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큰 인기를 모으고 있는 테일러 스위프트

여전히 큰 인기를 모으고 있는 테일러 스위프트 ⓒ 유니버설뮤직코리아


한국 음원차트에서 여성 아티스트들의 파워가 최근 몇 년간 막강했던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걸그룹에 한정되긴 하지만). 팝계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몇 년 전 국내 오디션 프로그램의 단골 참가 곡이기도 했던 아델(Adele)의 장기간 빌보드 차트 장악, 타임지가 선정한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여성'이기도 한 비욘세(Beyonce)를 생각해본다면 이제 '우먼파워'는 트렌드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요즘처럼 여성 아티스트들의 힘이 막강했던 때가 있었을까? 눈에 띌 만한 대형 남성 아티스트들의 출현이 뜸한 가운데, 지난 주 발표된 9월 20일자 빌보드 싱글차트 Top 10 중 1위를 비롯한 무려 7자리를 여성 아티스트들이 차지했다.

기존 강자들은 물론 신인들이 장악한 빌보드 싱글차트

한국에서 내한공연을 가지기도 했던 테일러스위프트(Taylor Swift)는 컨트리 음악계를 넘어서 자타가 공인하는 빌보드 차트의 여왕이다. 이번 신곡인 '쉐이크 잇 오프(Shake It Off)' 또한 지난주까지는 차트 1위를 지켰었는데 이런 그녀를 넘어선 아티스트는 R&B계의 신성 메간 트레이너(Megan Trainor)의 '올 어바웃 뎃 베이스(All About That Bass)'다. 첫 싱글로 당당히 1위를 차지한 그녀는 1993년생의 싱어송 라이터다.

3, 4위는 테일러와 마찬가지로 우리에게 조금 더 익숙한 아티스트들이다. 바로 트렌디한 힙합 여제 니키 미나즈(Nicki MInaj)의 '아나콘다(Anaconda)'와 가창력에 있어선 예측을 불허하는 제시제이(Jessie J)의 '뱅뱅(Bang Bang)'이다. 바로 그 뒤를 잇는 건 남성팬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으며 이미 '팬시(Fancy)'로 1위를 차지한 적이 있는 이기 아젤리아(Iggy Azalea)의 '블랙 위도우(Black Widow)'다.

재미있는 사실은 '뱅뱅'과 '블랙 위도우' 모두 쟁쟁한 여성 아티스트이 피쳐링한 노래란 것이다. '뱅뱅'은 3위를 차지한 니키 미나즈, 그리고 '미국의 아이유'로 엄청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아리아나 그란데(Ariana Grande)가 함께한 노래며, '블랙 위도우'는 좀 있으면 내한이 예정되어 있기도 한 리타 오라(Riga Ora)가 함께 한 노래다.

그리고 10위는 이미 비욘세, 리한나 등의 히트곡을 만든 최고의 작곡자인 싱어송라이터 시아(Sia)의 '챈들디어(Chandelier)'가 차지했는데, 국내 팬들에게는 조금 생소한 이름일 순 있겠지만 올해 발매된 그녀의 앨범 < 1000 Forms of Fear >는 빌보드 앨범 차트 1위는 물론 앨범 수록곡 중 어느 한 곡도 듣지 않으면 후회할 수준을 가진 훌륭한 앨범이다.

가장 눈에 띄는 우먼파워계의 신성은 역시 아리아나 그란데

 떠오르는 신성 아리아나 그란데

떠오르는 신성 아리아나 그란데 ⓒ 유니버설뮤직코리아


아리아나 그란데는 하이틴 스타로 미국에선 가수 데뷔 전부터 지명도가 비교적 높았다. 하지만 그런 그녀도 가수로 앨범을 발매했을 때 이토록 많은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질 줄은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2013년의 데뷔 앨범 < Yours Truly >는 미국에서 앨범차트 1위를 차지하긴 했으나 싱글차트에서는 '더 웨이'(The Way)'가 9위를 차지하는데 만족해야 했다. 그러나 1위는 차지하지 못했어도 한 앨범에서 무려 4곡을 Top 100에 올려놓았으며 무엇보다도 그녀의 가창력을 인정하는 목소리가 높았다는 점은 충분히 고무적이었다.

그리고 2014년, 그녀의 두 번째 앨범 < My Everything >이 발매되었다. 먼저 공개된 '프러블럼(Problem)'과 뒤 이어 공개된 '브레이크 프리(Break Free)'(지난 주 8위)는 지난 앨범 때와 마찬가지로 1위는 차지하지 못하며 2위에 그치고 말았다. 그러나 팝계의 평가는 아리아나 그란데가 단순히 싱글차트 1위를 차지하지 못한 것에만 주목하지 않았다. 그녀의 숨겨진 실력에 주목한 것이다.

깔끔하면서도 희열을 느끼게 하는 고음처리는 이제는 아리아나 그란데만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어버렸다. 단순히 높은 음만을 잘 구사하는 것이 아니다. 감정을 세밀하게 조절하는 기술과 안정적인 멜로디 구축 속에 이어지는 한 방의 훅은 그녀를 한 명의 아티스트로 인정할 수 있게 해준다.

이기 아젤리아, 제드(Zedd), 빅 션(Big Sean), 에이샵 퍼그(A$AP Ferg)의 피쳐링 진을 통해 트렌디함도 잃지 않았다. 특히 단 하나의 '원 히트 원더(One Hit Wonder)'에만 주목한 것이 아니라 앨범 전체적인 조합을 중요시하며 대중성 또한 잃지 않은 점은 그녀가 앞으로도 계속 성잘할 아티스트라는 것을 예상하기에 충분하게 해준다.

한국 대중음악, 진정한 의미의 우먼파워를 바라며

단순히 영미권 팝계라서가 아니다. 최근 팝계의 경향은 한국 대중음악계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팝계의 우먼파워는 기본적으로 실력이 밑바탕이 되어 이루어진 일들이다. 가창력은 기본, 곡을 해석하는 능력도 탁월하며 작사 작곡은 물론 대중에게 어필하기 위한 각각의 캐릭터 설정 또한 완벽하게 구축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소위 대박을 치고 있다는 걸그룹들은 각자의 개성을 잃어버린 지 오래다. 가수가 직접 곡을 생상하는 것이 아닌 일부 몇 개의 작곡 팀이 노래를 돌려가며 걸그룹들에게 주고 있기 때문에 곡 자체의 개성보다는 춤과 콘셉트로만 승부할 뿐이다. 이 와중에 실력과 개성 모두를 가지고 있는 선배 여성 아티스트들이 힘을 내면 좋겠지만 여의치는 않다.

그렇다고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얼마 전 이선희는 오래간만의 정규 앨범을 발표했는데 각종 음원차트 1위를 차지하며 좋은 음악은 여전히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음을 증명했다. 또한 아이유는 어린 나이에도 자신만의 커리어를 확실하게 쌓아가고 있는 아티스트로 대중과 음악계에서 인정하고 있지 않은가?

결국 관건은 가수가 단순히 노래하고 춤추는 것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가 깊은 고민을 통해 노래를 세상에 내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어리기 때문에', '아직은 익숙하지 않아서', '시간이 없어서', '돈이 없기 때문에'와 같이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결국 앞으로 오랜시간 가수로 활동하고 자신의 음악을 듣는 사람들에게 즐거움과 감동을 주고 싶다면 변해야 할 것이다. 진심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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