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보험주식회사 에서 한보장을 연기하는 박훈

▲ 완전보험주식회사 에서 한보장을 연기하는 박훈 ⓒ (주)샘컴퍼니, 광뮤지컬컴퍼니


한보장은 보험왕이 되고 싶어하는 보험 세일즈맨이다. 다른 보험 세일즈맨이 나서지 않는 보험 상품을 개발하려고 노력하는 남자다.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욕망이 크다. 그 과정에서 이혼한 전 아내 신다정과 한 직장에서 다시 만난다. 신다정에게 인정받고 싶어 하지만 실패도 겪는다.

<완전보험주식회사>는 우리나라에서 내로라하는 코미디 전문 뮤지컬 배우가 총출동하는 뮤지컬이다. 그 가운데서 한보장 역의 박훈은 드라마를 탄탄하게 만들고 싶어 하는 욕심이 있었다. 드라마라는 줄기가 튼튼하면 코미디라는 나뭇가지는 저절로 잘 뻗어나갈 수 있다고 바라보았기 때문이다.

박훈은 한보장을 연기하면서 전 아내 신다정과의 관계를 어떻게 회복하고 이혼 보험을 만드는지, 그 치열한 열정을 보여주고 싶어 했다. 이런 진지함 가운데서 자연스러운 웃음을 유발하려고 노력 중이다.

박훈은 연극 <유도소년>으로 떠오르는 유망주가 된 배우다. <유도소년>은 보조석이 없어서 티켓을 팔지 못할 정도로 대학로에서 폭발적인 매진 행렬을 이어갔는데, 나중에는 연장 공연까지 할 정도로 팬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어디서 꽁꽁 숨어 있다가 이렇게 핫한 스타가 나왔을까? 하지만 박훈은 준비된 배우였다. 철저한 연습만이 공연의 질적인 완성도를 높이고 객석에 훌륭한 연기를 전달할 수 있다고 믿는 연기 철학이 있었기에 준비된 배우만의 무대의 정석을 보여줄 수 있었던 것이다.

박훈 "<완전보험주식회사> 속 한보장과 신다정의 사이는 서양 영화 속 이혼처럼 쿨한 관계로 보이고 싶다. 심한 갈등으로 헤어진 게 아니라 아주 사소한 갈등으로 헤어졌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쿨한 관계여야 재결합할 수 있는 가능성도 있지 않겠는가."

▲ 박훈 "<완전보험주식회사> 속 한보장과 신다정의 사이는 서양 영화 속 이혼처럼 쿨한 관계로 보이고 싶다. 심한 갈등으로 헤어진 게 아니라 아주 사소한 갈등으로 헤어졌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쿨한 관계여야 재결합할 수 있는 가능성도 있지 않겠는가." ⓒ (주)샘컴퍼니, 광뮤지컬컴퍼니


- 박훈씨가 연기하는 한보장은 왜 아내 신다정과 이혼하는가.
"처음에는 이혼한 남자라는 설정이 아니었다. 그러다가 이혼 보험이라는 키워드가 작품 안에 흘러서 한보장이 이혼했다는 설정을 넣으면 이혼 보험을 만드는 데 있어 진정성이 있겠다는 판단에 따라 캐릭터를 이혼남으로 만들었다.

처음 두 사람이 이혼한 이유는 성격 차이로 간단하게 설정했다. 하지만 드라마를 만들면서 아내와 잘 살아보고 싶었던 능력이 없는 남자로 잡아가는 중이다. 신다정은 잘난 부잣집 딸이다. 이런 차이에서 일어난 상대적인 열등감도 있다. 보험회사에 신다정이 들어왔을 때 전 아내보다 뛰어난 능력을 가진 남자라는 걸 보여주고 싶어 한다."

- 한보장처럼 이혼한 이들을 위해 상품을 만든다면 어떤 상품을 만들겠는가.
"처음에는 <완전보험주식회사>의 소재가 이혼 보험이라는 점에 대한 의구심이 있었다. 이는 <형제는 용감했다>를 공연할 때 과연 누가 안동 종갓집 이야기를 흥미로워할까 하는 의구심과 맞닿는다. 하지만 표현만 잘 한다면, '보험이라는 소재로 이렇게 재미있게 이야기를 구성할 수도 있구나' 하는 평가가 나올 수 있다고 믿는다.

우리나라와 서양에서 이혼이라는 정서는 확연히 다르다. 우리나라는 이혼하면 부정적이라는 정서가 강하다. 하지만 서양은 티격태격하면서도 쿨하게 지낸다. <완전보험주식회사> 속 한보장과 신다정의 사이는 서양 영화 속 이혼처럼 쿨한 관계로 보이고 싶다. 심한 갈등으로 헤어진 게 아니라 아주 사소한 갈등으로 헤어졌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쿨한 관계여야 재결합할 수 있는 가능성도 있지 않겠는가.

자칫하면 이혼한 커플은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지 않고 비난하기 쉽다. 이혼한 커플을 위한 상품을 만든다면 두 사람이 대화할 수 있는 창구를 마련하고 싶다. 대화만 가능하다면 헤어졌지만 쿨한 동반자로 나갈 수 있다고 믿는다."

- <유도소년>에 출연한 것을 계기로 여성 관객에게 주목받기 시작했다.
"그 후광을 아직도 받고 있는 게 사실이다. 생각보다 작품과 저를 많이 사랑해주셨다. <유도소년>을 연출한 이재준 연출가에게 두렵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유도 소년>이 너무 많은 사랑을 받아서 다른 작품에 영향을 미칠까봐 두려웠던 거다. <유도 소년>이 잘 되었지만 잘 되었다는 마음을 접고 싶었다.

만일 다른 작품에 출연했을 때 그만큼의 사랑을 받지 못하면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낄까 두려웠다. <유도소년>에 참여한 배우들이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도록 작품을 잘 만든 거고, 저는 그 가운데 일부분이었다. 참여할 수 있었던 게 감사할 뿐이다.

<유도소년>에서 연기할 때 처음에는 운동하는 모습을 오마주로 보여드리면 되지 않을까 하는 단순한 생각이 있었다. 하지만 유도는 상대방을 바닥에 내리꽂아야 승부가 나는 운동이라는 걸 간과하고 있었다. 고통이 심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웃음)

어릴 적 프로레슬링을 볼 때는 레슬러가 그렇게 아픈 줄 몰랐는데, 보디슬램이라도 한 번 당하는 날에는 숨도 제대로 못 쉰다. 마찬가지로 다른 공연보다 길게 두 달 반이나 유도를 했는데도 유도선수가 아닌 연극배우다 보니 많이 다칠 수밖에 없었다. 공연 당시 어깨를 다치기는 했지만 다른 배우들에 비해서는 덜 다친 편이었다. 지금은 회복되었다."

완전보험주식회사 박훈 유도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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