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홍이 뮤지컬 <완전보험주식회사>에서 연기하는 장동빈은 홈쇼핑 모델이다. 이름은 영화배우 장동건을 패러디한 이름이지만 '과연 저런 사람이 모델을 해도 되나' 할 정도로 외모에는 의구심이 든다. 여러 다양한 시도를 해보지만 뜻대로 일이 풀리지 않는다. 그러다가 그는 이혼 보험을 악용하려고 한다.

이혼 보험에 가입한 다음 장동빈은 좋아하는 여자와 결혼하고 이혼하려는 계획을 세운다. 여자는 여자대로 울리고 보험금은 보험금대로 타먹으려는 나쁜 남자다. 하지만 애초 계획과는 반대로 함께 사는 아내가 너무나도 괜찮다. 과연 장동빈은 이대로 착한 아내와 계속해서 결혼 생활을 할지, 아니면 계획대로 정략 이혼하고 보험금을 탈지 기로에 놓인다.

임기홍은 웃기려고 연기하지 않는다. 배우가 스스로 재미있을 때 관객도 즐거워한다는 사실을 알고 먼저 극의 재미에 빠져들도록 노력하는 스타일이다. 장동빈과 사무실 부장 역할을 한 공간에서 하는 퀵 체인지 장면이 이 뮤지컬에서 웃음의 백미라고 소개하니 임기홍의 연기가 기대되지 않을 수 없다.

"웃기는 연기 위해 다양한 정서를 알아야"
- 웃기는 역할을 많이 연기해서 연습실을 가면 분위기 메이커를 담당할 듯하다.
"예전에는 연습실을 갈 때 분위기를 재미있게 만들어야겠다는 의무감이 컸다. 무대에서도 웃겨야 하지만 배우들도 웃겨야 한다는 의무감이 컸던 거다. 하지만 요즘은 사이좋게 잘 지내도록 분위기를 조성해주면 배우끼리 자연스럽게 화목한 분위기가 연출된다."

- 웃기는 연기뿐만 아니라 멀티 연기에도 일가견이 있다.
"<스위니 토드> 오디션을 본 적이 있다. 당시 <스위니 토드>는 가을로 예정된 공연이었다. 그런데 제작사 대표님이 연말 스케줄을 문의했다. 연말 스케줄이 없다고 대답하니 <김종욱 찾기> 무대에 서게 됐다.

<김종욱 찾기>를 할 때 1인 23역을 소화했다. 당시 한 작품만 한 게 아니라 <톡식 히어로>도 할 때였는데 <톡식 히어로>는 1인 13역을 했다. 하루는 23역, 다음날은 13역을 하니 두 공연을 합치면 1인 36역을 한 셈이다."

- 웃기는 연기나 멀티 역할로 캐스팅이 많이 들어온다.
"제작자의 입장이 십분 이해된다. 제가 제작자라고 해도 배우의 장점을 뽑아서 기용하려고 하지 배우의 다른 점을 무대에서 뽑아내려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저 자신이 멀티나 웃기는 역할만 잘 하는 건 아니다. 다른 연기를 얼마든지 보여드리고 싶다.

내년에 올릴 공연 오디션을 지방 공연하며 본 적이 있다. 여태까지 해 온 연기와는 다르게 진지한 배역이었다. 지방과 서울을 오가며 5번 오디션을 보았다. 몸 상태를 최상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태어나서 처음으로 가장 비싼 링거를 맞아가며 오디션을 보았고 최종 합격했는데 공연이 예정보다 미뤄지게 되었다."

- 몸이 아프거나 마음이 즐겁지 않을 때에도 무대에서는 웃는 연기를 선사해야 할 때가 있다.
"공연하다가 다친 건 아닌데 1회 공연을 끝내고 무대 뒤에서 발목을 접질려서 반 깁스를 하고 2회 공연을 소화했던 적이 있다."


- 맨 처음 연기는 어떻게 시작했나.
"연극영화과가 아닌 무역학과를 전공했다. 전공을 이수하기는 해야 하는데 전공과목을 공부하기가 싫었다. 3학년 때 내가 정말로 하고 싶은 게 무엇인가를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그러다가 문득 뮤지컬 연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영과 학생이라면 신기해서 옆에서 구경할 정도로 연기에 대한 호기심이 많았다. 뮤지컬 오디션이 있어서 응시했는데 합격했다. 당시 오디션에 떨어졌다면 지금 뮤지컬 배우가 되지 않았을 것 같다."

- 다른 사람을 웃기는 연기에 대한 즐거움은?
"연기자라면 마찬가지겠지만 제가 연기할 때 관객이 웃어주면 그것만큼 큰 힘이 없다. 그렇다고 밝은 정서만 찾아다니지는 않는다. 웃음이라는 건 그 상황에 깊이 빠져들어야만 나올 수 있는 요소다. 웃음을 찾기 위해 웃긴 것만 보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찰리 채플린은 '인생은 가까이 보면 비극이다. 하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웃기는 연기를 위해서라도 다양한 정서를 배우가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입장이다.

코미디를 잘 하니까 제가 순발력이 좋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기 쉽다. 하지만 생각만큼 순발력이 있는 편이 아니다. 이를 커버하기 위해 이런 상황이 닥쳤을 때에는 어떻게 대처해야겠다는 등의 생각을 평소 많이 하는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