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군도:민란의 시대>에서 백성의 적 조윤 역의 배우 강동원이 17일 오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영화<군도:민란의 시대>에서 백성의 적 조윤 역의 배우 강동원이 17일 오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오마이스타 ■취재/이선필 기자·사진/이정민 기자| '얼굴값 하는 사람'은 나쁘다. 사람의 마음을 흔들어 놓고는 자기 멋대로 갈 길을 가버리니 말이다. 그들은 사람들이 자신에게 무엇을 원하는지를 알며, 자기의 매력도 알고 있다. 그러니 능수능란하게 휘젓고 유유히 갈 수 있는 것이다. 

스타 강동원은 분명 잘 생겼다. 뭇 남성들의 공적이 될 만한데, 희한하게 비판의 소리는 적다. '얼굴값만' 하는 배우가 아닌 '얼굴값도' 하는 배우에 속하기 때문이 아닐까. '여심 도둑'으로 그저 인기에 영합하며 광고 촬영에 매진해도 살만할 텐데, 꾸준히 자기 계발과 변신에 힘쓴다. 그에게 외모 때문에 연기가 가려진다는 비판이 있다면 어쩔 건지 물으니 망설임 없이 답한다. "외모에 가린다고요? 그럼 연기를 더욱 보이게 하면 되죠. 단순합니다!" 

윤종빈 감독의 <군도: 민란의 시대>(이하 <군도>)에서 강동원은 악역이자 백성의 공적 조윤 역을 맡았다. 서얼 출신으로 집안의 차별을 받고 나라에서 군관으로 일할 기회마저 없어지자 백성들을 수탈하며 거대 자본을 축적하는 인물이다.

곱디고운 강동원의 얼굴에서 서슬 퍼런 분노가 일어난다고 상상해보라. 하정우, 조진웅, 마동석 등이 맡은 여러 캐릭터들을 보는 재미도 있지만 마성의 기운을 뻗는 강동원을 쫓는 재미도 쏠쏠하다. 4년 만에 상업영화에 돌아온 그가 판이 벌어지자 온 힘을 다해 자신의 혼을 풀어냈다.  

"안녕하세요? 아름다운 악역, 조윤입니다"


"조윤은 무조건 아름답고 멋있어야 했어요. 무시무시할 정도로 멋있게끔 연기했습니다. 조윤 입장에서는 군관의 꿈도 잃었고, 아버지의 사업을 물려받으려 하는데 적자인 동생의 존재가 걸리니 화가 나지 않겠어요? (웃음)

물론 피도 눈물도 없는 인간으로 묘사되지만 어쩌다보니 그리 된 겁니다. 양면성이 있는 인물이기보다는 애초에 그런 사람이었던 거죠. 조윤도 양반이지만 서자 출신이라는 아픔이 있고, 시대의 버림을 받은 사람이에요. 그래서 악착같이 사는 거죠. 다만 그 방법이 나쁠 뿐이에요. 나쁜 인물이지만 시대와 환경 때문에 독해진 겁니다."

거친 칼 액션을 화려하게 선보이기 전에 강동원은 자신이 맡은 조윤을 분명하게 이해해야 했다. <군도>가 단순한 오락 영화로 남지 않는 건 곧 조윤이 지닌 비극성 덕이다. 극 중엔 이런 대사가 등장한다. 조윤이 자신에게 분노하는 백성들을 향해 일갈하는 말이다. "운명을 바꾸기 위해 인생을 걸어본 자만이 덤벼라. 그 자의 칼은 받겠다!"

"그게 바로 조윤의 정체성이에요. 끊임없이 서자 출신을 극복하려고 살아온 사람이잖아요. 영화 상 삭제된 부분이 있는데 조윤이 무과에 급제한 이후 적자 출신들에게 두들겨 맞는 장면이에요. 개연성과 길이 문제로 그 장면은 빠졌지만, 조윤 스스로는 자신의 운명을 바꾸기 위해 삶을 던진 거죠. 반면 군도는 못 사는 백성을 위해 목숨을 건 사람들이고요. 다들 저마다 명분과 의미가 있어요."

공백기 있는 스타? "작품 쉰 적 군복무 때 빼곤 없어"

 영화<군도:민란의 시대>에서 백성의 적 조윤 역의 배우 강동원이 17일 오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강동원 "조윤이 칼을 쓸 수 없었다면 군도의 무기 중 마동석 형의 철퇴를 써보고 싶었어요. (칼보다) 돌리는 걸 더 좋아해요. 어릴 때 동네에서 요요 챔피언이어서 그런가?" ⓒ 이정민


<군도>에 참여하면서 그에겐 하나의 관문이 있었다. <용서받지 못한 자> <비스티 보이즈> <범죄와의 전쟁> 등 윤종빈 감독의 연출작에 출연해 온 하정우를 필두로 이른바 '윤종빈 사단'이라고 칭할 법한 배우들 틈에서 실력을 증명해야 했던 것. 친분이 이미 두터운 이들 사이에서 강동원은 "처음엔 어색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그도 잠시였다. 전국을 돌며 촬영한 결과, 배우들과 함께 맛집 탐방도 다니며 금방 친분을 쌓을 수 있었다. 

"제 입장에선 영화로 뭉쳤으니 함께 지내온 시간 보다는 현장에서 서로 맞는지, 안 맞는지 여부가 중요했어요. 그 분들(윤종빈 사단)끼리 쓰는 은어도 있었고 이질감은 분명 있었지만, 그래서인지 그 분들이 더욱 나서서 주변 사람들을 잘 챙겨주셨어요. 저 역시 좋은 추억을 많이 쌓았죠."

