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부천영화제에서 개최된 '한국영화 정책 개선을 위한 포럼-영화발전기금을 중심으로'

20일 부천영화제에서 개최된 '한국영화 정책 개선을 위한 포럼-영화발전기금을 중심으로' ⓒ 한국영화제작가협회


한국영화의 종자돈 구실을 해 왔던 영화발전기금(이하 영발기금)은 계속 유지될 수 있을까?

20일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행사로 열린 '한국영화산업 정책 개선을 위한 포럼-영화발전기금을 중심으로'(이하 포럼)는 최근 영화계의 주요 이슈로 부상한 영발기금에 대한 영화인들의 토론장이었다. 존폐의 기로에 있는 영발기금을 놓고 영화계가 머리를 맞댄 것이다. 표면적으로 영발기금에 초점을 맞췄지만 정부가 영화진흥에 대한 의지를 갖고 있는지에 대해  따져보는 자리기도 했다. 

일단 기금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영화계가 거의 공감하는 입장을 나타냈다. 하지만 아시아영화학교나 영화진흥위원회 운영비, 대통령 공약 사업에 활용 등 목적에 벗어난 사용에 대해서는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고 있음을 드러냈다.

영화감독조합 부대표인 정윤철 감독은 "영발기금이 처음 생겨날 때와 비교해 절박함이 덜 하다"는 지적을 했고, 양종곤 프로듀서조합 운영위원은 "영발기금 연장을 왜 해야 하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시선도 있다"는 이야기를 전하며, 기금 문제에 대한 영화인들의 다양한 생각을 전달했다.  

영발기금은 지난 2007년 징수가 시작돼 2014년 만료를 앞두고 있는 상태다. 2021년까지 징수 연장을 골자로 하는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이하 영비법) 개정안은 지난해 4월 국회에 제출됐으나 현재까지 계류 중이다. 올해 말까지 기금 연장안이 통과되지 않으면서 자칫 없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기존 징수안이 6개월의 유예기간을 두고 있어 6월말까지 통과가 돼야 공백 없이 징수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기한을 넘긴 상태에서 아직도 지지부진이다. 문화부는 공백을 없애기 위해 징수유예기간을 없애겠다는 생각이나 장담할 수 있는 분위기는 아니다.

일단 정부와 영화계의 온도차는 커 보였다. 해외 사례를 통해 극장만이 아닌 DVD나 방송 등으로 징수 대상의 다변화 등을 확대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지만 문화부 관계자는 "잘 되는 산업에는 지원을 줄이는 게 정부 방침"이라는 말로 영화계 인사들을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저예산 영화 비율이 절대 다수, 호황은 착시현상

이날 확인된 중요한 사실은 현재 영화산업을 보는 정부의 시각이 실제 현실과는 많이 다르다는 점이다. 전체 관객 1억 명 돌파 등으로 겉으로는 영화산업이 호황으로 보이지만 착시현상에 불과하다는 게 영화인들의 의견이다.

영화진흥위원회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영화 제작편수는 모두 183편, 극장 관객 수는 1억 2727명이고, 점유율은 60%에 달한다. 투자 수익률 15.2%, 수출액은 3707만 달러를 기록했다. 하지만 183편 중 순제작비 10억 미만의 저예산 영화들은 133편으로 전체 73%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 영화의 총 관객 수나 매출액은 2% 남짓에 불과하다. 절대 다수의 영화들이 빈약한 성적을 거두고 있고, 소수의 작품들만이 흥행하면서 부익부빈익빈이 심화되고 있는 현실이지 호황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발제자로 나선 배장수 한국영화제작가협회 이사는 이를 근거로 "한국영화 공정경쟁에 사용되어져야 할 영발기금이 목적에 맞게 사용되지 않고 있다"면서 "영화진흥정책과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배 이사는 또한 '영진위의 불공정환경센터 강화'와 '모태펀드 투자금에 대한 대기업 편법사용을 근절', 'IP-TV와 온라인으로 영발기금 부과 대상 확대 및 국고 지원 확충' 등을 제안하면서 영발기금이 일반회계 대상에 사용되고 있는 부분을 지적했다. 최근 문제제기가 끊임없이 이뤄지는 부분으로 영발기금이 영진위 직원 인건비와 국제영화제 지원, 재외공관 상영 행사 등에 사용되는 것에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영화발전을 목적으로 하는 돈을 대통령 공약 사업과 지역 사업 등으로 사용하는 것에 대한 영화계의 불편한 마음이 담겨 있었다. "임기 내 문화재정 2% 달성 등을 통한 문화융성은 현 정부의 국정기조"임을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프랑스의 사례를 발표한 노철환 박사는 "프랑스의 경우 제작, 배급, 상영 분야에 균등한 혜택이 돌아가고 있다"면서 적립방식을 통한 자동지원제도를 설명했다. 영화 각 분야의 균등한 혜택을 위해 영발기금의 단순한 연장이 아닌 개정의 필요성을 설명한 것이다.

