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상회담>의 영국 대표 제임스 후퍼.

<비정상회담>의 영국 대표 제임스 후퍼. ⓒ JTBC


"성공이 무엇인지 한가지로 정의된 것은 없습니다. 여러분에게 맞는 성공을 직접 찾아서 도전해야 합니다."

19살 때 에베레스트에 등반한 탐험가 제임스 후퍼의 꿈에 대한 조언은 꽤나 감동적이었다. 비단 그가 내셔널 지오그래픽이 선정한 2008년 올해의 탐험가여서도, 영국에서 온 미남이어서도 아니었다.

JTBC <비정상회담> 3회 말미, 그가 꿈을 좆는 한국 청년들에게 전한 말은 사실 대단히 새로운 성질의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단계별로 차근차근 노력"하고, "위험을 두려워하지 않"고, "여러분이 원하는 꿈을 사람들에게 말하라"는 세 가지 단계는 분명 (적절한 음악과 정면 숏과 함께) 적지 않은 울림으로 다가왔다.

그건 출연자 제임스 후퍼가 새신랑임에도 불구하고 다시 에베레스트에 도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리라. (심지어 목숨을 걸고)꿈을 위해 나아가는 청년의 생생한 목소리에는 그렇게 진심이 담겨져 있었다.

그 진심을 <비정상회담>은 화면을 통해 전했고, '현실과 꿈'이라는 주제와 연결시키는 것은 물론 11개국 출연자들의 걱정과 근심까지도 담아냈다. 11개국 청년들의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듣는 <비정상회담>만의 매력은 바로 여기에 있다. <썰전>만큼 직설적이고, <마녀사냥>보다 다채로운 주제를 11개국 청년들의 생생한 목소리로 들을 수 있다는 점 말이다.

11개국 청년들의 진솔한 속내, 제대로 들려 줄 수 있을까 

 지난 7일 첫 방송을 시작한 JTBC <비정상회담>.

지난 7일 첫 방송을 시작한 JTBC <비정상회담>. ⓒ JTBC


"기성세대의 멘탈을 흔드는 비정상적이고 재기발랄한 세계의 젊은 시선! 과연 그들은 한국 청춘들이 봉착한 현실적 문제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세계 청년들의 핫(hot)한 안건을 놓고 펼치는 비정상대표! G11의 문화대전! 행복을 갈구하는 이 시대 청춘들에게 보다 명확하고 색깔 있는 미래의 답을 제시한다!"

<비정상회담>의 기획 의도다. 4회까지 방영된 지금, 이 의도는 일정정도 반영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를 구현해 줄 출연자 대부분이 20대인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각국에서 태어나고 생활했으며 지금은 한국어로 남부러울 것 없이 의사소통할 수 있는 이들이 쏟아내는 수다들은 분명 기존 토크쇼와 차별점을 갖기에 충분하다.

원조격인 <미녀들의 수다>와 비교해도 또 다르다. <미녀들의 수다>의 출연자들을 떠올려 보라. 핀란드인 따루가 놀라웠던 것은 한국어실력 뿐만 아니라 자신의 견해를 가감 없이 전하는 솔직함 때문이었다.

그러나 선진적이었던 <미녀들의 수다>는 점차 한국어 실력이 부족한 출연자들을 무차별적으로 기용해 웃음거리나 볼거리로 전락시킨 바 있다. 주제 역시 흥미 위주나 1차원적인 소재를 벗어나지 못하며 힘을 잃어갔다. 급기야 한국 여대생의 "루저" 발언으로 주 시청자였던 남성들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이에 비해 <비정상회담>은 치밀하고 영민하다. 세심하게 캐스팅된 것이 분명해 보이는 11개국 출연자들의 개성은 그 자체로 흥미롭다. 위트와 진행 실력을 겸비한 전현무와 유세윤, 성시경의 역할 분담도 나쁘지 않다. <미녀들의 수다>만큼 부각시키지 않지만, 미남들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무엇보다 그들은 '토론'을 한다. 문제는 제작진이 어떤 주제를 던져 줄 것이냐다. 여기에 <비정상회담>의 성패가 달려 있다. 

"10년간 나온 토크쇼 중 가장 새로울" 수 있는 <비정상회담>

 JTBC <비정상회담>의 진행자 전현무, 유세윤, 성시경

JTBC <비정상회담>의 진행자 전현무, 유세윤, 성시경 ⓒ JTBC


'(직업을 포함한)꿈과 현실'이란 주제로 공감을 샀던 3회에 비해 '남자를 모르는 여자' 개그맨 오나미를 출연시킨 4회는 <마녀사냥>과 다를 바 없는 연애상담으로 일관했다. 물론, 20대 청춘들을 모아 놓은 만큼, 연애와 사랑보다 핫한 주제는 없으리라.

흥미로운 것은 2회 때 다뤘던 혼전동거보다 덜한 토론의 수위였다. 핫하지만 훨씬 추상적일 수 있는 주제였던 셈이다. 꿈을 놓고 직업과 교육 등 훨씬 현실적이고 세밀한 이야기가 가능했던 3회와 비교해 봐도 그렇다. 자, 그러니까 자극적인 소재가 인터넷 기사를 양산하긴 좋겠지만 토크의 밀도나 질을 담보해내긴 쉽지 않다는 얘기다.

종편으론 이례적으로 3회 만에 시청률 3%(닐슨 코리아 수도권 유료가구 광고 제외 기준)를 돌파한 <비정상회담>은 임정아 PD가 언급한 대로 "10년간 나온 토크쇼 중 가장 새로울" 수 있는 형식을 갖췄다. 가나의 샘, 터키의 에네스, 미국의 테네스 등 개성 강하고 입담 좋은 출연자들을 확보해 이미 캐릭터도 단단히 구축했다.

그리고 그들은 이미 국가별 자존심과 이견을 공공히 해나가며 시청자들이 상상할 수 있는 소통과 화해의 제스추어도 연출하고 있다. 남은 것은 '어떤 이야기를 할 것인가'다. <마녀사냥>을 따를 것인가, <썰전>의 '독한 혀들의 전쟁'을 취할 것인가. 11개국 젊은이들을 모아놓고 연애 얘기만 반복한다면, <미녀들의 수다>의 재탕보다 못한 수준 아닐 런지.

제작진에겐 박사 과정을 이유로 하차한 제임스가 전한 진심이 왜 큰 울림을 전해줬는지 곱씹는 자세가 필요할지 모른다. 이미 2회와 4회를 통해 연애 문제는 전 세계 공통이라는 사실도 확인 됐으니 말이다. 세계는 넓고 할 이야기는 더 많지 않겠는가. 그런 점에서, <비정상회담>이 이스라엘의 팔레인스타인 침공을 토론하고 비판하는 그날을 고대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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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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