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나눔'으로 태어났듯이 그 '나눔'을 실천하는 착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작은 나눔과 도움에도 감동의 눈물을 흘리는 우리 이웃들 가까이에 서고자 하는 연예인들입니다. 이웃사랑을 실천하면서 쑥스러워 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말뿐이거나 홍보가 아닌, 진정한 이웃사랑은 널리 알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세상에 이런 사랑이 많이 눈에 띌수록 세상은 더 아름다워질 테니까요. 그래서 <오마이스타>는 이웃사랑을 실천하는 연예인들의 모습을 널리 알리고 함께 합니다. 세상에 진정한 나눔의 사랑을 뿌리는 그들을 우리는 '발룬테이너'라 부릅니다. -편집자 주

 배우 유건

배우 유건 ⓒ JE-KIM


|오마이스타 ■취재/조경이 기자| "'코피노'가 뭐예요?"

지난 12일 낮 12시부터 오후 8시까지 서울 신촌 헬로키티카페에서 '월드휴먼브리지와 나눔 HAJA' 바자회가 열렸습니다. 국제구호개발 NGO 월드휴먼브리지가 주최한 이 바자회는 청년디자이너 업체 20여 곳(관련 홈페이지: http://hajamarket.com)이 참여해서 성황을 이루었습니다. '하자마켓'은 사용에 무리가 없지만 약간의 하자가 있는 B급 재고 상품을 50~90%에 할인된 가격에 판매하여 수익의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는 디자인 제품 브랜드의 '하자 있다고 버리지 말고 좋은 일에 쓰도록 하자' 프로젝트입니다. 이번에 열린 바자회는 '하자마켓'의 수익금을 '코피노 아동 돕기'에 쓰는 것입니다.

기자도 몇몇 스타들과 함께 바자회에 손을 보태기로 했습니다. 제가 준비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건 "코피노가 뭐예요?"라는 질문이었습니다. '코피노(Kopino)'는 한국인 남성과 필리핀 여성 사이에 태어난 '코리안 필리피노(Korean Filippino)'의 줄임말입니다.

우리에게는 부끄러울 수 있는 이름, 코피노

아동성착취반대협회(ECPAT)에 따르면, 코피노의 수는 무려 3만 명. 이는 여행이나 어학연수 혹은 아예 성매매를 목적으로 필리핀에 방문해 현지 여성들과 즐기고 책임을 지지 않는 한국 남성들의 비뚤어진 성문화를 보여주며 국제적으로 큰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지난 5월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은 '사각지대에 놓인 3만 명의 코피노'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한국인이 필리핀에서 과거 일본이 저지른 만행을 이어가고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문제는 국내에서는 부끄러운 한국인의 자화상과 같아서인지, 같은 민족의 잘못이라서 그런 것인지 다른 사회적 이슈들보다 크게 다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코피노'라는 단어조차 모르는 사람들도 적지 않습니다. 

이에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한 월드휴먼브리지는 코피노 아동들을 위한 작은 캠페인부터 시작해, 한국을 향해 적대적인 감정을 피워가고 있는 필리핀 어머니와 아이들을 위로하기 위해 나섰습니다.

월드휴먼브리지 임진기 사무국장은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서 "코피노는 바로 한국인의 부끄러운 모습일 수 있다"며 "필리핀 여성이 임신을 하면 한국 남자들이 돌아가 연락을 끊고 양육비도 주지 않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대부분의 아이 엄마들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환경에 있다"고 말문을 열었습니다.

"코피노 아이들은 어린 나이에 손쉽게 돈을 벌수 있는 유흥업소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출산 후에 돈을 벌기 위기 위해 유흥업소에서 일하는 엄마가 맡길 데가 없는 아이를 데리고 일하는 사례도 많다고 합니다. 

무엇보다 코피노 아이들이 태어나면서부터 아빠가 누구인지도 모르며 슬픈 인생을 시작하는 것에 참 안타까움을 많이 느낍니다. 안타까움을 넘어 미안함까지 느끼게 되더군요. 대부분의 아이들이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하고 열악한 환경에서 자라다보니 빈곤과 아픔의 상처를 엄마로부터 이어 받아 살아가는 악순환의 삶이 됩니다.

