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받은 공연만이 무대에 오르는 라스베이거스(Las Vegas). 그 중에서도 최고의 공연만을 관객에게 선보이는 엔터테인먼트 그룹 '태양의 서커스(Cirque de soleil)'에서 한국인 댄서를 발탁하였다. 이문행(27)씨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태양의 서커스는 현재까지 4000명이 넘는 아티스트와 함께 공연을 하였고, 전체 공연의 누적 관람객 수는 1500만 명에 이르는 굴지의 공연 그룹이다. 그래서 라스베이거스에서 최고의 공연을 하고자 하는 아티스트들은 태양의 서커스로 향하게 된다.
자동차 생활만 1년...태양의 서커스 무대에 서기까지
▲ 제자들과 함께 있는 이문행. 제일 아랫줄 왼쪽에서 세 번째가 이문행. 문 리(Moon Lee)라는 예명으로 현재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다. ⓒ 이문행
현재 라스베이거스에서 상연되고 있는 태양의 서커스 그룹 제작 공연 <마이클 잭슨 원(Michael Jackson onE)>에 출연하고 있는 이씨는 지금의 무대에 오르기까지 수없이 거친 미국에서의 생활을 견뎌야 했다.
그가 미국행을 결심하게 된 것은 대학에 입학하고 난 후인 21살 때였다. 본인의 재능을 발현할 만한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한국에서 지내며 대학 생활에 회의를 느끼던 중, 지인의 소개로 미국행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처음 3년은 학업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해야만 하는 생활이었다. 커뮤니티 컬리지에 다니며 혼자 살아가던 그는, 집도 없이 처음 1년 동안은 자동차에서 살아야 했다. 우울증도 찾아왔고, 밥벌이에 쫓겨 춤도 마음껏 출 수 없었던 그에게, 자동차에서의 생활을 1년 남짓 넘겼을 때 기회가 운명처럼 찾아왔다. 그가 일하던 일식집에서의 우연한 손님과의 만남에서다.
장난스럽게 시작된 대화에서 손님은 이씨의 팁을 걸고 주차장에서 춤 배틀을 제안했는데, 알고 보니 그 손님은 미국의 유명 비보이 팀인 플랙서블 플레이브(FLEXIBLE FLAVE)의 비보이 빈세니티(Vinsanity)였던 것.
이씨는 그의 소개로 공연 스튜디오에도 들어가게 됐고, 댄서로서의 경력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수 있었다. 차근히 경력을 쌓으며 수도 없이 오디션을 봤지만 결과는 매번 참담했다. 동양인을 선호하지 않는 미국의 엔터테인먼트 시장에서 살아남기는 맘처럼 쉬운 일만은 아니었다.
한국에 돌아올 결심을 하고 귀국을 3개월 남겨두었을 때,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참가했던 자바워키즈(Jabbawockeez)의 공연 <뮤직(Mus.i.c)> 오디션에 합격하여 드디어 라스베이거스 쇼비지니스 세계에 발을 들여놓게 됐다. 그것도 주인공이었다. 한국인 댄서로는 최초다.
꿈같던 1년을 보낸 그는 무대에서 내려와 자바워키즈의 마케팅 디렉터로도 활약했다. 그러던 중 태양의 서커스 측에서 이문행 씨에게 먼저 러브콜을 보내 왔고, 간단한 오디션 절차를 거친 뒤 바로 태양의 서커스 무대에 서게 됐다.
▲ <마이클 잭슨 원>의 공연 포스터 <마이클 잭슨 원(Michael Jackson onE)>은 2004년 발표되었던 그의 다큐멘터리와 동명의 공연으로, 마이클 잭슨 에게서 영감을 얻은 네명의 워너비들이 모험을 떠나면서 펼쳐지게 되는 이야기이다.
ⓒ 태양의 서커스
그가 공연하는 <마이클 잭슨 원>은 마이클 잭슨에게서 영감을 얻은 네 명의 워너비들이 모험을 떠나면서 펼쳐지게 되는 이야기로, 시각적인 무대연출과 영상, 그리고 음악적인 창의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이 공연은 마이클 잭슨의 자녀들도 보러 올만큼 라스베이거스에서도 인기 있다. 이씨의 궁극적인 목표는 인정받는 공연 연출가 겸 공연 에이전시를 설립하는 것인데, 열악한 한국 댄서들에게 자신이 미국 생활을 거치며 갖게 된 노하우와 좋은 환경을 제공해주고 싶다고 한다.
그 목표의 첫 발걸음으로 그는 오는 11월, 한국의 댄서와 댄서 지망생들과 만남의 시간을 갖는다. 자신의 풍부한 경험과 그동안의 노하우를 함께 나누고 알려주는 워크샵에서 그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사람들이 많기를 기원한다.
▲ <마이클 잭슨 원> 공연의 한 장면 태양의 서커스에서 주관하는 공연 중 하나인 <마이클 잭슨 원> 무대에 오르는 한국인은 이문행이 최초이다. ⓒ 태양의 서커스
* 공연 <마이클 잭슨 원(Michael Jackson onE)> 은 2004년 발표되었던 그의 다큐멘터리와 동명의 공연으로, 마이클 잭슨에게서 영감을 얻은 네 명의 워너비들이 모험을 떠나면서 펼쳐지게 되는 이야기이다. 마이클 잭슨의 용기, 천진함, 사랑, 그리고 천재성을 이들을 통해 재현하는데, 시각적인 조명과 무대연출, 그리고 음악적인 창의력이 요소요소 숨어 있다.
*자바워키즈(Jabbawockeez) 는 MTV 의 아메리카 베스트 댄스 크루 시즌1 우승팀이다. 2003년 서부 캘리포니아에서 결성된 팀으로 여러 지역, 크루의 올스타 개념으로 뭉쳐진 팀이다. 미국에서 가장 성공한 댄스 팀 그리고 살아있는 전설이라 칭송 받는 이 팀은, 2010년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라스베이거스에 자신들의 이름을 걸고 힙합 댄스 쇼를 만들어 현재 룩소(Luxor) 호텔에서 힙합댄스 쇼 <프리즘(Prism)>으로 세계 쇼 비지니스에 당당하게 도전장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