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어송라이터 핫펠트로 데뷔한 원더걸스 예은

싱어송라이터 핫펠트 ⓒ JYP엔터테인먼트


|오마이스타 ■취재/이언혁 기자| 누구나 다 아는 원더걸스 예은이라는 이름은 잠시 내려뒀다. 대신 핫펠트(HA:TFELT)라는 비교적 낯선 이름을 내세웠다. 이는 그동안 원더걸스가 해왔던 복고풍의 댄스곡과는 완전히 다른 색깔의 음악을 들려주겠다는 각오이자, 대중이 선입견 없이 음악을 들어줬으면 하는 바람을 담은 선택이었다.

사실 사전 정보 없이 노래만 듣고는 핫펠트가 예은이라는 점을 알아차리기 힘들다. '예은 같은데?'라는 반응에 그칠 뿐이다. 첫 솔로앨범 < Me? >에 담긴 7곡을 공동 작사, 작곡, 프로듀싱한 핫펠트는 "긴장도 되고, 기대도 된다"고 소감을 밝혔다. 데뷔 8년 차 가수이지만 솔로는 처음인 데다, 자신의 뜻이 그대로 담겼기 때문이다.

예은은 이미 수년 전부터 곡 작업을 했다. 흥미를 느끼면서 본격적으로 작곡가로 활동하게 된 예은은 "원더걸스와는 차별화하고자" 핫펠트라는 필명을 택했다. 핫펠트의 음악에는 국내외에서 원더걸스로 활동했던 경험은 물론이요, 드라마와 뮤지컬에도 도전했던 26살 박예은의 감성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1년 반 전부터 솔로 준비...지금이 나의 타이밍이다"

 싱어송라이터 핫펠트로 데뷔한 원더걸스 예은

ⓒ JYP엔터테인먼트


본격적으로 솔로 앨범을 준비한 것은 1년 반 전부터다. 원더걸스표 댄스 음악과 어쿠스틱한 음악 사이에서 고민한 끝에 '할 수 있는 것을 다 보여주고 싶다'고 마음먹었다고. '원더걸스를 대표해서 (솔로로) 나간다'는 생각보다 '신인가수로 데뷔한다'는 생각으로 작업에 임했고, 하나둘씩 결과물을 내놨다.

"지금이 가장 준비된 타이밍이라고 생각한다. 그동안은 내 음악을 준비하는 시간이었고, 이전에 냈다면 내 색깔을 완전히 보여주지는 못했을 것 같다. 사실 늘 원더걸스 안에 있었을 뿐, 나를 오롯이 보여준 적이 없다. '원더걸스 예은'이라고 하면 많은 이들이 원더걸스를 기대할 것 같았다. 그냥 핫펠트의 음악으로 받아들여 줬으면 좋겠다."

그동안 '예쁘게' 노래했던 예은은 이제 직설적으로 소리를 내뱉는다. 일찌감치 '모든 대중을 만족시킬 수 없다'고 생각했고, 많은 이들이 좋아해 주는 음악을 할 자신도 없었다는 핫펠트는 "박진영 프로듀서는 '대중성과 음악성을 모두 잡는 게 베스트'라고 했지만 처음부터 그러기는 힘들 것 같다. 조금씩 발전해갈 것"이라고 전했다.

"지금 유빈 언니, 혜림이, 선미와 함께 산다. 혜림은 '아이언 걸'의 피처링을 해줬고, 유빈 언니는 함께 미국에서 다큐멘터리 작업을 해줬다. 선미는 포토그래퍼를 추천해줬다. 세 사람은 항상 내게 아이디어를 줬다. 곡을 쓸 때마다 (원더걸스) 멤버들에게 들려줬는데 처음엔 난해해하더라. '나는 좋은데 대중적으로 잘 될까?' 걱정하더라." 

"박진영 PD와의 '세계대전'...내가 주체이고 싶었다"

 싱어송라이터 핫펠트로 데뷔한 원더걸스 예은

▲ 핫펠트 "박진영 PD님을 설득하기 위해서 난생처음으로 오선지 노트 11장에 빽빽하게 편지를 썼다. 한 곡 한 곡을 왜, 어떤 감정으로 썼는지를 자세히 담았다. 그 뒤로 감동을 받으셨는지 '시원하게 해봐라'고 하더라." ⓒ JYP엔터테인먼트


핫펠트의 음악적 정체성은 원더걸스의 미국 활동 당시 확립됐다. '다양성의 도시'인 뉴욕에서 예은은 '내 음악을 끝까지 해봐야겠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사비를 털어서 떠난 뉴욕에서 핫펠트는 작곡가 이우민과 함께 앨범을 만들었다. 박진영 프로듀서는 섹시 콘셉트를 추천했지만, 핫펠트는 "첫 이미지가 섹시이고 싶진 않다"고 반기를 들었다.