그래서 월드휴먼브리지는 우선적으로 코피노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과 배움의 기회를 주고, 아이들의 내면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있는 상한 마음과 아픔을 위로하고 감싸주며 건강하게 자라도록 하기 위해서 필리핀 다바오 지역에 코피노 아동센터를 세웠습니다.

코피노 아동센터에 아이들에게 필요한 영어로 된 동화책, 학습책, 학용품, 냉장고, TV, 봉고차 등 준비해야 하는 것이 아직 많습니다. 그래서 그 작은 시작으로 '하자마켓'의 디자이너·청년 기업가들과 함께 바자회를 열게 되었습니다. 이번 수익금은 아동센터에서 아이들이 공부하는데 필요한 학습도구 등에 사용될 예정입니다." (임진기 사무국장)

배우·모델·작가 등 아티스트들, 힘 보태기 위해 참석

 배우 사희, 월드휴먼브리지로부터 선행상 받아

배우 사희, 월드휴먼브리지로부터 선행상 받아 ⓒ 채움 엔터


 고영수 대한출판문화협회 회장, 코피노 바자회 참석

고영수 대한출판문화협회 회장, 코피노 바자회 참석 ⓒ JE-KIM


자신과 엄마를 버린 한국인 아버지로 인해 한국에 대한 적대적인 감정을 가지면서 희망을 잃어버린 코피노 아이들의 꿈과 희망을 되찾아 주기 위해 시작된 작은 바자회. 국내 아티스트들과 기업가들이 선뜻 선의의 마음으로 어떤 역할이든 도움이 되는 일이 있다면 함께 하고 싶다고 참여해주셨고, 대한출판문화협회 고영수 회장도 직접 참석해주셨습니다.

헬로키티카페에서는 이날 장소와 식음료, 각종 디저트를 기부해주셨습니다. 헬로키티카페 김종석 대표는 "앞으로 코피노 등 필리핀의 불우한 아동뿐만 아니라 세계의 어린이들이 행복할 수 있는 나눔, 후원 행사에 적극 참여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물티슈 업체 몽드드에서는 물티슈를 후원해주셨습니다. 몽드드 유정환 대표는 "사실 그 동안 이 땅의 소외된 계층의 어머니들에게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였는데, 이번에 필리핀 땅에서 한국인 남성 때문에 절망하고 있는 어머니와 아이들 소식을 듣고 사실 너무 놀랐습니다"라며 "할 수 있는 한에서 언제든 앞으로도 도움을 드리고 싶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남양유업에서 기부한 17차, 두유, 캔커피, 물 등은 이날 참석한 아티스트들과 바자회 고객들에게 모두 제공되었습니다.

아티스트들도 힘을 보탰습니다. 비올리스트 김남중은 미니 콘서트를 준비했으며, 사진작가 김재은은 아름다운 사진들을, 화가 김영희씨는 다수의 그림을 바자회 물품으로 보내주셨습니다. 또한, 배우 사희·유건·손세빈·강지우·김한·변희상·최윤소·남동현·장우현·손대희 등이 자리했으며, 개그맨 나몰라 패밀리(김경욱·김태환·고장환)와 발레리노 정영재가 참석했습니다. 모델 구병두·이기백·박우재·김현진·윤건영·도병욱·서윤희·김양훈·김은본·김태근 등도 참석해 물품 판매를 도왔습니다. 

"항상 월드휴먼브리지 행사 가면 행복해져요. 아름다운 음악 공연도 하고, 이번엔 생각지도 못한 상과 선물까지 주셔서 너무 감사했어요. 사실 바자회 상품에 큰 기대를 안했는데, 요즘 어린 친구들이 좋아하는 디자인의 핸드폰케이스와 클러치, 제가 자주 사용하는 브랜드의 바디로션까지 있어 깜짝 놀랐어요. SNS에 올렸더니 '다음에 자기도 꼭 불러달라'고 하는 친구들도 많았어요. 하자마켓이 다시 열렸으면 좋겠고, 그땐 많이 사서 주위 지인들께 선물도 하고 싶어요." (배우 사희) 

 배우 강지우

배우 강지우 ⓒ JE-KIM


 배우 변희상(왼쪽)과 손대희(오른쪽).

