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샘 해밍턴(왼쪽)과 샘 오취리가 18일 오후 서울 상암동 델미디어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방송인 샘 해밍턴(왼쪽)과 샘 오취리가 18일 오후 서울 상암동 델미디어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오마이스타 ■취재/이선필 기자·사진/이정민 기자| 한국 생활 11년차의 샘 해밍턴(한국나이 38세)은 최근 강력한 경쟁자이자 동료를 맞았다. 가나 출신의 24살 청년 샘 오취리가 그 주인공이다.

JTBC <비정상회담> 출연으로 샘 오취리는 에네스 카야, 줄리안 등과 더불어 떠오르고 있는 외국인 중 한 명이 됐다. 예능인 기질로만 치면 진위 여부를 알 수 없는 발언으로 황당함을 주는 샘 오취리가 단연 돋보인다 할 수 있겠다. 샘이라는 같은 이름을 지닌 이들은 '백샘-흑샘'으로 서로를 지칭하며 도약을 준비 중이었다.

지난 인터뷰에서 에네스 카야나 줄리안 퀸타르트 등 비전문 예능인 입장의 말을 담았다면 이번은 그 반대다(하단 관련기사 링크 참고). 한국에서 예능인을 꿈꾸는 호주 형과 가나 청년의 만남. 이래저래 궁금한 게 많은 게 사실이었다. 한꺼번에 모시기 어렵다는 두 분을 함께 만났다.

"호랑이 새끼를 키우고 있다고? 서로 보완하는 존재입니다"

- 같은 소속사에서 한 팀이 됐다. 방송 활동은 물론 각자 하고 있지만 앞으로 함께 할 작업이 많다고 들었다.
"혼자 일 하는 게 장점일 수도 있지만 외국 사람이 홀로 예능을 하는 게 힘든 환경이다. 팀으로 움직이면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도 있고, 호흡을 통해 보일 수 있는 게 많아진다. 게다가 우리는 서로 이미지가 매우 다르다. 유부남과 총각, 뚱보와 몸짱, 백인과 흑인. 이렇게 상반된 모습이 좋은 작용을 하는 거 같다. 음식에서 바삭한 식감과 물렁한 식감이 함께 있으면 독특한 맛이 나는 것과 같다." (샘 해밍턴- 이하 '백샘')

"샘 형을 만난 게 다행이고 때가 잘 맞았다고 생각한다. 한국에서 샘 형은 예능인 선배지 않나. 처음 예능을 하게 됐을 때 형에게 조언을 많이 구했고, 도움도 받았다. 형과 같이 일을 하게 됐을 때 영화 <맨인 블랙>이 떠올랐다. 진짜다! 게다가 우린 이름도 같다. (샘 오취리 - 이하 '흑샘')

 방송인 샘 해밍턴(왼쪽)과 샘 오취리가 18일 오후 서울 상암동 델미디어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 백샘이야 한국에 온 계기와 그 과정이 많이 소개됐는데, 흑샘은 유학생으로 와서 정착을 결심했다. 전문 예능인이 되고 싶다는데 원래 연예인이 꿈이었나.
"관심이 있었는데 한국에서 될 거라 생각 못했다. 배우가 되고 싶었다. 집 화장실에서 휴대폰으로 혼자 배우가 됐을 때 하고 싶은 걸 녹음한 적아 있다. <섬마을 쌤>을 하면서 기회가 열렸다는 걸 느꼈다." (흑샘)

"<비정상회담>에서 흑샘이 하는 역할이 크다. 여태껏 한국 사람에게 흑인이 호감으로 다가오기보다는 거리감이 있었다. 흑샘 덕에 그게 없어진 느낌이다. 예전에 티모시라고 있었는데 그 이후 흑인 캐릭터가 없지 않았나. 사실 흑샘이 지금 성장하고 있는데 내게 불안하지 않냐고  많이들 물어본다. 호랑이 새끼를 키우고 있는 거 맞다. 근데 사실 내가 호랑이 새끼 주인이다!

