 그녀는 북한 여자축구의 슈퍼 서브였다.

곧바로 한국 선수들은 킥 오프를 시도해 몇 초 동안의 공격이라도 시도하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왕 지아(중국) 주심의 휘슬 소리가 길게 울렸다. 북한 선수들이 모여서 기뻐하는 사이에 한국 수비수 임선주는 눈물을 닦고 있었다. 동료들이 위로했지만 흐르는 눈물은 어쩔 수 없었다.

이렇게 극적으로 결승에 오른 북한 선수들은 10월 1일 저녁 8시 문학경기장에서 강호 일본과 금메달을 놓고 다투게 되었고, 아쉽게 동메달 결정전으로 밀려난 한국 선수들은 그보다 3시간 먼저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베트남을 상대하게 되었다.

허은별 역전골에 쓰러진 한국 여자축구 북한 축구대표팀의 허은별이 29일 오후 인천 문학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4 인천아시아경기대회' 여자축구 4강 한국과의 경기에서 후반 마지막 1분을 남기고 역전골을 성공시킨 뒤 기뻐하고 있다.

▲ 허은별 역전골에 쓰러진 한국 여자축구 북한 축구대표팀의 허은별이 29일 오후 인천 문학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4 인천아시아경기대회' 여자축구 4강 한국과의 경기에서 후반 마지막 1분을 남기고 역전골을 성공시킨 뒤 기뻐하고 있다. ⓒ 유성호


북한 여자축구 결승진출 북한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29일 오후 인천 문학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4 인천아시아경기대회' 여자축구 4강 한국과의 경기에서 2대 1로 승리한 뒤 결승진출이 확정되자 동료들과 함께 기뻐하고 있다.

▲ 북한 여자축구 결승진출 북한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29일 오후 인천 문학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4 인천아시아경기대회' 여자축구 4강 한국과의 경기에서 2대 1로 승리한 뒤 결승진출이 확정되자 동료들과 함께 기뻐하고 있다. ⓒ 유성호


결승 진출 좌절된 여자축구 한국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29일 오후 인천 문학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4 인천아시아경기대회' 여자축구 4강 한국과의 경기에서 1대 2로 패한 뒤 북한 선수들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 결승 진출 좌절된 여자축구 한국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29일 오후 인천 문학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4 인천아시아경기대회' 여자축구 4강 한국과의 경기에서 1대 2로 패한 뒤 북한 선수들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 유성호


남북공동응원단 '통일 슛 골인' 인천아시안게임 북한 선수단을 응원하기 위해 구성된 남북공동응원단이 29일 오후 인천 문학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4 인천아시아경기대회' 여자축구 4강 한국과 북한과의 경기에서 열띤 응원을 펼치고 있다.

▲ 남북공동응원단 '통일 슛 골인' 인천아시안게임 북한 선수단을 응원하기 위해 구성된 남북공동응원단이 29일 오후 인천 문학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4 인천아시아경기대회' 여자축구 4강 한국과 북한과의 경기에서 열띤 응원을 펼치고 있다. ⓒ 유성호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덧붙이는 글 ※ 제17회 인천아시아경기대회 여자축구 준결승 결과(29일 저녁 8시 문학경기장)

★ 한국 1-2 북한 [득점 : 정설빈(11분) / 리예경(35분), 허은별(90+3분)]

◎ 한국 선수들
FW : 유영아(83분↔박희영)
MF : 정설빈, 권하늘, 심서연, 지소연, 전가을
DF : 조소현, 김도연, 임선주, 김혜리
GK : 김정미

◎ 북한 선수들
FW : 라은심, 김윤미(52분↔허은별)
MF : 리예경, 김은주, 전명화(75분↔정유리), 위종심
DF : 윤성미, 김은하, 김남희, 김은향
GK : 홍명희

★ 일본 3-0 베트남

◇ 동메달 결정전 일정(10월 1일 17시 인천축구전용경기장)
☆ 한국 - 베트남

◇ 결승전 일정(10월 1일 20시 문학경기장)
☆ 북한 - 일본
여자축구 남북대결 윤덕여 정설빈 지소연
댓글3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