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검색어 '임신부 참치'를 검색헀을 때 등장하는 네이버 화면

22일 검색어 '임신부 참치'를 검색헀을 때 등장하는 네이버 화면 ⓒ 네이버


|오마이스타 ■취재/이미나 기자| 위의 사진은 22일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검색 결과를 담은 것이다. 공통점은 '임신부'라는 단어와 '참치'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다는 것. 이쯤 되면 짐작하겠지만, 이날의 네이버 '핫토픽 키워드' 종합 1위는 '임신부 참치'였다. 그러니까 이상의 기사들은 모두 해당 언론사의 페이지뷰를 높이기 위해 작성된 '검색어 기사'라는 것.

기자가 '기레기'('기자'와 '쓰레기'를 합친 말)라 불리는 시절이다. 언론 본연의 목적을 잊은 채 범람하는 검색어 기사 또한 기자를 기레기로 만들고 있음을, 슬프게도 부인할 수는 없다. 검색어 기사가 양산되는 배경에는 여러 이유가 있고, 그 이유는 모두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이를테면 '취약한 언론의 수익 구조상 대부분은 광고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노출 빈도가 높아야 광고 효과가 있으므로 자연히 기사 조회 수의 중요성이 강조된다'는 식이다.

2011년 창간한 이래 지금까지, <오마이스타>도 자연히 이 '검색어 기사' 양산을 위한 몇 가지 기술적 방법들을 터득하게 됐다. 그러면서 페이지뷰를 획기적으로 높여줄 수 있다는 검색어 기사의 유혹에 시달려 왔던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이 검색어 기사의 바다에 뛰어들지 않은 것은 '언론은 이러면 안 된다'는 거창한 사명감 때문이었을 수도, 알량한 자존심 때문이었을 수도 있다. 여기 <오마이스타>가 발견한 검색어 기사의 비밀을 몇 가지 남겨 둔다. 이렇게 '내부고발자'를 자처하는 건, 포털 사이트에 종속된 언론사들의 슬픈 현실을 보여주기 위함인 동시에 앞으로도 페이지뷰만을 위한 검색어 기사는 외면해 보겠다는 다짐이기도 하다.

스텝 1. '실시간'으로 변하는 검색어, 눈 부릅뜨고 지켜본다

 대형 포털 사이트 네이버와 다음의 검색어 현황

대형 포털 사이트 네이버와 다음의 검색어 현황 ⓒ 네이버, 다음


가장 기본이 되는 건 포털사이트 모니터링이다. 지금 이 시각 어떤 검색어가 사람의 시선을 잡아끌고 있는지, 어떤 검색어가 클릭을 유도하고 있는지 살피는 건 검색어 기사 작성의 기본이다.

그런데 이 검색어, 한둘이 아니다. 네이버만 봐도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핫토픽 키워드'를 비롯해 사용자 그룹별 인기검색어까지 존재한다. 다음의 경우, '실시간 이슈/뉴스/스포츠/연예 검색어' '소셜픽' '일간 이슈 검색어' 등이 사이트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

특히 포털 사이트 맨 첫 페이지에 떡하니 배치되어 실시간으로 척척 바뀌는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와 '실시간 이슈 검색어'는 공포스럽기까지 하다. 체육시간 학생부장 선생님이 체육관 구석구석까지 던져 주시던 셔틀콕을 쫓아 필사적으로 라켓을 휘두르는 느낌이랄까….

검색어가 어떤 기준으로 선정되는지는 '며느리도 몰라 아무도 몰라'. 다만 확실한 건, 이 검색어가 숱한 검색어 기사를 양산하고, 검색어 기사들은 이 검색어를 오래오래 포털 사이트에 노출시키는 역할을 한다는 것. 일종의 스노우볼 효과다.

스텝 2. '은밀하게 위대하게'... 검색어 기사 본문 쓰는 방법

검색어 기사에도 일종의 테크닉이 필요하다. 하나, 검색어는 되도록 기사 본문에 여러 번 노출시킬 것. 정확한 수치까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최소한 5회 이상은 노출시켜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그 이유는 역시 포털 사이트와 무관하지 않다.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할 수 있는 뉴스는 '정확도'와 '최신'순 등으로 정렬해 볼 수 있는데, 기본 설정은 '정확도'다. '얼마나 이 뉴스가 당신이 찾는 정보와 일치하느냐'를 기본적인 기준으로 한다는 이야기다.