농담이고, 흑샘이 잘 되니 마음이 아주 뿌듯하다. 활동하면서 이런 후배를 둔 적이 없었다. 흑샘이 예능을 계속할 수 있다는 느낌이 있어서 회사 대표에게 추천했었다. 우리 캐릭터가 서로 겹치는 것도 아니고, 서로 잘 보완할 수 있을 거다. 지금은 오취리가 바쁠 때지만 일이 없을 때도 올 거고. 그땐 또 내가 도울 수도 있다. 얼른 흑샘이 가나 초콜렛 광고를 했으면 좋겠다." (백샘)

- 백샘이 (<비정상회담> 진행자)유세윤씨에게 흑샘을 잘 챙겨달라고 말도 해주고 많이 배려하는 것 같다. 근데 사실 외국인들끼리 예의를 차리는 모습이 낯설기도 하다. 아까 흑샘이 90도로 인사하더라. 이 팀의 설정인가.
"시작한 지 얼마 안돼서 조심스럽게 행동해야 한다. 예의는 원래 있다. 가나에서 할아버지와 함께 살았기에 깍듯하게 행동할 줄 안다. 그게 한국식으로 바뀐 거다. 난 어릴 때부터 예의를 배우고 자랐다." (흑샘)

"말은 이렇게 하는데 전혀 조심하지 않는다. 흑샘은 <비정상회담>의 김구라다! (웃음) 농담이다. 우리는 한국 방송 프로에서 활동할 것이기에 예의를 알아야 한다. 외국인에겐 사실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지만 방송계에서 예의가 없으면 느낌이 확 달라진다. 나도, 흑샘도 <개그콘서트>를 경험했고, 개그맨들끼리 군기가 장난 아닌 걸 봤다. 겉모습은 우리가 낯설게 보이지만 여기서 활동할 거니까 알 건 알아야 한다고 본다." (백샘)

스마일 맨 흑샘과 노력파 백샘..."이것이 우리의 힘"

 샘 오취리와 개그맨 오나미.

샘 오취리와 개그맨 오나미. ⓒ JTBC


- 서로에 대해 많이 알아 가고, 도움을 주려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상대의 장점도 그만큼 잘 파악하고 있어야 팀으로서 성공 가능성도 클 거 같다.
"흑샘은 항상 웃는 얼굴이다. 그리고 리액션이 매우 좋다. 열정도 크고. 타지에 와서 외국인 신분으로 그 나라 사람을 웃기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지금 배우는 과정이라 여러 시도를 하다 보면 더 좋아질 거다. 시간이 흘러 흑샘과 함께 방송 프로를 진행해보면 재밌을 거 같다. 기회가 올지 모르겠지만 열심히 준비 해야지." (백샘)

"형이 뭐든 열심히 하는 걸 보고 감동 먹었다. 내 친한 한국 친구들 보면 다들 군대를 무서워하는데 <진짜 사나이>에서 형이 비록 잘하지는 못하지만 노력하는 모습이 좋다. 한국 문화를 깊이 이해하려고 한다. 또 형은 목표가 생기면 어떻게든 이루기 위해 전진한다. 가끔 내가 힘이 없을 때도 형과 함께 아이디어를 짜거나 호흡을 맞추면 힘이 딱 오더라." (흑샘)

- <비정상회담>을 하면서 외국 예능인으로서 과제를 느낄 거 같다. 특히 지난 방송에선 너무 한국 내 조직 서열 문화를 옹호하는 입장으로만 나가서 좀 불편했을 수도 있겠다.
"녹화에선 외국인 입장과 한국인 입장이 서로 왔다 갔다 했다. 외국인 입장을 듣고 싶은 분들에겐 아쉬웠을 거 같다. 방송은 서열 문화를 인정했는데 외국에선 회식 문화도 없고, 그런 게 좀 덜하다. 근데 한국은 직장 내 분위기도 있으니까 다들 인정하려 하는 거 같다. 방송에서 누가 로마에 가면 로마 방식을 따라야 한다고 했는데 사실 난 좀 반대다." (흑샘)

"사람마다 의견이 다르다. 흑샘 개인 의견인 만큼 모든 가나 사람이 흑샘과 같은 생각은 아니라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 말 한 마디 때문에 가끔 너무 깊이 들어갈 때가 있는데 결론은 예능 프로고 재밌자고 하는 이야기다. 또 그 나라 문화를 알려주려는 거다. 한국 사람 세 명만 모여도 의견이 다 다를 때가 있다. <비정상회담>뿐만 아니라 모든 외국인 출연 프로를 보면서 주의해야할 거 같다. 정답은 없다." (백샘)

"외국인일수록 관계 맺음을 잘해야..."

