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비긴 어게인> 한 장면

영화 <비긴 어게인> 한 장면 ⓒ 판씨네마(주)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성공의 기준으로만 영화 <비긴 어게인>의 주인공 댄(마크 러팔로 분)과 그레타(키이라 나이틀리 분)를 평가하자면, 그들은 실패한 인생, 즉 '루저'다.

한때 그래미 제작상에 빛나는 잘나가는 스타 음반 프로듀서였지만 지금은 실적부진으로 해고된 댄은 이혼한 아내와 딸 바이올렛(헤일리 스타인펠드 분)에게도 무시당하며 힘겹게 살고 있다.

동시에 유명 록스타가 된 남자친구 데이브(애덤 리바인 분)를 따라 뉴욕으로 온 그레타는 스타가 되어버린 데이브의 변심에 실망하고 뉴욕을 막 떠나려던 참이었다. 그때 우연히 한 바에서 그레타의 노래를 들은 댄이 그녀에게 함께 일하자고 제안한다. 당신에게는 스타 뮤지션으로 성공할 수 있는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면서 말이다.

가장 어려울 때 음악 통해 만나 희망 얻는 두 사람

 영화 <비긴 어게인> 한 장면

영화 <비긴 어게인> 한 장면 ⓒ 판씨네마(주)


존 카니 감독의 전작 <원스>(2006)가 음악을 매개체로 한 젊은 남녀의 로맨스라면, 그의 신작 <비긴 어게인>은 벼랑 끝에 선 이들이 음악을 통해 희망을 얻는다는 치유 드라마이다. 영화 포스터를 보면 마크 러팔로와 키이라 나이틀리의 사랑 이야기를 기대해볼 법도 하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이들은 서로 마음이 잘 통하는 음악 파트너로 인연을 이어간다.

음악적 재능은 뛰어나지만, 자신이 가진 원석을 보기 좋게 다듬는 법을 몰랐던 그레타와 원석을 발굴하는 타고난 오감을 가졌지만, 상업적인 마인드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음반 시장에서 퇴출당한 댄의 만남은 필연적이다.

데이브에게 이별통보를 하고 그와 함께 살던 집에서 나온 그날. 신세지던 친구 스티브(제임스 코덴 분) 때문에 마지못해 무대에 올라간 그레타는 열심히 노래를 하지만, 관객석에서 들려오는 건 싸늘한 야유 뿐이다. 유일하게 댄만 그레타의 재능을 알아보고, 함께 음반을 내자고 제안한다. 그레타의 공연을 처음 본 그날, 자신이 설립한 음반회사에서 해고당한 댄에게는 그레타의 데모테이프를 만들어 줄 돈도 없었다.

하지만 그레타는 유일하게 자신의 가능성을 인정해준 댄의 손을 잡는다. 그렇게 가장 어려울 때, 음악이란 공통 분모로 함께 어깨를 맞대며 걸어간 이 두 사람은 한 번 들으면 쉽게 헤어나올 수 없는 아름다운 하모니를 만들어낸다.

댄이 그레타에게 다가가 함께 음반을 만들자고 제안하기 전까지, 절망과 실의로 가득찼던 이 두 사람의 삶은 함께 노래를 만들면서 자신감을 회복하고, 다시금 힘차게 살아갈 수 있는 용기와 희망을 얻는다.

실력만으로는 성공하기 어려운 세상 때문에 깊은 좌절을 겪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음악에 대한 진정성을 포기하지 않았던 댄과 그레타는 결국 자신들이 진짜 만들고 싶었고, 대중들도 듣고 싶어하는 진짜 음악을 세상에 내놓는다.

메이저 음반회사와 전폭적인 홍보 없이도 오직 음악성 하나로 대박이 난 그레타의 음반처럼, 관객들의 입소문 만으로 꾸준히 관객 몰이에 성공하며, 다양성 영화 최초로 80만 관객을 기록한 영화의 흥행도 주목해야할 요소다. 8월 13일 개봉.

덧붙이는 글 개인 블로그 (너돌양의 세상전망대), 미디어스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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