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비정상회담>에 출연 중인 줄리안.

JTBC <비정상회담>에 출연 중인 줄리안.ⓒ 이선필


|오마이스타 ■취재/이선필 기자·사진/이정민 기자| 고운 외모에 늘씬한 키를 지닌 벨기에 청년이 생각 또한 똑 부러진다. 종종 '외국인 코스프레'라 느껴질 정도로 유창한 한국어 실력을 지닌 줄리안은 최근 JTBC 예능 <비정상회담>으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 인터뷰 기사 ('비정상회담' 에네스 카야 "세상이 너무 개방됐다")에 소개된 터키 출신 에네스 카야와 종종 정반대의 생각으로 부딪히곤 하는 또 다른 '비정상' 외국인이 바로 줄리안 퀸타르트다.

눈썰미 좋은 시청자는 꽤 오래 전부터 그가 모델로 활동한 전력을 기억하고 알아봤을 것이다. 애정이 있는 팬이라면 그가 한국에서 그룹으로 가수 활동도 했었고, 현재는 이태원 클럽 등을 중심으로 디제잉(DJ)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

줄리안은 9년 전 교환학생으로 한국을 찾은 뒤 우연하게 한 교양 프로그램에 출연한 이후로 눌러 앉았다. 단순히 그를 한국말 잘하는 외국인으로 치부한다면 잘못 봐도 한참 잘못 본 거다. 섹시한 생각에 재능 또한 많은 그를 파헤친다는 심정으로 만났다.

"에네스 카야는 좋은 사람...토론 상대가 있다는 건 복!"

 방송인 줄리안이 20일 오전 서울 이태원동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벨기에 출신의 줄리안 퀸타르트입니다"ⓒ 이정민


- 18세에 교환학생으로 와서 정착했다는데 이젠 전문 예능인이 다 된 거 같다. 그간 여러 방송 출연 제의가 들어왔을 텐데 특별히 <비정상회담>에 참여한 계기가 있는지.
"1년의 교환학생 기간을 끝내고 벨기에로 와서 진로를 고민했다. 그러던 차에 예전에 한국에서 찍었던 프로가 방송되고 있더라. 화제가 됐는지 PD님에게 전화가 와서 방송을 하자고 하더라. 안하면 왠지 후회할 거 같았다. 드라마 출연도 하고 일이 잘 풀려서 소속사 계약도 했는데 당시 회사가 경험이 없었다. 사람들은 나쁘지 않았는데 법적으로 문제가 생겨 일을 못하게 됐다. 그 와중에 좋아하던 음악, DJ 일을 하고 모델을 한 거다.

최근까지 교양 프로그램 섭외를 다 거절했었다. 친구들을 연결시켜주기도 하고. 근데 <비정상회담>은 재밌어 보였다. 토론을 한다기에 욕심이 나더라. 첫 녹화를 끝내니 느낌이 왔다. 녹화가 끝나자마자 모델 에이전시에 전화해서 더 이상 모델 일을 못 하겠다고 말했다."

- 토론에서 에네스 카야와 대척점에 있다. 개방적 생각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데.
"3년 전에 방송을 같이 해서 이미 아는 사이다. 그땐 친해지지 못했고 그냥 내게 일이 들어오면 넘겨주거나 그런 사이였다. 첫 인상이 좋았고, 지금도 좋게 생각한다. 예능이지만 토론을 하다 보니 가치관 차이를 서로 드러내야 한다. 서로가 싫은 게 아니다. 다만 에네스가 여자였다면 사귀진 않을 거 같다(웃음). 터키가 무슬림 국가 중에선 개방적이긴 하지만 벨기에는 유럽 국가 중에서도 개방적이다. 2003년부터 동성 결혼을 허용하고, 안락사도 허용하고 있다.

난 또 벨기에 사람들 중에서도 개방적인 편이다. 우리 가족이 그렇다. 외할머니가 개방적이라 엄마가 어린 나이에 교환학생을 다녀오기도 했다. 남자친구와 동거를 하다 들켜서 그 당시 외할아버지가 편지로 엄마를 혼내기도 했다더라. 내가 모든 벨기에 사람을 대표하진 못하지만 나름 그들이 갖고 있는 가치를 보이려고 한다.

