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립걸즈 제작발표회에서 포즈를 취하는 이국주, 정주리, 박나래, 장도연, 장윤희, 홍윤화, 심진화

▲ 드립걸즈 제작발표회에서 포즈를 취하는 이국주, 정주리, 박나래, 장도연, 장윤희, 홍윤화, 심진화 ⓒ 박정환


뮤지컬 <드립걸즈>는 시즌 1, 2 동안 안영미와 강유미, 정경미와 김경아를 주축으로 3~5분의 콩트를 100분 동안 엮어서 무대에 올렸다. 바람잡이 후배 개그우먼이 15~20분 동안 초반 무대를 책임져야 했으니, 실제로 이들이 무대에 오른 시간은 90분도 채 되지 않았다.

시즌 3를 맞이한 <드립걸즈>는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라는 표현처럼 모든 것을 바꿨다. 지난 시즌의 개그우먼은 물론이요, 포맷까지 모두 새 부대에 담았다. 전 시즌이 콩트 방식으로 전개되었다면, 시즌 3 들어서는 <쉬어 매드니스> 마냥 카페 주인을 살해한 용의자를 추적하는 이야기 전개 방식으로 유머를 선사한다.

용의자는 카페 종업원 장윤희와 셰프 박나래, 피해자의 아내 장도연이다. 이들 세 용의자를 취조하는 형사 반장은 이국주의 몫이다. 이국주는 등장하면서부터 관객의 폭소를 유발한다. 오죽하면 "대사 두 마디 쳤는데 누가 이렇게 웃으래?" 하고 일갈할 정도일까.

이국주는 한 화보에서 손가락에 입을 댄 섹시 콘셉트로 찍은 사진의 제목이 '손가락 먹는 거 아냐'라는 기사로 화제를 모은 적이 있다. <드립걸즈> 제작발표회 당시 "누가 (기사 제목) 적어놨어? 잡히기만 해봐"라고 해당 기사를 작성한 기자가 참석했느냐고 물으며 취재진을 웃겼다. 그러니 무대에 오르기만 해도 객석이 '빵' 하고 터지는 것이다.

공중파 방송이라면 편집될 수위의 개그 선사

생전의 피해자는 틈만 나면 코를 파던 인물, 형사 반장 이국주는 장윤희의 귀에 묻은 코딱지를 근거로 장윤희를 유력한 용의자로 취조하기도 하고, 죽은 피해자의 입에 묻은 밥풀을 근거로 셰프 박나래를 의심하기도 한다. 세 명 모두 유력한 용의선상에 오른 인물이라 누가 범인인지 쫓는 추리게임을 유머와 함께 즐길 수 있다.

이국주의 웃음 폭탄 세례는 무자비하다고 표현하는 게 맞을 듯하다. 이국주는 배우 장광의 딸이기도 한 장윤희에게 "네 아버지가 연기자라고 네가 연기 잘 해? (개그) 다섯 개를 준비했으면 하나라도 잘 해야지"라며 개그를 선사한다. "시대만 잘 타고났으면 소녀시대에 (슈퍼주니어) 신동으로 들어갔어" 라는 대사에서는 객석이 초토화된다.

박나래는 인간 비데로, 장도연은 이전 시즌에서 안영미가 담당하던 섹시 코미디를 선사한다. 공중파라면 전파를 타지 못하고 바로 편집될 수위의 개그를 선사하지만 웃음의 파괴력은 이전 시즌 안영미의 화장실 콩트를 따라가지 못한다. 곽현화의 바나나 콘셉트에 가까워 보인다.

<드립걸즈>의 한 남성 관객은 헬스 트레이닝을 하고 관람하기를 권했다. 이전 시즌과 마찬가지로 개그우먼이 무작위로 남성 관객을 픽업해서 무대에서 연기를 선보이는데 이번에는 무대에서 이국주를 안아 올리는 시범까지 보여야 한다. 체력이 안 되면 공개 망신(?)을 당할 수도 있다.

이번 시즌에서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야기 부분이다. 개그우먼의 개인기에 의존한 콩트 방식에서 이야기 전개 방식으로 전환했기에 보다 깔끔한 개그를 위해서라면 내러티브를 좀 더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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