이 기준을 따르려면 당연히 사용자가 입력한 검색어가 많이 들어간 뉴스가 상위권에 랭크될 수밖에. 그러려면 '이, 그, 저' 같은 지시대명사는 쓰지 않는 것이 좋고, 사진 설명에도 검색어를 넣는 것이 좋다. 심지어 기사 본문 맨 위에 아무런 이유 없이 검색어를 나열하는 경우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검색어 '임신부 참치'를 소재로 기사를 쓴 한 언론사의 기사 본문 내용

검색어 '임신부 참치'를 소재로 기사를 쓴 한 언론사의 기사 본문 내용 ⓒ 네이버


스텝 3. 문법은 쿨하게 외면...검색어 기사 제목 짓기

제목을 짓는 데에도 검색어는 빠지지 않는다. 제목 안에 검색어가 들어가야 한다는 건 두말하면 입 아픈 사실이고, 되도록 제목 맨 앞에 검색어를 자리하게 한다. 다시 한 번 '임신부 참치' 검색어를 소환해 보자. 그나마 "임신부, 참치 피해야..높은 수은함유량 '주의'"와 같은 제목은 준수한 축에 속한다. 말은 되니까.

하지만 "임신부 참치 '태아에게 치명적인' 수은 함유량 높아" 같은 경우…음…무슨 뜻인지는 알겠는데, 문법엔 맞지 않는 제목이다. 이렇게까지 해가면서 제목을 짓는 이유, 간단하다. '임신부 참치'가 무조건 제목 맨 앞에 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스텝 4. '충격' 효율적인 '낚시'를 위한 꼼수, '알고 보니'

가끔은 제목 안에 독자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킨 만한 장치를 마련하기도 하는데, 그게 '충격' '헉' '알고 보니' '경악' '이럴 수가' '왜?' 등의 수식어를 덧붙이는 것이다.

오늘 여러 번 고통 받는 '임신부 참치' 검색어를 예로 들겠다. "임신부 참치 먹으면 '치명적', 기형아 나올 확률이…'충격'"은 이 모든 조건을 충족하는 완벽한 사례다. "임신부 참치 절대 'NO'... 대체 왜?" 같은 경우에도 호기심을 유발하는 조건을 갖췄다.

이 같은 낚시질이 횡행하다 보니 누리꾼 사이에서 이를 방지하려는 자구책이 등장하기도 했다. '충격'이라는 단어를 "부디 꼭 클릭해달라고 독자에게 간곡하게 부탁하거나 독자를 낚아보기 위해 언론사가 기사 제목에 덧붙이는 일종의 '주문'"이라 정의한 웹사이트 '충격 고로케'는 앞서 언급한 수식어들이 쓰인 기사를 집계, 독자를 낚은 언론사의 순위를 매기기도 했다. 그러나 이 사이트는 지난 5월을 끝으로 집계를 중단했다. 이유는 "1년반가량 집계결과를 공개했지만, 반성의 기미는 없었다"는 것이라고.

스텝 5. 마지막에 항상 등장하는 누리꾼? 누구냐 넌'

 검색어 '임신부 참치'를 소재로 기사를 쓴 한 언론사의 기사 본문 내용

검색어 '임신부 참치'를 소재로 기사를 쓴 한 언론사의 기사 본문 내용 ⓒ 모 언론사 사이트


이와 같은 검색어 기사 맨 마지막 단락쯤에 슬쩍 등장하는 게 있다. 바로 '네티즌 반응'이다. 다시 한 번…'임신부 참치'의 예를 들어 보자. (아, 이쯤 되니 당장 참치 집으로 달려가 경건한 마음으로 참치에게 사죄라도 해야 할 것 같다)

한 기사에서 발췌한 문장이다. "임신부 참치 소식을 접한 네티즌은 '임신부 참치 관계 흥미진진하다' '임신부 참치 섭취 금지' '임신부 참치 몰랐던 사실 알게 됐다' '임신부 참치 극과 극 반응인 줄 몰랐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그런데 말이다, 이 실체 없는 '네티즌'은 누구일까? 검색어 쫓기에도 바쁜 상황에서 인터넷을 뒤져 '네티즌' 반응을 살피고 이를 기사에 녹여낼 시간이 있을까? 그리고 왜 이 '네티즌 반응'이라는 것에 '임신부 참치'라는 검색어가 빠지지 않고 등장할까?

추론은 독자의 몫에 맡기겠다. 다만 힌트를 남기자면, 요즘엔 아직 세상에 공개되지 않은 가수의 신곡 티저를 소개하는 기사에도 '네티즌 반응'이 붙는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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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레기 검색어 실검 네이버 네티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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