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이것이 진짜 공부다>의 한 장면.

tvN <이것이 진짜 공부다>의 한 장면. ⓒ CJ E&M


tvN은 7월 8일에서 22일, 3회에 걸쳐 명문대 출신 멘토들이 중고등학생 자녀들을 대상으로 한 이른바 '공부 솔루션' 프로그램을 방영하였다.

방송의 제목이 된 <이것이 진짜 공부다>는 이미 2012년에서 2013년까지 서울과 부산을 오가며 화제를 모았던 강연회였으며, 2013년 12월 같은 제목의 책으로 출간된 바 있다. 이 강연회의 주된 연사들이자 책의 저자들은 MC를 맡은 방송인 서경석을 비롯하여, 2001년 수능 상위 1%이자 공부 멘토링 기업 공신닷컴의 강성태 대표, 자기 주도학습 에듀플렉스의 이병훈 부사장, <하루라도 공부할 수 있다면>의 저자이자 데이스터디의 박철범 대표다.

강연과 달리, 프로그램은 이른바 '호모 아카데미쿠스'라 불리는 이들 멘토들의 지원 아래, 세 명을 선정하여 이들이 일정 시간 동안 변화된 모습을 담아냄으로써, 멘토링의 효율성을 극대화시켰다.

공부 해법으로 몇 주 만에 성적 올린 아이들?

첫 회는 멘토링의 대상이 되는 학생들을 선정하는 것에서 시작됐다. 방송인 김구라의 고등학교 1학년 아들 김동현은 잦은 방송 출연과 랩퍼가 되겠다는 이유로 중학교 때 이후 공부를 등한시 해 전교 꼴찌를 겨우 면한 성적을 보인다. 아버지 김구라는 공부, 하다못해 독서의 필요성을 강권하지만, 김동현은 그저 책상 앞에서 앉아있을 뿐이다.

가수 조갑경-홍서범의 딸인 중학교 1학년생 홍석주의 꿈은 서울대 출신 가수이지만, 현실은 수업 시간 내내 예쁜 필기를 하느라 수업 내용을 채 쫒아가지 못하는 산만한 학생이다. 부모들은 잔소리를 많이 하지만 딸의 산만함에 일조할 뿐이다. 배우 김학철의 아들, 중학교 2학년생인 김요셉의 성적은 중학교에 들어와서 점점 더 떨어졌다. 좋아하는 과목에만 열성적인 요셉에게 부모들은 과잉 관심과 무관심의 양 극단의 태도를 취한다.

 tvN <이것이 진짜 공부다>에 출연한 방송인 김구라의 아들 김동현 군.

tvN <이것이 진짜 공부다>에 출연한 방송인 김구라의 아들 김동현 군. ⓒ CJ E&M


<이것이 진짜 공부다>는 이들을 대상으로 '7316 테스트'라 하여, 1000명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추출한 통계에 근거한 공부 유형 검사법을 실시한다. 그 결과, 김동현은 그의 꿈이 랩퍼인 게 무색하지 않게 외골수 형이었고, 홍석주는 그럴듯해 보이지만 실속이 없는 허영 형 이었다.

그 유형에 맞게 각자 맞춤형 공부 해법이 제시됐다. 예를 들어 영어 공부를 죽기보다 싫어 했던 김요셉에게 굳이 영어 단어를 외울 것을 강요하지 않고 독해를 중심으로 접근해 들어간다. 수학이 어려운 김동현에게는 수학 비법을, 국어가 어려운 석주에게는 단기간에 국어 점수 올리는 법을 통해 아이들은 공부에 대한 자신감을 회복해 가고, 그 결과 몇 주 만에 놀라울 정도의 성적을 얻어내게 되었다.

그런 기적 같은(?) 성취를 1, 2회에 걸쳐 보여주고, 이어 3회에서 그런 성취를 얻어낸 호모 아카데미쿠스 3인방의 짧은 공부 비법 강연과 질의응답으로 대미를 장식했다. 단 몇 주 만에 놀라운 성취를 보인 학습 지진아 세 사람에게 적지 않은 사람들이 놀란 것 같다. 연단에 선 3인의 호모 아카데미쿠스의 말을 한 마디라도 놓칠세라 꼭꼭 받아 적는 모습까지 보인다.