노 박사는 이어 프랑스의 경우 TV나 VOD 등에서도 지원기금을 얻고 있는 사례를 들며 재원의 다양화도 제안했다. 영발기금의 대상을 극장만이 아닌 다른 곳으로의 확대해야 할 필요성을 제기한 것이다.

국민대 황승흠 교수는 영비법의 퇴보를 지적해 눈길을 끌었다. 황 교수는 "영발기금의 수입이 영화관 입장권으로 국한 된 것은 근본적으로 영비법 자체가 원인"이라며 법 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현행 영비법이 영화에만 국한된 것이 아닌 영화 및 비디오물을 포괄하고 있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황 교수는 "재원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국고 보조를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관객의 부담금은 재원을 보충하는 것으로 해야지, 유일한 재원으로 활용하는 것은 온당치 않으며, 어느 산업도 그렇게 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영화산업 중요성에 대한 정부의 실천 의지 안 보여"

하지만 정부의 입장은 이런 영화계의 염원과는 달라 보였다. 문화체육관광부 이순일 사무관은 정부의 국정철학과 관련해 모태펀드의 문화 계정 중 영화에 투자할 수 있는 비율을 30%에서 20%로 줄였고, 국가 지원 축소는 이미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국고 보조를 원하는 영화계의 바람에 대해 "정부 전체의 국정 철학과 관련이 있기에 문화부의 노력만으로는 어렵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이 사무관은 영발기금과 관련해 사용 대상이나 기금 용도 등에 대한 토론은 언제든 환영한다고 말했다.

 20일 부천에서 열린 '한국영화 정책 개선을 위한 포럼-영화발전기금을 중심으로'에 참여한 한국영화제작가협회 최용배 부회장이 영화산업 발전에 대해 실천없이 말만 앞세우는 정부의 태도를 비판하고 있다.

20일 부천에서 열린 '한국영화 정책 개선을 위한 포럼-영화발전기금을 중심으로'에 참여한 한국영화제작가협회 최용배 부회장이 영화산업 발전에 대해 실천없이 말만 앞세우는 정부의 태도를 비판하고 있다. ⓒ 성하훈


제작가협회 최용배 부회장은 "영화발전에 대한 정권의 인식과 실천이 중요하다"며 말로만 영화산업 중요성을 강조할 뿐 실천하지 않는 정부의 태도를 꼬집었다. 최 대표는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때를 비교하며 현 정부의 한국영화 발전을 위한 정책 부재를 꼬집었다.

영화 산업을 호황으로 보는 정부의 인식과 관련해 배장수 이사는 "영진위 책임도 크다"면서 "잘된 것만 발표하다보니 오해가 생긴 것 같다"고 지적했다 포럼 사회를 본 민병록 영화평론가협회장은 "독립영화 관객점유율이 2%에 불과한 현실을 호황이라고 하는 문제가 크다"고 정부의 인식에 불편한 심정을 내비쳤다.

영화산업 발전을 위해 영발기금을 연장하고 확충하려는 영화계의 의견과는 다르게 정부의 인식은 큰 편차를 보이고 있음이 확인되면서 영화인들의 우려감도 커지는 분위기다. 영화계의 현실을 정부에 잘 전달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지만, 자칫 정부-영화계 간 갈등의 여지도 있어 보인다.

최근 신임 영진위원장 선임을 앞두고 정부가 낙하산 인사를 내정했다고 주장하는 영화계가 분명한 반대 입장을 밝히며 대립구도로 가고 있는 상황도 뇌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원 축소 방침은 정부의 문화정책에 대한 영화계의 의문이 커지는 상황이 됐다는 점에서 논란의 소지가 다분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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