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12일 국내 종합격투기 역사에 기록될 재앙이 벌어졌다. 바로 종합격투기 이벤트인 '레볼루션 2 - 혁명의 시작'이 개최된 날이다. 이 날 이벤트에서는 출전 예정이었던 '테크노 골리앗' 최홍만이 대전료 미지급 문제로 출전을 거부하면서 한 차례 혼란이 일어났다.

경기장을 직접 찾은 관객들은 아쉬움과 불만을 토로했다. 그러나 일부 관객들은 최홍만의 출전불발 소식에 대해서 어떠한 불만도 가지지 않았다. 그 이유는 바로 그 관객들이 당일 이벤트에 출전했던 제국의 아이들 소속 김태헌의 프로 데뷔전을 지켜보기 위해 경기장을 찾은 팬들이기 때문이다.

아이돌 그룹 제국의 아이들 소속 김태헌은 이전부터 복싱과 종합격투기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드러내왔다. 김태헌은 경기 전부터 UFC 파이터 정찬성의 체육관에서 함께 훈련하며 자신의 열정을 입증했다.

그러나 김태헌의 프로 데뷔 상대는 터무니 없었다. 프로전적 5전 3승 2패의 기록을 가진 일본의 타나카 다이사쿠였다. 프로전적 5전의 기록을 가진 선수라면 중견선수로 취급하는 것이 올바르다. 중견선수와 이제 막 데뷔하는 신인선수를 대진표에 구성한다는 것은 사실상 잔혹한 구타행위를 기대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일반인 VS 프로 파이터

사실 김태헌은 프로 종합격투기 선수의 실력을 보유하지 못한 상태였다. 실질적인 종합격투기 수련기간은 1년이 넘지 못했다. 제아무리 국내 최고의 선수들이 김태헌의 트레이닝에 힘을 쏟았다고 해도 터무니 없이 짧은 기간이었다.

그런 김태헌의 격투 실력은 사실상 일반인으로 평가해도 무방하다. 경기중 타나카의 가벼운 맨손 펀치 조차 쉽사리 피하지 못한 김태헌의 모습을 살펴보면 알 수 있다. 사실 일반인과 프로 파이터가 강도의 제약 없이 실제 종합격투기 경기를 진행한다는 것은 무척 위험한 행위다.

자칫 잘못하면 일반인의 생명에 지장이 갈 수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절규하는 소녀 팬들, 피 흘리는 아이돌

김태헌은 타나카의 수 차례에 걸친 펀치와 니킥 공격으로 인해서 코에서 출혈이 일어났다. 경기 후 관계자에 따르면 김태헌은 코 수술을 진행했다고 한다. 문제는 김태헌의 단순한 출혈이 아니었다. 김태헌의 경기를 지켜보기 위해서 경기장을 찾은 김태헌의 소녀 팬들이었다.

경기장 현장에서 취재중이었던 필자는 경기장 내부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소녀 팬들의 비명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고개를 떨군채 안면 공격을 허용한 김태헌은 고개를 들어올리자 마자 자신의 팬들에게 피투성이가 된 자신의 얼굴을 확인시켰다.

사실 아이돌이란 10대 청소년들에게 우상으로서 존경심을 불러일으키는 존재다. 사전적 의미의 아이돌이 현장을 찾은 소녀들에게 김태헌이었다면 그 모습은 '충격'이라는 단어만으로 표현할 수 없을 것 이다.

자칫 종합격투기를 경멸할 수도...

이 날 '레볼루션 2 - 혁명의 시작' 이벤트는 여러 면에서 오점을 남겼다. 물론 김태헌의 팬들은 오로지 김태헌을 보기 위해서 현장을 찾았다고는 하지만 미숙한 대회 운영과 분노를 불러 일으키는 미스매치에 대해서 소녀 팬들이라고 아무런 감정을 느끼지 못하지는 않을 것이다.

더군다나 생전 처음 현장에서 보았을 격투기 경기를 오로지 김태헌을 위해서 지켜본 팬들에게 김태헌의 처절한 사투는 독이 되었을 것이다. 그 당시 감정이 과연 현재는 어떠한 분노로 남아 있을까?

그러한 팬들의 분노가 곧이 곧대로 증발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최악의 경우 종합격투기 종목 자체에 대한 혐오와 경멸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전부터 여성에게는 그다지 좋지 않은 이미지를 심어주었던 격투 스포츠 분야가 자신이 응원하는 아이돌을 피투성이로 만든 주범이라는 생각이 뇌리에 꽂히게 되면 더 이상 손 쓸 방법은 없다.

종합격투기라는 종목은 새로운 안티팬을 얻게 된 것이다.

김태헌은 아이돌이기 이전에 종합격투기를 사랑했다. 순수한 마음에서 해당 종목을 좋아하고 출전했지만 그 결과는 자신을 응원하는 팬들이 자신이 사랑하는 종목을 비판하도록 만들었다. 이 모든 것은 터무니 없이 실력 격차가 나는 상대를 맞이한 김태헌의 잘못도, 순수한 마음에서 응원했던 팬들의 잘못도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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