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보험주식회사 에서 한보장을 연기하는 정상훈

▲ 완전보험주식회사 에서 한보장을 연기하는 정상훈 ⓒ 박정환


정상훈은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란 뮤지컬 배우 가운데 한 사람이다. <SNL 코리아>에 출연하고 있으면서 <완전보험주식회사>에도 출연하니 말이다. 정상훈은 <완전보험주식회사>에서 한보장을 연기한다.

 

이혼한 전 아내와 한 직장에서 고객을 위한 기발한 보험을 만들어 히트하기를 바라는 한보장을 연기하는데 이번에는 웃음기를 최대한 자제하겠다고 한다. 극을 이끌어가는 주인공 역할이다 보니 웃음보다는 극을 이끌어가는 데 중점을 두겠다는 것.

 

최근 그는 <SNL 코리아>에서 콩트 '스캔들'을 연기하다가 홍진경으로부터 '폭풍 구타'를 당하기도 했다. 아무리 콩트라고는 하지만 서운할 법도 한데, 막역한 친구와 만나 연기해서 서운함이 자리할 여유는 눈곱만큼도 없었다고 한다. 되레 반갑게 연기했다고 한다. 정상훈이 이야기하는 <완전보험주식회사>와 <SNL 코리아>에 귀를, 아니 눈을 기울여보도록 해보자.

 

- 창작뮤지컬은 작가와 연출뿐만 아니라 배우도 함께 작품을 만들어간다.


"<SNL 코리아>에 출연하느라 뮤지컬은 올해 쉬려고 했었다. 출연 제의가 들어왔던 작품도 고사했다. 그런데 <완전보험주식회사>는 뮤지컬 배우가 들어도 음악이 훌륭했다.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창작뮤지컬은 새로운 걸 만들어가야 한다.

 

언제 창작 초연물에 출연하겠는가? 새로운 것에 도전하기를 좋아하는 성향도 있고 해서 출연을 결심했다. 기대한 것 이상으로 관객이 좋아해서 배우도 흥이 난다. 짜임새 있는 기승전결을 만들기 위해 연출가뿐만 아니라 모든 배우가 힘을 합해 작품을 만들어간다.


완전보험주식회사 에서 한보장을 연기하는 정상훈

▲ 완전보험주식회사 에서 한보장을 연기하는 정상훈 ⓒ (주)샘컴퍼니, 광뮤지컬컴퍼니


 

- 추석 연휴 때 가족들도 제대로 만나지 못하고 연습에 매달렸다.


"석 달 동안 쉬는 날이 없었다. 뮤지컬을 쉬는 날에는 <SNL 코리아> 연습과 촬영을 해야 했다. 뮤지컬 연습에 들어가기 전부터 <완전보험주식회사> 배우와 스태프들이 만나서 작품을 위한 아이디어를 끊임없이 짜냈다."

 

- 우리나라에서 한 코미디 한다는 뮤지컬 배우들이 총망라했다. 아이디어가 풍부했을 텐데.


"홍지민 씨, 임기홍 씨, 백주희 씨, 박훈 씨 등 아이디어 뱅크가 모두 모였다고 보면 된다. 아이디어를 낼 때 한 사람의 일방적인 아이디어가 아니었다. 여러 배우의 다양하고 새로운 아이디어가 모여서 행복한 작품이 되었다.

 

제가 출연했던 라이선스 작품 <맨 오브 라만차>나 <구텐버그><스팸어랏> 등은 지난한 발전 과정이 있은 다음에야 우리나라로 수입된 작품들이다. 모든 창작뮤지컬 역시 장기 공연으로 흐르면 대본과 작품이 깔끔하게 가다듬어질 수 있을 것이다."

 

- 한보장은 이혼한 아내를 보기도 싫을 텐데 어떻게 관심을 기울이는가.


"류시화의 시 가운데 '그때 몰랐던 것을 지금 알았더라면'이라는 시구가 있다. 그 시처럼 지금 느끼는 감정과 미래에 느끼는 감정이 다르다. 한보장이 아내와 살 당시에는 옥신각신 다툴 일이 지금 와서는 다툴 만한 일이 아니다. 대개의 사람이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갔으면 하는 바람은 남는 게 후회가 남아서가 아닐까.

