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타짜: 신의 손>의 한 장면.

영화 <타짜: 신의 손>의 한 장면. ⓒ 롯데엔터테인먼트


|오마이스타 ■취재/이선필 기자| <포화 속으로><동창생>에 이어 장편으로 치면 벌써 세 번째 주연이다. 강형철 감독의 <타짜: 신의 손>(이하 <타짜2>)의 부름을 받은 최승현은 처음엔 고사했었다. 자신의 세대가 아닌 윗세대에서 마니아들이 많기에 자칫 그 이미지를 깰까 걱정이었던 것이다.

허영만 작가의 단행본이 지닌 아우라(Aura)를 그 역시 잘 알고 있었다. 강형철 감독은 확신에 찬 눈빛으로 최승현을 잡았고, 그렇게 <타짜2>의 함대길이 관객과 만날 수 있었다. 고니의 조카인 대길은 정신적으로 아직 미성숙한 철없는 청년이었다. 그가 운명적 사랑인 허미나(신세경 분)을 만나고, 인생 멘토인 타짜 고광렬(유해진 분)을 만나며 성장한다. 즉, <타짜2>는 대길의 성장 드라마기도 했다.

확신 생긴 대길이라는 캐릭터 "즐기면서 촬영했다"

"출발할 때부터 위험이 큰 게임인 걸 알았어요. 그냥 도박판 같았죠. 시나리오를 워낙 재밌게 봤었고, 위험이 크다는 게 제겐 오히려 자극이 됐어요. 해내고 싶었습니다. 감독님을 뵙고 신뢰가 커졌고, 그게 용기가 됐어요."

타짜의 면모였다. 최승현은 "영화 속에서 대길이가 승승장구 할 땐 짜릿했고, 실패할 땐 허무함을 느끼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영화 외적인 부담은 그래서 잊을 수 있었다. 혈기왕성한 대길은 자연인 최승현과 상당 부문 일치했고, 어느새 그는 촬영을 즐기고 있었다.

"모든 촬영을 콘티대로 했어요. 대길이가 또 워낙 극과극의 인물이라 세밀한 설정이 필요했죠. 겉멋 때문에 혹시 느끼해 보일까 걱정했어요. 지질할 땐 엄청 지질한 인물이잖아요. 그래서 절 캐스팅한 건가 느꼈어요. 대길이 초반에 보인 못난 모습이 어릴 때 저와 많이 닮았거든요. 남자들이 보통 어릴 때는 막연한 꿈을 쉽게 생각하고 있는 척하기 마련이잖아요. 단순하기도 하고, 저 역시 그런 모습을 갖고 있었어요. 어느새 촬영을 즐기고 있더라고요.

1편에 출연한 조승우 님과 비교될 수도 있는데 오히려 고니 같은 캐릭터였으면 못했을 거예요. 고니와 대길은 같은 사람일 수 없잖아요. 새로운 사람을 독특하게 보이겠다는 생각으로 임했어요. 내가 만화의 일부분이라고 생각하고 연기했죠."

검증이 필요해? "진심은 통한다는 걸 믿는다"

 영화 <타짜: 신의 손>의 한 장면.

ⓒ 롯데엔터테인먼트


빅뱅의 래퍼이자 연기도 병행하고 있는 최승현이다. 그에게 '검증'이라는 단어를 썼다. 노래와 퍼포먼스로는 어느 정도의 평가가 나온 인물이지만 여전히 연기에서는 물음표가 붙는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아이돌 출신', '아이돌 배우'라는 상투적인 꼬리표 역시 그에게 단골처럼 붙는 수식어 중 하나다. 

"제가 아이돌이라고 생각하진 않기에 예전엔 그런 표현이 싫었는데 지금은 좋아요. 어쩌면 우리가 시대를 잘 타고난 건지도 모릅니다. 그룹을 좋아하는 시대에 태어나서 이렇게 음악을 할 수 있잖아요. 또 이 시장에서 연기를 할 수 있다는 게 행복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영화를 하면서 세경씨에게 더 다가가려고 얘기를 많이 했습니다. 솔직한 심정을 전하면서요. 장면에서 대길과 미나는 이런 생각을 할 거라면서 감추지 않고 얘기했어요. 영화를 위해서였죠. 세경씨가 참 좋은 사람인 게 배려심이 깊어요. 감독님의 오케이 사인이 나도 제게 어땠는지 물어봤어요. 서로에게 모니터를 바라는 모습에서 작품에 애정이 크다는 걸 느낄 수 있었죠. 빅뱅 이후 여자 분에게 동료 의식을 느낀 건 처음이었죠."

잠깐 다른 얘기지만 강형철 감독의 성과를 돌아보자. <과속 스캔들> <써니>로 연타석 흥행 기록을 세웠다는 건 주지의 사실이지만 이와 함께 박보영, 강소라, 심은경 등 신예 스타를 발굴했다는 또 다른 공이 있다. 최승현 역시 이 부분에 대한 기대감을 갖지 않았을까.

"사실 이번 영화에서 욕심 없이 하는 게 목표였어요. 그냥 (연기에 대한) 진심을 담고 싶었고, 재밌게 해보자는 생각이었습니다. 진심은 통한다고 믿어요. 만약 그게 영화에서 안 느껴지면 원작을 좋아하는 분들에게 해를 끼치는 거죠. 그게 부담이라면 부담이었어요. 촬영을 마치고 나니까 감독님이 워낙 좋은 배우들을 발굴했기에 궁금했죠. 함대길은 또 어떻게 다루실지도 궁금해지더라고요."

보통 <타짜>를 두고 단순한 오락 영화로 생각하기 십상이지만 나름의 교훈이 있다. 제한된 시간에 결론을 내야하는 영화기에 흥망성쇠가 우리 인생의 흐름보다 압축돼 있고, 그만큼 빠르게 보여질 뿐이지 본질은 같다. 최승현은 "영화를 통해 역시 쉽게 얻는 건 허무하게 잃을 수 있다는 걸 다시 배웠다"며 "연예인도 마찬가지인데 사랑받을 때는 불안할 정도로 행복하고, 혼자 있을 땐 허탈하기도 하다"고 고백했다.

 영화 <타짜: 신의 손>의 한 장면.

ⓒ 롯데엔터테인먼트


"(연예계라는 곳이) 새로운 걸 항상 찾아야 하고, 그게 안 된다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냉정한 세계잖아요. <동창생> 때는 배우와 가수의 균형을 고민하고 있다는 말을 했지만 지금은 어떤 선을 정해놓지 않고 있어요. 뭔가를 정하면 아무 일도 못하더라고요. 꽂히는 걸 하고 싶어요. 에너지가 들끓어 오르는 일이요.

드라마요? 빅뱅의 큰 형으로 수개월의 시간을 작품에 몰두할 엄두가 안 나요. 솔직히 얘기하면 쪽 대본을 받아 연기하는 게 좀 싫기도 하고요. 대본을 받으면 오랜 시간 보고 고민을 하는 편이라 드라마 쪽 대본을 하게 되면 제가 작품을 망쳐버릴 거 같아요. 함대길을 하나씩 완성하는 과정이 짜릿했습니다. 무대는 4분이라는 시간 안에 실수하면 되돌릴 수 없기에 그만큼 예민해지는데 영화는 만드는 과정을 몸소 느낄 수 있어서 좋아요. <타짜>를 통해 겁내지 않고 표현할 수 있겠다는 용기를 얻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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