 방송인 샘 해밍턴(위)과 샘 오취리가 18일 오후 서울 상암동 델미디어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방송인 샘 해밍턴(위)과 샘 오취리가 18일 오후 서울 상암동 델미디어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 한국에서 예능인을 꿈꾸는 만큼 오래 전부터 활동했던 외국인들의 행보도 주목하고 있을 거 같다. 혹시 연락하는 사람은 없는지.
"이참, 로버트 할리, 이다도시 님 등의 연락처를 갖고 있다. 이참 선배랑은 친하진 않지만 할리 선배나 이다도시 선배가 얘기를 많이 해준다. 조언까진 아니고, 한창 활동했을 때 얘기다. 마치 부모님이 얘기하는 것 같다.

외국인들끼리 관계가 더 복잡한 게 세대 차이와 문화 차이가 같이 있다. 외국인들도 서로 다른 문화권에서 살았던 시대가 약간씩 차이가 나는 만큼 좀 더 친해질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개인적 생각인데 (예능을 하려는) 외국인들끼리도 선배와 후배의 관계가 필요한 거 같다. 개그맨들의 기수가 있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 게 없어서 가끔 말실수가 생기기도 한다. 영어 한 마디만 하고 스치는 것보단 낫지 않나." (백샘)

"<비정상회담>에 나오는 출연자들이랑은 거의 다 친하다. 매일 연락을 주고받는 사람도 있다. 유세윤, 전현무, 성시경씨와도 연락하는데 어떻게 하면 프로그램이 더 잘될 수 있을지 상의한다. 우리끼리도 친분을 쌓고 있다. 줄리안은 가끔 다른 멤버들을 집에 초대해서 요리도 해준다. 사실 이런 커뮤니티가 조금씩 커지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흑샘)

- 단순히 다른 출연자처럼 재미로 즐기는 게 아니라 직업으로 택했기에 연예계 쪽에서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목표도 있을 것 같다. 오취리는 '가나초콜릿' 광고를 찍고 싶다고 했다.
"안 그래도 계속 말하고 있다. (웃음) <비정상회담>에 참여하기 전에 친구들은 내게 다 외국인이니까 팀플레이가 필요 없을 거라고 했었다. 서로 분량 욕심을 낼 것이니 말이다. 근데 달랐다. 다들 가족 같다. 한국 프로그램을 외국인 출연자들과 하니 더 편하다. 외국인들 사이에서 이 프로가 모티브가 됐으면 좋겠다.

그리고 진짜! 가나초콜릿 광고 하고 싶다. 가나 홍보대사도 하고 싶다. 대사관에 꾸준히 연락 중이다. 시간이 되면 가나의 모습을 캠코더로 담아 한국 사람들에게 보이고 싶다. 자세히 알리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가나에 한국을 알리고도 싶다. 얼마 전 가나 방송국과 인터뷰를 하면서 가나초콜릿을 보여줬는데 한국에 그런 게 있는 줄 모르고 있더라." (흑샘)

"초콜릿은 네가 가져가. 근데 제발 '샘표간장'은 안 건들면 좋겠다. 같이 찍든 어쨌든 내가 찜했다! (웃음) 한국에서 외국인이 예능으로 성공하려면 같이 돕는 게 좋은 거 같다. 제일 힘들어 하는 사람부터 챙기면 극복할 수 있다. 혼자는 힘들다. 하나가 아닌 다양한 활동도 하면 더욱 좋다. 나중에 흑샘도 후배를 받게 되면 그렇게 챙겨주면 된다.

외국인들의 팀플레이가 활발했으면 좋겠다. 지금은 솔직히 함께 가는 느낌이라기보다 경쟁의 느낌이 강하다. 또 출연자들은 개인만 생각하지 말고 제작진의 입장을 생각하는 것도 필요하다. 어릴 때 어머니가 PD였기에 연출자의 마음을 헤아리려고 노력한다. 외국인 예능인이라면 그 부분도 생각해야한다." (백샘)

  방송인 샘 해밍턴(오른쪽)과 샘 오취리가 18일 오후 서울 상암동 델미디어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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