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사가 최갑원이 7일 오후 서울 도곡동 NAP엔터테인먼트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작사가 최갑원이 7일 오후 서울 도곡동 NAP엔터테인먼트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오마이스타 ■취재/이언혁 기자·사진/이정민 기자|
박효신의 '사랑한 후에', 백지영의 '잊지 말아요', 아이유의 '마시멜로우', 버즈의 '겁쟁이', 거미의 '어른아이', 하동균의 '그녀를 사랑해줘요'.

장르도, 멜로디도 모두 다른 이 곡의 뒤에는 한 사람이 있다. 작사가이자 프로듀서인 최갑원 N.A.P엔터테인먼트 대표다. 그의 손길을 거쳐 세상의 빛을 보게 된 노래만 줄잡아 500여 곡. "예전에는 하루에 7곡씩 가사를 썼다"는 그에게 작사가로 산다는 것을 물었다.

"노래에 말 입히는 작사...여성의 감성 많이 담겼죠"

어려서 아버지를 일찍 여읜 최갑원 대표는 어머니, 두 명의 누나와 함께 살았다. 어머니와는 연애하듯이 지냈고, 아버지 역할은 사실상 큰누나가 했다. "어렸을 때부터 '여자에게 잘해야 한다'고 조기교육을 받았다"고 털어놓은 최 대표는 "큰누나의 기분을 많이 살피곤 했다. 누나의 기분을 알아야 괜히 옆에서 까불다가 혼나지 않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고 전했다.

식구들을 통해 여성의 감정을 세심하게 살폈던 최 대표는 이후 작사가가 되어서 서정적인 곡의 가사를 주로 썼다. 그리고 주로 여자 가수들과 작업하기도 했다. 그는 "일할 때, 의식한 건 아닌데 생각해보면 은연중에 내게 여성의 감성이 많이 담긴 것 같다"면서 "작업할 때도 털털하게 하기보다는 꼼꼼하고 세심하게 하는 편이다"고 밝혔다. 최 대표는 가사 쓰는 일을 두고 "노래에 말을 입히는 작업"이라고 정의했다.

"작곡이 먼저고, 작사는 나중이다. 작사라는 건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마구 쓰는 게 아니다. 각각의 멜로디에는 스토리가 있다. 작사가는 멜로디가 구현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멜로디를 들으면서 눈을 감고 그림을 그리는데 '이런 이야기 같다'고 생각하면서 쓴다. 작곡의 비중이 7이라면, 작사가 3이랄까. 골몰해서 경험담을 가져오기보다는 '멜로디가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하나' 고민한다."

"2박3일간 7곡 쏟아내기도...쓰는 게 그저 좋았다"

 작사가 최갑원이 7일 오후 서울 도곡동 NAP엔터테인먼트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최갑원 작사가 "머리가 복잡해서 3일 동안 한숨도 못자던 시절이 있었다. 몇년 동안 '나는 뭐하고 살지?' 생각했던 것 같다. 평소에 글쓰는 것을 좋아했고, 음악에도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오히려 (가요계예) 들어오기는 수월했던 것 같다." ⓒ 이정민


최갑원 대표는 지난 2001년 장나라의 1집에 담긴 '글루미 선데이'의 가사를 쓰면서 본격적으로 작사를 시작했다. 그렇다고 그를 '작사가'로만 칭하기에는 조심스러운 부분도 있다. 휘성의 1집을 시작으로 음반 제작도 활발히 했기 때문이다. 지금이야 많은 이들이 그를 보고 '우와'하고 감탄하지만, 그에게도 '뭐하고 살지'하고 고민하며 잠을 이루지 못하던 날들이 있었다.  

"머리가 복잡해서 3일 동안 한숨도 못자던 시절이 있었다. 몇년 동안 '나는 뭐하고 살지?' 생각했던 것 같다. 평소에 글쓰는 것을 좋아했고, 음악에도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오히려 (가요계예) 들어오기는 수월했던 것 같다. 세상에서 일이 가장 좋더라. 일할 때가 제일 재밌고. 누군가가 내게 가사를 의뢰했다는 게 고맙고 또 즐거워서 잠을 안 자도, 내 가사를 (의뢰한 사람이) 안 쓰더라도 무조건 다 썼다."

세븐의 2집에 담긴 7곡의 가사는 무려 2박 3일만에 쓰기도 했다. "거의 초능력이었던 것 같다"고 미소 지은 최 대표는 "작곡가가 되는 길은 예전보다 넓어졌지만, 프로 작사가의 길은 좁아졌다"고 덧붙였다. 작곡가도, 아티스트도 가사를 쓰다 보니 전문 작사가의 영역은 줄어들고 있다고. 아울러 그는 "요즘 가요는 완성도보다 신선함에 비중을 두는 것 같다"면서 "신선함에 고급스러움을 더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돈 되는 가사에만 매달리지 않으려...좋은 글 쓰겠다"

 작사가 최갑원이 7일 오후 서울 도곡동 NAP엔터테인먼트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작사가 최갑원이 7일 오후 서울 도곡동 NAP엔터테인먼트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이정민


요즘 최갑원 대표는 남성그룹 하이포(HIGH4, 김성구·임영준백명한알렉스)에 온힘을 쏟고 있다. 하이포는 지난 4월 아이유와 함께한 '봄 사랑 벚꽃 말고'로 음원차트 1위를 차지한 신인그룹이다.

"철저하게 만들어진 팀들이 비슷비슷하게 느껴지는 것을 보고, 최대한 정제되지 않은 자유로운 그룹을 만들고 싶었다"는 것이 최 대표의 설명이다. 하이포의 앨범에는 멤버들의 자작곡도 담길 예정이다.

"아이유, 김예림과의 콜라보레이션은 사전 프로모션이었다. 무엇보다 음악에 신경을 쓰려고 했다. 사실 작곡이나 작사는 굳이 알려줄 부분이 없다. 우리는 이미 프로라서 각자의 작법이 존재하는데 신선한 것을 쏟아내는 친구들에게 '그게 아니야'라고 할 필요가 없지 않은가. '한 번 써봤다'고 말하면 '좀 더 해보는 게 어때?'라고 하는 편이다. 가만히 두면 스스로 잘 정리해서 좋은 결과물을 가져오더라."

 작사가 최갑원(가운데)이 7일 오후 서울 도곡동 NAP엔터테인먼트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HIGH4 (하이포)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작사가 최갑원(가운데)이 7일 오후 서울 도곡동 NAP엔터테인먼트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HIGH4 (하이포)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가사는 노래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예전처럼 '한 편의 시 같은' 가사는 쉽게 찾을 수 없게 됐다. 고 이영훈, 고 유재하, 윤종신 등을 좋아한다는 최갑원 대표는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진행하는 '더 리릭스 프로젝트'를 통해 "돈 되는 가사"가 아니라 "좋은 글"을 쓰려고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진짜 오래된 노래인데 촌스럽지 않은 곡이 있다. '시를 위한 시' 같은. 나도 그런 곡을 꼭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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