배우 변희상(왼쪽)과 손대희(오른쪽). ⓒ JE-KIM


사희는 이날 월드휴먼브리지로부터 '연예인 선행상'까지 받아서 의미를 더했습니다. 월드휴먼브리지와 '2013 사랑의 김장 나눔' '저소득 취약계층의 임신부들에게 출산용품 지원' '태풍 하이옌, 필리핀 이재민 돕기' 등의 선행 활동에 그동안 늘 함께한 덕분입니다. 

이날 가장 많은 인기를 모았던 스타는 배우 유건. "실물이 훨씬 잘 생겼다"고 환호하는 바자회 고객들로부터 사진 촬영 요청이 쏟아졌습니다. 유건은 <오마이스타>에 "코피노에 대해선 방송을 통해 알고 있었고, 제가 그 친구들에게 작게나마 힘을 함께 보탤 수 있었다는 게 행복했습니다"라며 "작은 힘들이 모이면 큰 힘이 되니까 여러분들도 조금이라도 관심이 생기면 그냥 지나치지 마시고 그 조금의 관심을 보여주셨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당부했습니다.

유건과 같은 소속사 여배우인 최윤소는 "한국인들의 이런 작은 관심이 코피노 아동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고 눈물과 좌절을 멈출 수 있길 기대해 봅니다"라며 "더 이상 불행한 탄생이 없도록 코피노 돕기 행사에 참여할 수 있게 되어 좋은 시간이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뮤지컬 <드라큘라>에 출연하고 있는 배우 변희상과 손대희도 자리했습니다. 변희상은 "여러 봉사활동을 해왔지만 사실 우리나라 아이들을 위한 봉사 외에는 관심이 없었던 게 사실이었고 그 외에는 남의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라며 "이번에 코피노를 알게 되고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같은 한국 사람으로 부끄럽고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더 이상 코피노 아이들이 고통 받지 않도록 앞으로 꾸준히 관심을 기울이고 싶습니다"라고 전했습니다.

"부족한 '하자'가 아니라, '하자(do)'라고 느꼈어요"

 배우 손세빈

배우 손세빈 ⓒ JE-KIM


 왼쪽부터 모델 서윤희·김태근·윤건영·김은본·도병욱·김양훈.

왼쪽부터 모델 서윤희·김태근·윤건영·김은본·도병욱·김양훈. ⓒ JE-KIM


"이렇게 사회적으로 소외된 계층을 향한 관심을 환기할 수 있는 자리가 더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 배우 손세빈) 

"이번 자리를 통해 코피노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했고 앞으로 제 주변의 지인들에게 먼저 이런 사실을 알려야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앞으로도 앞장서서 코피노 돕기에 작은 힘이지만 보태겠습니다." (배우 강지우)

"이렇게 의미 있는 자리에 참석하게 돼 영광입니다. 많은 이들이 코피노 아이들에게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고 저 역시 좋은 일, 착한 일을 하는 자리라면 언제든 함께 하고 싶습니다." ( 배우 남동현)

"코피노의 부끄러운 이면에 대해 듣고도 별 생각이 없었다는 제가 부끄러웠습니다. 또 묵묵히 자신이 할 수 있는 무엇인가를 하고 계신 분들이 있다는 것에 감사했습니다. 하자마켓이라고 하셨지만 뭔가 부족한 '하자'가 하니라 무엇인가를 '하자(do)'라고 느끼고 왔습니다. 그동안 불편해서 부끄러워서 외면한 이웃이 없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봅니다. 앞으로 이런 행사가 또 있다면 많은 이들에게 알려야겠습니다. 뜻 깊은 행사 알려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배우 김한)

