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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의든 자의든) 풍자의 칼을 내려놓고, '19금'이란 무기까지 빼앗긴 tvN < SNL 코리아 >. 할 수 있는 카드가 줄어들자 풍자에 최적화된 '위크엔드 업데이트'란 형식을 버렸고, 결국 호스트를 한껏 놀린 후 그들의 속내를 들어주는 토크쇼를 배치했다. 이제 유희열이 떠난 자리는 미드 <윌프레드>의 캐릭터를 떠올리게 하는 '말하는 개'로 둔갑한 유세윤의 '자수꾸찌쇼'가 채웠다.

27일 방송에서 호스트 강용석은 "대통령이 꿈"라고 했다. 이미 <썰전> 등에서 여러 번 밝힌 바 있는 정치 복귀에 대한 야심에 이어지는 '기승전대통령'의 꿈. '고소남'으로 대표되는 '셀프디스'의 끝엔 결국 강용석의 원대한 야망이 자연스레 포개어 있었다. 비록 유세윤의 독설과 옆에 앉은 할머니의 끊임없는 웃음소리가 사운드로 깔렸지만.

이 또한 새로울 것은 없었다. '피플 업데이트'가 그랬다. 놀리고 조롱하는 듯하지만, 종국엔 호스트를 배려하고 그들이 온전히 자기 '말'(혹은 변호)을 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는 것이다. 강용석이야말로 이에 최적화된 호스트였다. 처절한 자기풍자 뒤에 오는 면죄부의 시간에 더 없이 어울리는.

문제는 그것이 '재미'나 '의미'가 있었느냐 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 SNL 코리아 > '강용석 편'은 그 두 가지 요건 중 어느 것도 충족시키지 못한 안타까운 방송이었다. 과거 빛나던 시절의 'SNL'과 비교하면 더더욱.

김민준과는 또 다른 강용석 놀리기, 괜찮았나 

 < SNL 코리아 >에 출연한 강용석.

< SNL 코리아 >에 출연한 강용석. ⓒ tvN


"딱히 싫어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진짜 좋아하지도 않는."

신동엽은 프로그램 시작에서 강용석을 이렇게 소개하며 (연출된) 떨떠름함을 표시했다. 강용석에 대한 대중의 호불호가 사실 그 정도이리라. 뒤이어 카메라가 잡은 강용석의 아들들. 이제는 지겨울 때도 됐다. 대중의 비호감을 '아빠' '가장' 이미지로 희석하려는 시도를.

이미 김구라는 방송에서 공공연하게 자신의 그러한 전례와 성공사례를 강용석에게 조언한 바 있다. <유자식 상팔자>로 재미를 본 강용석은 자신의 과거 행적과 이미지를 철저하게 희화화하는 프로그램에까지 자식들을 방청석에 앉혔다. 방송 말미 비친 그들의 표정이 과연 환한 미소였을까.

강용석의 과오는 몇 회전 출연했던 배우 김민준의 '손가락 욕설' 사건과는 차원이 다르다. 김민준이야 개인의 일탈 차원에서 다룰 만한 해프닝 정도였다. 이미 매체 당사자들과 원만하게 사건을 조율했고, 기사를 접한 대중 사이에서도 갑론을박이 있을 정도로 김민준에 대한 여론은 나쁘지 않았다. 상고심으로 대법원까지 간 사건의 당사자인 강용석과는 달라도 한참 다르다는 얘기다.

진정한 사과? 강용석에게 면죄부 준 tvN 

 < SNL 코리아 >에 출연한 강용석.

< SNL 코리아 >에 출연한 강용석. ⓒ tvN


강용석은 최근 <썰전>에서도 다시 한 번 진정한 사과를 구했다. 자신을 언급했던 이지애 아나운서 관련 뉴스를 다루면서 말이다. 어쩌면 이번 < SNL 코리아 >는 그의 사과에 종지부를 찍는 마지막 '면죄부'와 같은 방송이 될 것 같은 예감이다. 연예인도 아닌 그가 콩트에 도전하는 것은 분명 용기가 필요했을 것이다. 그러나 '방송인'을 자처하는 그이기에 그런 용기는 사실 언급 자체가 무의미한 것이리라. 

그런데 말이다. 알면 알고 모르면 모르는 그 강용석을 '셀프비하'하는 < SNL 코리아 >의 콩트나 영상은 그저 '당사자 출연'에 방점을 찍고선 그다지 큰 노력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당사자가 나와서 고소니 비하니 비호감이니 놀리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었을까. 강용석이 배우나 가수가 아니어서 연기가 부족하다는 변명을 댈 거라면, 그의 출연 자체를 회의하는 것이 맞지 않는가.

그를 방송에서 키워(?)준 것도 < 슈퍼스타K >나 < 화성인 바이러스 > 등 CJ E&M 계열 케이블 채널이다. 그리고 그는 tvN에서 장수 중인 <강용석의 고소한 19>를 진행 중이다. 이번 '강용석편'은 누구에겐 '셀프디스'로 보였는지 모르겠지만, 한편으론 철저한 제 식구 감싸기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것도 지상파였다면 불가능했을 아주 화끈한 방식의 감싸기다.

강용석 SN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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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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