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명량>의 김한민 감독이 18일 오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영화 <명량>의 김한민 감독이 18일 오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오마이스타 ■취재/이선필 기자·사진/이정민 기자| 뜨거웠던 영화 <명량>의 흥행 돌풍이 잦아들 무렵 김한민 감독을 만났다. 2011년 <최종병기 활> 성공에 이어 이제 명실상부 한국의 대표적인 흥행 감독 반열에 올라선 그다. 지난 7월 30일 개봉한 <명량>은 약 한 달의 기간 동안 1653만 명의 관객을 모았다. 할리우드 작품 <아바타>가 갖고 있던 국내 최다 관객 수 기록을 넘어선 지 오래다.

김한민 감독은 "관객에게 감사한 마음은 너무 크지만 여전히 마음은 담담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약 3년의 제작 기간을 버틴 뒤 다가온 큰 흥행이기에 스스로도 감회가 남다를듯 싶었다.  

"<명량>에 대한 여러 분석들이 많았는데 다 설득력이 있습니다. 이순신 리더십에 대한 갈망이든, 적절한 판타지의 적용이든 일리 있어요. 감독 입장에선 400여 년 전 계셨던 그분을 지금 시대 대한민국 사람들, 특히 젊은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게 하자는 마음이었죠. 결과적으로 소통이 잘 된 거 같습니다."

오로지 이순신에만 집중..."다양한 텍스트 필요치 않았다"

 영화 <명량>의 김한민 감독이 18일 오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명량>을 두고 그 성과를 주목하는 글이 많이 나온 터라 아쉬웠던 지점부터 물었다. 우선 이순신 장군 역을 맡은 최민식을 제외하고, 일본 장수 역의 류승룡과 조진웅을 비롯해 진구, 고경표, 김태훈, 김원해 등의 활용법 문제가 있다. 또한, 역사상 수수께끼로 남을 만큼 열악한 조건에서의 대승을 너무 쉽게 간과했다는 점도 있었다. 단 13척의 배로 왜선 330여 척에 맞설 수 있었던 요인은 무엇이었을까. 사실 관객 입장에서는 이 부분에서 감독의 상상력을 기대했을지도 모른다.

"두 시간 전후의 작품이 결국 영화잖아요. 선택과 집중을 할 수밖에 없었죠. 이순신 장군에 집중하다 보니 다른 이야기 구조를 품고 있던 캐릭터 입장에선 아쉬웠을 거 같습니다. 해상 전투에 집중하고자 한 게 제 생각이었는데 외람되지만 그런 지점이 제 한계일 수도 있어요. 사실 시나리오 과정에서 여러 관계자들에게 공격을 받기도 했습니다. 전술과 전략이 없어서, 너무 숨기고 있어서 답답하다는 평도 있었지만 제 느낌을 밀고 갔어요.

최대한 이순신 장군의 활약을 살리려 했는데 <난중일기>를 보면 명량해전에 대해 상당히 거칠게 골격만 나와 있어요. 장군이 어떤 전략과 전술을 사용했을지는 지금도 미스터리입니다. 기록을 보면 전쟁 전날 꿈을 꾸거든요. 꿈속에서 신이 이런저런 방법을 알려줬다고 돼 있는데 그 부분에 대한 묘사가 없어서 답답했어요. 그럼에도 <명량>은 이순신 장군의 요체를 강화하고 개연성 있게 전투를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뛰어난 전략과 전술을 기대했던 분에겐 아쉬울 수 있는 부분이에요."

김한민 감독이 바라본 이순신 장군의 핵심은 솔선수범과 두려움을 용기로 바꿀 줄 아는 리더십이었다. 연대기적으로 한산도대첩이 명량해전보다 앞선 사건임에도 먼저 영화화 한 건 결국 명량해전이 이순신 장군의 본질을 가장 잘 보여준다는 판단에서였단다.

같은 이유로 임진왜란에 대한 다양한 해설서보단 <난중일기>에 집중하는 게 필요했다. 이순신과 당시 전쟁을 조망하는 <징비록> <수정선조실록> 등의 공인된 텍스트가 있지만, 김한민 감독은 "참고만 했고, <난중일기>에만 집중했다"고 답했다.

김한민이 역사물에 집중하는 이유..."멋이 있다"

 영화 <명량>의 김한민 감독이 18일 오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1999년 단편 영화를 시작으로 연출을 맛본 그는 지금까지 4편의 장편을 선보였다. 숫자로만 보면 많지 않은데 그 중 절반이 사극이다. <최종병기 활> 이후 김한민 감독은 "사극 시리즈를 선보이겠다"고 공언했고, 행보 또한 그렇게 가고 있다. 당장 <명량> 후속인 <한산-용의 출현> 시나리오가 완성된 상황. <노량-죽음의 바다> 역시 구상 중이다. 

"사극이라는 게 감독이 전하고자 하는 주제 의식을 잘 녹일 수 있는 장르 같아요. 기본적으로 멋이 있죠. 우리나라 사람들의 정체성을 끄집어내거나 보여주기에도 좋고요. 이렇게 제가 꾸준히 영화를 할 수 있는 건 말하고자 하는 바가 있기 때문입니다.

원론적인 말 같지만 '이 시대에 꼭 필요한 이야기인가'라는 생각이 우선순위예요. 그 다음이 사극이냐, 스릴러냐 하는 장르적 고민이죠. 그리고 캐릭터를 결정하는 순서고요. 그런 의미에서 제게 영화는 예술과 상업의 구분이 없습니다. 대중과 소통하고자 하는 부분이 잘 되면 상업영화가 되는 거죠."

<명량>을 통해 김한민 감독은 제작자로 거듭나기도 했다. 각본과 연출에 이어 제작까지 손을 뻗은 것이다. "기획하는 걸 좋아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제작도 하게 됐다"며 그는 "영화에 대한 여러 과정을 알아야 연출이 잘 풀리는 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영화 <명량>의 김한민 감독이 18일 오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400여 년 전 계셨던 그분을 지금 시대 대한민국 사람들, 특히 젊은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게 하자는 마음이었죠. 결과적으로 소통이 잘 된 거 같습니다." ⓒ 이정민


순천 출신인 그에게 어쩌면 이순신 장군 이야기는 필연적이었을 거다. 전라도 좌수영이 있던 곳에서 나고 자라며 막연하게 꿈꿨을 이야기를 대중에게 보였고, 성공했다.

흥행감독이라는 수식어가 부담스러울 법한데도 그는 "구상하는 작품이 없다면 불안하겠지만 여전히 계획하고 구상 중인 작품이 있기에 묵묵히 실천해 가면 된다"고 담담하게 답했다. 영화로 얻은 큰 수익 역시 "여러 기사에 나온 것처럼 돈방석에 앉은 건 아니지만 영화를 위해 분명 의미 있는 곳에 쓰겠다"며 '싱겁게' 말했다.

고 노무현 대통령의 이야기인 <변호인>과 이순신 장군의 <명량>까지 합해 약 3000만 명의 관객이 찾은 요즘이다. 실존인물이 남긴 족적을 쫓는 최근작들의 흥행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김한민 감독은 "영화의 흥행보다 사회적 신드롬으로 회자되는 게 더 관심이 간다"며 "세대와 계층, 남북의 갈등이 심한 요즘 이순신 장군이 통합의 상징이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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