'멘토링'에 열광하는 학부모들, 우리 교육의 슬픈 현실

그런데 참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정작 중학생·고등학생이 된 아이들은 모두 방송 출연 등의 불가피한 이유가 아니면 학교를 빼먹지도 않았고, 학교 공부는 물론 학원에 과외까지 받는 실정이란다. 그런데 아직도 공부하는 법을 모른다? 어디 그 학생들뿐인가, 서울과 부산에서 이들의 강연장을 꽉꽉 메웠던, 그리고 이들의 책을 베스트셀러로 만들고, 3회라는 짧은 강연이나마 듣겠다고 줄을 서서 기다리던 학부모와 학생들, 그들의 갈증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우습다고 할지 모르겠지만, 공부에도 유행이 있다. 국영수가 최고인 양 하더니, 언제인가부터는 논술 열풍이 한바탕 휩쓸고 가고, 이제는 자기 주도 학습이란다. 말로는 '자기 주도' 학습이라면서 멘토가 필요하단다. 그리곤 학습 부진아를 데려다 놓고 단기간에 시험 성적 올리기 비법을 가르쳐 준다.

1000명의 학생들을 상대로 해서 뽑았다는 유형 검사 결과는 한동안 유행했던 성격 유형 검사와 그리 다르지 않고, 화려한 수사로 소개받은 호모 아카데미쿠스 강사들의 공부 비법은 '수학하면 개념, 영어에는 단어, 국어에는 객관성!'이라니, 졸면서 들었던 수업 시간 선생님의 충고와 그리 다르지 않다.

학생 좀 가르쳐 본 사람이면 안다. 아니, 대학생 때 과외 교사라도 해본 사람이면 안다. 성적이 낮은 학생에게서 단기간에 성과를 내는 것이 가장 쉽다는 것을, 왜? 학생이 공부할 의지만 있다면, 그만큼 손대기 쉬운 상대가 없는 것이다. 조금만 그들이 가진 공부의 빈틈을 공략한다면 당장의 성과를 보일 수 있는 것이 바로 그런 학생들이다.

문제는 정말 그들이 그런 방식의 공부를 계속 '자기 주도적'으로 하느냐가 관건이다. 그게 된다면, 전국의 수많은 학원들이 왜 성업을 하겠는가 말이다. 코흘리개 시절부터 학원을 보내다 보내다 안 되니, 이젠 자기 주도 학습이라며 학습 개조 프로그램까지 등장한다.

결국 이런 열풍의 근원에는 어떻게든 남들보다 좀 더 나은 방법으로. 남들과는 다른 획기적인 비법으로 내 아이를 대학에 보내겠다는 부모의 왜곡된 열망이 자리한다. 그래서 남들보다 먼저 국영수를 선행학습 시키고, 남들보다 앞서 논술을 시킨다. sky 학생들 중 자기 주도적 학습을 한 아이들이 많다는 통계조사 결과가 나오자, 너도 나도 내 자식들을 자기 주도적으로 혁신하겠다고 멘토들을 불러들인다.

애초에 '자기 주도'와 공부 솔루션을 위한 해법을 제시하는 '멘토'라는 단어가 서로 공존할 수 있는 것인가 고민해 보지도 않고, '자기 주도'라는 말에 숨겨진 진짜 의미는 자기 스스로 도전과 실패를 겪어 내야 한다는 것을 외면한 채, 자기 주도적으로 공부한 사람의 방법론만을 이식해 오겠다는 것이 최근 열풍의 실체가 아닐까.

그리고 그 속에 숨겨진 슬픈 진실은, 사실 교실에서 선생님이 해주는 진심 어린 충고와 그리 다르지 않은 그 멘토들의 해법에 많은 학부모들이 감격해 마지않는 우리의 무너진 교육 현실이다. 선생님들의 공부 해법은 알량하고, 그저 돈을 들여 배우는 '멘토링'이어야 그럴 듯해 보이는 슬픈 현실. 그래서 이제는 교육 방송도 아닌 텔레비전이 공부를 가르치겠다고, 공부의 비법을 전수하겠다고 큰소리치는 현실. 아니, 그것보다 랩퍼가 되고 싶어도, 가수가 되고 싶어도, 대학을 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현실. 그게 우리의 교육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정희 시민기자의 개인블로그(http://5252-jh.tistory.com/)와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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