"바자회를 준비한 사람들, 참석한 사람들 그리고 연주자분들까지 눈빛에서 따뜻함을 느낄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배우 장우현)

"한국인들의 이런 작은 관심이 코피노 아동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고 눈물과 좌절을 멈출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더 이상 불행한 탄생이 없도록 코피노 돕기 행사에 참여할 수 있게 되어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배우 최윤소)

 배우 최윤소

배우 최윤소 ⓒ JE-KIM


 김남중과 제자들의 '비올라 러브' 미니 콘서트 연주

김남중과 제자들의 '비올라 러브' 미니 콘서트 연주 ⓒ JE-KIM


비올리스트 김남중은 제자들과 함께 개막 연주와 마무리 연주를 하며 바자회를 빛냈습니다. "7명의 제자들과 함께 6곡을 연주한 뒤 서로를 껴안아 주며 정말 행복했습니다"라고 소감을 전한 그는 "큰 무대는 아니었지만, 코피노 아이들을 돕겠다는 좋은 마음으로 모인 분들의 자리여서인지 그 따뜻한 마음이 연주자들에게도 더 큰 감동이 왔던 것 같습니다"라며 "앞으로도 코피노뿐만 아니라 사회적 약자들을 위해서 따뜻한 마음으로 음악을 통해서 위로하고 싶습니다"라고 밝혔습니다.

리얼에스에이티에서는 코피노 아이들을 위해 70여권의 영어 도서를 기부하였습니다. 리얼에스에이티 권순후 대표는 "제대로 된 교육, 좋은 교육을 받은 학생들이 성장해서 계속적으로 뒤이은 나눔을 이어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환경 때문에 우수한 아이들이 교육을 받지 못 하고 자신의 꿈을 펼칠 기회조차 없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라고 본다. 앞으로도 어려운 환경의 아이들이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고 그것이 나눔으로 이어지는 생태계를 구축하고 싶다"라고 밝혔다.

 코피노 돕기 하자마켓 바자회

코피노 돕기 하자마켓 바자회 ⓒ 월드휴먼브리지


바자회 물품을 구입하기 위해 참석한 30대 중반의 이지현씨는 "코피노 아동센터를 설립하는 뜻 깊은 취지여서 좋았고, 김남중씨의 공연이 함께 어우러져서 아름다운 장소가 되었습니다. 또, 럭키백과 바자회 물품들 구성이 신선하고 좋았습니다"라고 소감을 전했습니다. 다만, 아쉬운 점에 대해서는 "개회식 때 코피노 아동에 대해 소개하는 부분에서는 아이들과 필리핀 어머니들의 실상을 담은 영상을 상영했다면 일반인들의 관심과 공감이 컸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라고 조언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한편 이날 참석하지 못 했지만 많은 스타들이 응원의 메시지와 물품을 보내주셨습니다. 한국판 '노다메 칸타빌레'인 드라마 <내일도 칸타빌레>에 주연배우로 나란히 캐스팅된 배우 주원과 심은경이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주었습니다. 특히 심은경은 바자회 물품으로 시계·모자·옷 등의 물품을 다수 기부하셨습니다.

또한 배우 강예원·남궁민·박지수·오타니 료헤이·정만식·박수영·최무성·이문식 등의 배우들이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주셨습니다. 가수 김현중은 4집 미니앨범 <타이밍>(TIMING)을 바자회에 보내주셨습니다. 이날의 모든 사진과 영상의 기록은 김재은 사진작가와 정용견 촬영감독이 재능기부로 해주셨습니다.

 왼쪽부터 모델 박우재, 나몰라 패밀리, 비올리스트 김남중, 배우 사희와 남동현.

왼쪽부터 모델 박우재, 나몰라 패밀리, 비올리스트 김남중, 배우 사희와 남동현. ⓒ JE-KIM


* 코피노아동 돕기 바자회 관련 영상: https://m.youtube.com/watch?v=AZd04Tb4G6M


발룬테이너 코피노 사희 유건 심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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