내공 있는 배우들과 수개월을 함께 하다 보니 그의 마음에도 큰 울림이 있었던 거 같다. 강동원에게 그만큼 절실했던 현장이었기 때문이리라. 그는 "공익 근무할 때 빼놓고는 작품을 쉰 적이 없는데 이상하게 왜 작품을 안 하는지 의문을 갖는 분들이 있다"며 "시나리오가 늦어져 1년가량을 쉴 수밖에 없던 걸 빼곤 꾸준히 했다"고 말했다.

"<전우치>를 찍을 때였나. 어떤 기사에서 저를 두 여배우와 묶더니 광고만 찍는 배우라고 표현했더라고요. 광고가 없는 것도 서러운데!(웃음) 근데 최동훈 감독님(<전우치> 연출)이 더 화를 냈어요. 광고 개수도 제대로 안 알아보고 쓴다고요. 아무래도 광고를 잘 안하고, 대중 노출이 적기에 활동을 안한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제가 지금껏 한 작품 수가 적지는 않아요. 그중 <군도>는 아무래도 여러 모로 기억에 남는 작품이 될 것 같아요."

자기복제 혹은 제자리걸음?..."다음에 더 잘하면 된다"

 영화<군도:민란의 시대>에서 백성의 적 조윤 역의 배우 강동원이 17일 오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망가지는 역할을 많이 하진 않았지만 또 외모를 중시하는 작품만 한 건 아니에요." ⓒ 이정민


기자가 개인적으로로 인상 깊었던 강동원의 전작을 꼽자면 이명세 감독의 < M >과 영화 데뷔작인 <그녀를 믿지 마세요>다. < M >은 강동원이 피하려 했던 작품이라지만, 결과적으로 그의 외형적 아름다움과 이미지를 가장 적절하게 뽑은 작품이었다. <그녀를 믿지 마세요>에서는 사람 강동원의 냄새가 났고, 또한 강동원이 망가질 줄 아는 배우라는 걸 증명한 작품이기도 하다.

"망가지는 역할을 많이 하진 않았지만 또 외모를 중시하는 작품만 한 건 아니에요. <초능력자>도 괴상한 캐릭터였고, <의형제>는 그저 열심히 살아가는 한 사람이었잖아요. <군도>에서 조윤이 아닌 돌무치(하정우 분) 캐릭터 제의가 왔어도 전 했을 겁니다. 조윤을 택한 건 유일하게 군도를 상대할 인물이었고, 매력이 넘쳤기 때문이죠.

주변에선 사실 반대했어요. 그런데 어떤 기사는 또 제가 안전한 선택을 했다고 나오더라고요. 정말 안전하게 가려 했으면 주인공이 한 명 뿐인 작품을 했겠죠. 분명 <군도>는 제게 도전이었어요. 촬영 전 5개월 간 고강도 훈련을 했고, 모든 걸 해냈죠. 또 무시무시한 배우들과 붙어서 연기하는 것도 도전이었고요."

무시무시하다 표현했지만 그런 배우들과 감독이 강동원을 설레게 한단다. "많은 가르침을 주는 분들과 함께 할 때 살아있음을 느낀다"며 강동원은 "조진웅 선배의 엄청난 성량을 보고 <군도> 촬영이 끝난 후 가수 친구에게 바로 발성을 배우러 갈 정도였다"며 "하루하루가 배움의 순간이었고, 찍으며 행복했다"는 진심 어린 소회를 전했다.


"예전엔 휴식에 대한 갈증도 있었는데 공익을 마친 후엔 오히려 휴식 시간에 생동감이 없어지더라고요. 무한 경쟁 세계에서 20대를 보냈고 여유 없이 살았는데 2년 동안 다른 세계에 있다 오니 빨리 일하고 싶기도 했어요. 제 입장에선 감정 소모를 덜 하는 게 충전이더라고요. 광고나 여타 행사에서 너무 제가 많이 드러나면 안 될 거 같다는 생각입니다.

자기 자신이 너무 많이 노출되면 영화에서 중복되는 이미지가 나오게 되고 캐릭터에 몰입하는 것에 방해가 되기도 해요. 이걸 두고 신비주의라고 하는 분이 있는데 영화배우 특성이 어느 정도는 그럴 수밖에 없어요. 영화 찍고 홍보할 때 잠깐 나왔다 다시 다른 작품에 들어가는 게 배우의 패턴이잖아요. 적어도 작품을 할 때마다 자기복제를 했다거나 발전이 없다는 말을 들어본 적은 없어요. 혹시나 그런 말을 듣는다면? 다음에 더 잘하면 되죠!"

당분간, 아니 상당 기간 동안 강동원은 영화 쪽에 매진할 생각이다. 드라마 출연 제의가 없는 건 아니지만 영화 현장의 끈끈함과 뜨거운 분위기가 좋단다. "장르의 한계가 없고, 폭이 넓다는 게 영화의 장점"이라며 강동원은 "<군도> 역시 많은 사람들의 지평을 넓히는 작품이 되었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군도>가 과거를 대변하든 현 시대를 대변하든, 이걸 통해 버림받은 사람들과 핍박 받는 사람들의 마음이 해소됐으면 좋겠어요. 시원한 액션 영화가 목표였고, 웨스턴 사극이라는 새로운 시도를 했다는 측면도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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