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산타바바라>에서 음악감독 정우 역의 배우 이상윤이 17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영화 <산타바바라>에서 음악감독 정우 역의 배우 이상윤이 17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오마이스타 ■취재/이선필 기자·사진/이정민 기자| 첫 주연 영화라 긴장의 연속일 법 했지만, <산타바바라>는 이상윤에게 '쉼' 같은 작품으로 남았다. 극 중 음악 감독이라는 설정에 밴드 언니네 이발관 기타리스트 이능룡에게 개인 교습도 받았다지만, 감독이 그에게 주문한 연기는 '하고 싶은 대로 해!'였다.

그간 드라마 <사랑해 울지마> <내 딸 서영이> 등으로 대중에 알려졌던 이상윤에게 영화는 낯선 도전일 법했다. 다행인지 첫 주연작에서 조성규 감독과 배우 윤진서를 만나 편안하게 녹아들 수 있었단다. 음악 감독과 전문 광고인의 로맨스를 다룬 이 작품의 미덕은 바로 '자연스러움'. 그렇기에 이상윤은 얼지 않고 평소의 모습을 담아내려 했다.

"뭔가 어수룩한 모습? 실제로도 갖고 있어요"

"영화 작업이 항상 궁금했고 꼭 하고 싶은 분야였어요. 그간 몇 차례 (영화 출연) 기회가 있었지만 진행과정에서 안 되기도 했었죠. <산타바바라>를 통해 영화 작업을 부담 없이 해볼 수 있었던 거 같아요. 첫 주연작이라는 책임감보다는, 미국 로케이션 촬영도 그랬고, 맛집 등을 찾아다니며 기분 좋게 놀고 일한 기분이에요."

 영화 <산타바바라>에서 음악감독 정우 역의 배우 이상윤이 17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상윤 "제 나이가 서른 중반이지만 연기적으로는 이제야 30대가 된 느낌이에요. <내 딸 서영이>가 아무래도 많은 가르침을 줬어요. 대본을 대하는 태도라든지, 생각이라든지 말이죠." ⓒ 이정민


그가 맡은 음악 감독 정우는 사랑에 있어서 숙맥이지만, 진지하다. 다소 어수룩한 성격으로 약속을 어기게 돼 수경(윤진서 분)에게 된통 혼나기도 한다. 이상윤은 "연출을 맡은 조성규 감독님이 <내 딸 서영이>를 보고 캐스팅하고 싶었다고 하셨는데 제게 어디서 맹한 느낌을 가지게 됐는지 궁금했다"며 "근데 사실 실제로 좀 어리바리한 면이 있긴 하다"고 말했다.

실제 나이로 치면 오빠라지만 영화계 선배인 윤진서의 도움을 받기도 했다. 영화 현장에서 생소한 용어를 윤진서가 친절하게 설명해주고 이해를 도왔던 것이다. "연인 관계로 나오기에 둘 사이의 친분도 자연스럽게 쌓는 게 중요했다"며 이상윤은 윤진서와 함께 한 소감을 언급했다.

"개성 넘치는 친구예요. 그래서 매력적인 연기자라고 생각해요. 자기 색만을 고집하지 않고 적절하게 융합할 줄 아는 사람인 거 같아요. 동생이지만 저보다 더 어른스럽기도 해요(웃음). 촬영 현장에서는 술 먹는 장면이 여럿 있었는데 실제 술을 먹기도 했어요. 연기하는 분들 중 술을 잘 먹는 분들이 많은데 진서씨도 주량이 꽤 될 거예요."

엄친아에서 연기자 전향..."후회스럽지 않다"

 영화 <산타바바라>에서 음악감독 정우 역의 배우 이상윤이 17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상윤 "그러고 보니 곧 데뷔 10년이 되네요? 전보다 더 잘 해야겠다는 생각이 커요. 10년 차인데도 자기 역할을 제대로 못하면 부끄럽잖아요." ⓒ 이정민


누가 뭐래도 이상윤의 장점은 편안한 인상과 연기다. 훤칠한 키에 모델 일로 연예계 생활을 시작했고, 연기자로 방향을 틀며 특유의 서글서글한 모습으로 대중에게 다가갔다. 일상에서야 좀 순박한 성격이라지만, 극 중에서는 당차거나 명민하며 사랑에 있어서 적극적인 모습 등으로 호감을 샀다.

"제 나이가 서른 중반인데 연기적으로는 이제야 30대가 된 느낌이에요. <내 딸 서영이>가 아무래도 많은 가르침을 줬어요. 대본을 대하는 태도라든지, 생각이라든지 말이죠."

그리고 또 하나, 서울대 물리학과를 나온 이가 연기를 업으로 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한국 과학계는 어쩌면 아까운 인재를 한 명 잃은 셈이 아닐까. 다른 과목도 아닌 순수학문을 전공한 과학도라는 건 단순한 관심 이상의 열정이 있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전향에 후회는 없었을까.

"(웃음) 연기자를 택한 것에 후회는 전혀 없어요. 너무 즐거운 일이죠. 물론 어릴 때 꿈도 아니었고, 연기자를 할 거라는 생각은 못했어요. 중학교 때부터 드라마 보는 건 좋아했지만요. 그러고 보니 곧 데뷔 10년이 되네요? 전보다 더 잘 해야겠다는 생각이 커요. 10년 차인데도 자기 역할을 제대로 못하면 부끄럽잖아요. 돌아보면 잘 극복해왔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그래도 전작들을 들춰봤을 때 뭔가 하나씩이라도 나아지고 있는 거 같아 위안이 되네요."


 영화 <산타바바라>에서 음악감독 정우 역의 배우 이상윤이 17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상윤 "모델을 한다고 했을 때 오히려 부모님은 권장했어요. 제가 잠시 하고 그만 둘 거라고 생각하셨나 봐요. 워낙 낯을 가리던 성격이라 그런 활동을 하면 달라질 거라 여겼던 거죠(웃음)." ⓒ 이정민


2004년 6월 공익요원 근무 중 길거리에서 모델 제의를 받지 않았다면 지금의 그는 다른 길을 가고 있었을지 모른다. 이상윤은 "만약 배우를 하지 않았다면 지금쯤 유학 중일 것"이라며 "연구실에 들어가 있거나 의학대학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모델을 한다고 했을 때 오히려 부모님은 권장했어요. 제가 잠시 하고 그만 둘 거라고 생각하셨나 봐요. 워낙 낯을 가리던 성격이라 그런 활동을 하면 달라질 거라 여겼던 거죠(웃음). 저도 좀 안타까운 게 순수학문이잖아요. 그쪽을 전공한 분들이 다들 다른 길로 가더라고요. 그만큼 순수학문을 하며 한국에서 생활하는 게 힘든 거겠죠. 

전공자라 그런지 종종 과학 기사에 눈이 가긴 해요. 뭐가 발견됐다고 하면 찾아보기도 하고요. 예전에 학교에서 교양으로 러시아 문학 수업을 들었는데 그 교수님이 하신 말이 기억나네요. 현대판 집현전을 구상하신다면서 순수학문으로 어느 정도 반열에 오른 분들이 재능기부 등을 해서 후학을 이끌면 인문학이든 자연과학이든 발전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죠. 교수님이 제가 연기자인 걸 알아보시고 손수 메일을 보내시기도 했는데 제가 그 친분을 이어가지 못하고 있네요."

연기에서든 학문에서든 이상윤은 자기 자리에서 진심을 다해 능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순수한 열정이라 해두자. 이제 막 영화 쪽으로 발을 넓힌 이상윤은 "영화 쪽에서도 저라는 배우가 있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말미에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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