 

사람은 배우자와 결혼할 때 100% 맞는 사람과 결혼할 수 없다. 나를 배우자에게 맞춰야 결혼 생활이 유지된다는 걸 알면서도 한보장은 이를 지키지 못했다. 한보장이 신다정과 만나서 '다시 한번 시작해 볼래' 하고 요청하는 건 한보장이 결혼했을 때에는 몰랐던 걸 이혼하고서야 깨달을 수 있어서다."

 

- 답변을 들어 보니 인연을 중요시한다는 느낌이 든다.


"배우는 상당 부분 인연을 소중히 생각해야 한다. 인연이나 관계를 통해 연기가 발전할 수 있다. 매 작품 다른 캐릭터를 연기해야 한다. 캐릭터에 연기적인 색깔을 입힐 때 제가 만났든 다른 인연을 만났든 그것을 모티브로 캐릭터에 연기적인 색깔을 입힐 수 있다."

 

- 코믹 연기를 하다 보면 배우가 흥에 겨워 감정 과잉으로 치닫기 쉽다.


"배우라면 웃음에 대한 욕심이 있다. 임기홍씨와 백주희씨에게 코미디를 몰아주고 이번에는 조금 덜 웃기더라도 드라마를 이끌어가야 한다. 드라마에 충실해야 이혼 보험의 당위성, 보험 회사 안에서 한 인간으로서의 꿈, 이혼한 신다정과의 재결합이 충실하게 묘사될 수 있다."


완전보험주식회사 에서 한보장을 연기하는 정상훈

▲ 완전보험주식회사 에서 한보장을 연기하는 정상훈 ⓒ 박정환


 

- 뮤지컬 분야에서는 요리 잘 하는 배우로도 정평이 났다.


"맛있는 걸 좋아한다. 그렇다고 해서 맛집에만 갈 수는 없다. 엄마의 손맛은 맛집과 비교할 수 없다. 진짜 음식 맛을 알면 사 먹는 맛과는 달리 음식 맛을 나누는 정이 필요하다. 맛집의 레시피를 알아놓았다가 MT에서 해주면 너무나들 좋아한다. 맛집에서 맛있는 음식을 사주는 것보다 많은 사람에게 직접 요리해서 먹이는 게 행복해서 직접 요리를 한다."

 

- 13일 방영된 <SNL 코리아>에서 홍진경씨에게 두 번 이상 맞았다.


"원래는 한 대만 맞기로 했다. 이십 대 때 홍진경을 비롯한 친구 7~8명이 봉고차 한 대 빌려서 경주까지 간 적이 있을 정도로 추억을 함께 나눈 친구다. 그런 친구다 보니 뺨을 맞아도 나쁘지 않았다."

 

- <SNL 코리아>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다.


"신동엽 형이 개그클럽 선배다. 함께 출연하는 정성호, 김민교 형은 학교 선배들이다. <SNL 코리아>에 투입된 작가만 20명이다. 대본은 한 주 동안 작가들이 만들어온다. 배우들은 이렇게 나온 대본을 어떻게 연기로 풀어갈까를 토요일 아침 10시에 만나서 오후 2시까지 4시간 동안 회의를 한다. 생방송하기 전까지 리허설을 한 번 하는 게 아니다. 4번 이상 한다.

 

처음에는 생방송이라 잘못 대사를 할까 봐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 시청자가 모르는 실수를 하는 적도 있다. 당시 안영미씨가 트렌스젠더로 나오는 콩트가 있었다. 제가 영미라고 부르지 말고 극 중 이름 '영수야' 라고 불러야 하는 장면에서 실수로 '영미야'라고 부른 적도 있다."

 

- 뮤지컬로 인연이 되어서 지금의 아내와 만났다.


"<올슉업>을 할 때 데니스를 연기한 적이 있다. 당시 데니스는 짝사랑을 하는 남자다. 여성 관객이 좋아하는 역할이었다. 아련하고 보호 본능을 일으키는 캐릭터다. 당시 배우와 팬으로 만나서 부부의 인연으로까지 닿았다.

2014.09.19 10:29 ⓒ 2014 OhmyNews
정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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