그래서 에네스가 있는 게 좋은 거다. 토론은 상대가 있어야 의미가 있다. 유럽사람 중에서 에네스보다 더 보수도 있다. 핵심은 다양성이다. 지난 방송 중에 동성 결혼 얘기가 있었는데 다들 찬성했으면 시청자들은 '왜 이리 개방적이야!'하고 불만을 가졌을 거다. 하지만 에네스가 있기에 그쪽의 생각도 듣게 되는 거다. 극단으로 흐르면 토론은 사라지고 네티즌들의 비난만 있을 거다. 네티즌과 싸우는 셈이지. <비정상회담>이 예능이지만 사람들이 토론을 즐기게 되는 시작점이 됐으면 좋겠다."

"한국 문화도 중요하지만, 정체성 잃어서는 안 돼"

 JTBC <비정상회담> 녹화현장.

JTBC <비정상회담> 촬영 현장.ⓒ JTBC


- 근데 에네스가 세 살 많은데 말을 놓고 있다. 괜찮나? 출연자들끼리 호칭에 대한 문제도 있을 거 같다. 실제 서로의 관계들은 어떤가.
"예의는 물론 중요하다. 근데 영어나 불어가 반말은 아니다. 타일러가 방송에서 말했듯 영어의 'You'는 사실 존댓말이다. 친구나 연인, 어린 사람에게 쓰던 'Thou'가 없어진 거다. 불어도 존대를 할 때는 동사가 바뀐다. 나 역시 한국에서 처음부터 반말로 실수하면 안 되니까 존칭을 쓴다. 그런데 외국인끼리 갑자기 선배 대접을 받으려 하는 건 별로다. 도움이 되고 이끌어 주는 사람을 선배라 하는데 사실 외국인끼리는 그러는 게 의미가 없다.

한국에 처음 왔을 땐 모든 한국 문화를 받아들이려 했다. 나도 한참을 형, 동생 이렇게 나누다가 어느 순간 난 다른 사람이란 걸 인식했고, 내가 뭘 좋아했는지 알게 됐다. 한참 동안 혼자 한국인 놀이를 한 거다.

요즘은 균형을 잡으려 한다. 그게 훨씬 행복하더라. 내가 선배니까! 내가 형이니까! 이렇게 티내는 거 안 좋다. 나이 어린 친구들이 많은 편인데 그들에게 많이 배우는 편이다. 동생이고 후배라도 그들을 존중해야 한다. 그들이 내 경험을 존중하듯이. 근데 나도 한국의 반말은 가끔 기분 나쁘더라(웃음). 서열 문화가 한국 반말 자체에 포함돼 있어서 그런 거 같다."

- 한국어로 자기 생각을 조리 있게 참 잘 표현한다. 다른 외국인처럼 어학당 출신인가. MBC <나 혼자 산다>에 출연 중인 파비앙과 7년 지기 친구인 걸 보면 어학당 등에서 외국인들의 커뮤니티가 활성화된 거 같다.
"어학당은 안 다니고 독학했다. 1년 동안 홈스테이를 했는데 진짜 한국말을 배우겠다는 생각이 강했다. 솔직히 외국어를 공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직접 그 나라에 가는 건데 문제는 공부는 10프로고 나머지 90은 놀아야 한다는 거다.

예전엔 말을 엄청 많이 했다. 지하철을 타면 옆 사람에게 말을 걸었다. 모르는 단어를 물어보기 시작하면 어느새 대화를 하고 있더라. 노래도 많이 들었다. 가사를 프린트해서 모르는 단어를 다 해석했다. 컴퓨터로 단어 플래시 카드도 많이 이용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외국인들을 피해 다녔다(웃음)."

- 어린 나이에 타지에서 주관을 갖고 사는 걸 보면 가족에게 사랑받고 자랐다는 느낌이 든다. 타인을 대하는 태도에도 그런 게 묻어난다.
"가족 안에서 살면 소중함을 모른다. 확실히 집을 떠나보니 알겠더라. 가족이 날 사랑한다는 걸. 가족 사이가 안 좋은 이들이 주변에 있는데 난 감사한 상황인 거다. 내가 무얼 하든 비판한 적이 없었다. 한국에 가서 이런 걸 할 거라고 말했을 때도 '안 돼!'라는 말을 안 하셨다. 그래서인지 인생에 대한 두려움이 없다. '이건 안 되겠지?'라는 생각을 한 번도 안했다. 뭐든 내가 조금 열심히 하면 될 거 같다. 그래서 지금 내가 하는 일이 일반적이지 않고 다양한 거 같다."