"박진영 PD님은 '네 음악이 좋지만 대중도 사랑해줄까?'라고 했다. 내가 의견을 끝까지 안 굽혀서 나중엔 화도 내셨는데, PD님을 설득하기 위해서 난생처음으로 오선지 노트 11장에 빽빽하게 편지를 썼다. 한 곡 한 곡을 왜, 어떤 감정으로 썼는지를 자세히 담았다. 그 뒤로 감동을 받으셨는지 '시원하게 해봐라'고 하더라."

핫펠트는 박진영 프로듀서가 추천한 'Bond' 대신 'Ain't Nobody'를 타이틀 곡으로 하고, 현대무용을 퍼포먼스로 준비했다. 박진영 PD는 이번에도 반대했다. '노래하다가 갑자기 춤을 추면 감정이 무너지고 웃겨 보일 것'이라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핫펠트는 이번에도 밀어붙였다. 몰래 안무를 짜놓고는 뒤늦게 보여주고 허락을 받아냈다.

"앨범을 내기까지 세계대전을 몇 번이나 치렀는지 모른다.(웃음) 'Bond'는 대중성도 있고, 콘셉트가 확실한 곡이다. 하지만 난 박진영 PD님에게 '이 곡으로는 못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게 1차 전쟁이었다. 그다음이 현대무용 퍼포먼스였고. 재킷 커버, 뮤직비디오 콘셉트까지 수많은 전쟁이 있었다. 의도는 충분히 알지만, 내 것으로 가고 싶었다. 좋은 결과를 낳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가 하는 사람이고 싶었다."

"많이 다듬어졌고, 단단해진" 핫펠트, 기대되는 이유는?

 싱어송라이터 핫펠트로 데뷔한 원더걸스 예은

▲ 핫펠트 "원더걸스로 데뷔할 때는 평범한 고등학생에서 뽑히자마자 신데렐라처럼 가수가 되었다. 감당하기 힘든 부분이 참 많았다. 그러나 지금은 준비되었다. 7~8년 동안 일하면서 나를 찾아가고, 많이 다듬어졌다. 중간에 잠시 잊었던 열정이나 내 안의 에너지를 많이 찾은 느낌이다." ⓒ JYP엔터테인먼트


핫펠트는 올해 초 아프리카에 다녀왔다. 사자가 있는 그곳에서 맨발로 뛰어다니는 어린아이들을 보며 충격을 받은 그는 '그동안 내가 나를 과소평가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잘 안될 것, 비난받을 것을 두려워했지만, 그 또한 자신이 견딜 수 있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그리고 또 하나의 질문이 더해졌다. '만약 내게 남은 시간이 3개월밖에 없다면,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한 팬이 지난해에 뇌종양으로 세상을 떠났다. 불과 19살이었다. 지난해 초까지도 전교 1등을 하며 가고 싶은 대학교 앞에서 사진을 찍는 친구였는데 병이 급속도로 악화돼 수능날 세상을 떠났다. 그 친구를 보면서 '나는 왜 더 가지지 못해 안달이 났을까. 나도 언제 죽을지 모르는데 정말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다'고 깨달았다."

이런 마음가짐으로 다듬은 앨범이 드디어 세상에 나왔다. 핫펠트는 "대중적이라기보다는 내 음악을 좋아하는 마니아층이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자신의 생각을 음악에 녹여내고, 뜻을 굽히지 않고 나아가는 동안 핫펠트는 조금 더 단단해지고, 성장했다. 그의 '발전'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2집에 대한 구상은 굉장히 많이 진행되었다. 1집의 결과에 따라 시기가 당겨질 수도, 늦춰질 수도 있을 것 같다. 원더걸스로 데뷔할 때는 평범한 고등학생에서 뽑히자마자 신데렐라처럼 가수가 되었다. 감당하기 힘든 부분이 참 많았다. 그러나 지금은 준비되었다. 7~8년 동안 일하면서 나를 찾아가고, 많이 다듬어졌다. 중간에 잠시 잊었던 열정이나 내 안의 에너지를 많이 찾은 느낌이다. 한층 단단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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