"연예인이라는 생각 버리고 진짜 하고 싶은 걸 찾아야"

 방송인 줄리안이 20일 오전 서울 이태원동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 다양한 재능이 있는 만큼 모험심도 강해 보인다. 그게 바로 줄리안이라는 사람의 정체성 아닐까. 겁먹지 않고 도전하는 것도 다른 이들이 존중할 만한 자세다.
"뭔가 다들 때가 있는 거 같다. 운과 때가 들어맞은 느낌이랄까. 한국에 처음 왔을 때 스스로도 다른 나라 문화에 관심이 많았다. 스티브 잡스 역시 그 나이였기에 애플의 사장이 될 수 있었다고 본다. 그가 10살 어렸으면 못했을 거다.

한국 관련해서 무언가를 해보려면 지금이 좋은 시기 같다. 때가 좋았다는 게 나 역시 교환학생 할 땐 부모님의 도움을 받다가 방송활동을 시작할 땐 경제적 여유가 있었다. 그땐 또 부모님 상황이 안 좋아 내가 돈을 보내드렸고, 활동을 쉬게 돼서 힘들었을 땐 형 사업이 잘 돼서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지금은 또 내가 도와주고 있고."

- 한국에서 외국인이 연예인으로서 장수하는 게 쉽진 않다. 로버트 할리, 이다도시 정도를 꼽을 수 있겠다. 그들 역시 지금은 가끔 언급될 뿐 활발한 활동을 하진 않는다. 그렇기에 외국인의 연예 활동은 이미지 소모일 뿐이라는 비판도 있다.
"난 이미지 소모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재밌는 기회를 얻은 거지. (기자를 지칭하며) 형보고 어느 모델 에이전시에서 아시아 모델이 필요하니 한번 해보라는 제안이 왔다고 치자. 그럼 형은 모델이 된 건가? 아니다. 외국인도 마찬가지다. 기회가 몇 번 온 걸로 연예인이 됐다고 생각하는 게 잘못이다. PD들이 책임질 일도 아니다. 한국 예능 참여는 외국인들에겐 기회다. 그걸 잘 받아서 다른 걸로 살리면 된다. <비정상회담>이 갑자기 내일 끝난다면 출연자 중 누가 방송인으로 남을 수 있을까? 여전히 의문이다.

유세윤씨든 성시경씨든 10년이고, 20년이고 연예 활동을 하면서 튼튼한 바탕을 다져왔다. 외국인은 바탕이 불안할 수밖에 없다. 그걸 알기에 난 조심하는 거다. <비정상회담> 역시 내겐 로또나 마찬가지다. 그럴수록 조심히 다뤄야 하고 신중해야 한다. 연예 활동은 부업이지 본업이 되는 순간 힘들어지는 거 같다. 사람들이 사랑해줄 때까지 감사히 활동하겠지만 본래의 꿈을 갖고 있어야 한다."

줄리안의 생각은 분명했다. 경험한 만큼 고민을 많이 했고 소기의 가치관도 세워두고 있었다. 또한 그는 여전히 펄떡이는 청춘이었다. "음악 관련 일을 하고 싶다"며 "좋은 음악이 있는 건강한 클럽 문화를 만드는 게 꿈"이라며 속마음을 전했다. 현재 줄리안은 한 음악 사이트를 운영 중이다. 그의 말을 빌리면 "여자를 꼬시는 클럽이 아니라 음악을 아는 이들에게 인정받는 클럽"을 모토로 파티 소식을 알리고, 본인이 직접 만난 뮤지션들에 대한 글도 올리는 사이트다. 

"음악에서 겸손을 배운다. 클럽을 찾은 수많은 사람 중에 한 사람이 나란 걸 인식하는 순간 겸손해진다. 음악 앞에서 사람은 똑같다. 내겐 종교나 마찬가지다. 이런 곳에서 사람들과 대화를 많이 한다. 사회에 대한 얘기도 하고 여러 대화를 나누면 생각이 또 발전한다. 나 역시 사람들에게 좋은 에너지를 주는 사람이고 싶고, 부모님에겐 효자고 싶다. 그게 지금의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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