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불효자로 산다는 것  박카스 29초 영화제에 출품된, 송원영 감독의 작품 '대한민국에서 불효자로 산다는 것'의 한 장면. 다수의 독립영화를 통해 연기력을 인정받은 배우 이채은이 '불효자'로 열연했다.

지난해 제3회 29초 영화제에서 우수상을 받은 송원영 감독의 <대한민국에서 불효자로 산다는 것>. ⓒ 송원영


|오마이스타 ■취재/조경이 기자| 지난해 제3회 29초 영화제에서 우수상을 받은 <대한민국에서 불효자로 산다는 것>이 시청자들의 눈시울을 뜨겁게 하고 있다. 인터넷 게시판 및 SNS에서 "29초 만에 눈물이 난다" "여주인공의 순간적인 눈물 연기가 대단하다" "영화보다 더 진한 감동, 뭉클하다" 등의 평을 볼 수 있다.

2시간짜리 영화 1편보다 더욱 진한 감동을 전하는 단편영화 <대한민국에서 불효자로 산다는 것>은 올해 박카스의 TV 광고로 대중들에게 공개됐다. 이 영화를 찍은 이는 다수의 뮤직비디오로 이미 그 실력을 인정받은 송원영 감독, 여주인공은 최근 영화 <찌라시: 위험한 소문>에 출연했으며 '독립영화계의 전도연'으로 불리는 배우 이채은이다.

송원영 감독은 "29초 영화제가 있다는 것을 지원 마감 이틀 전에 알았다"며 "이채은과 팥빙수를 먹으려고 만났다가 그 영화제가 있다는 것을 알고 학창시절 못 해본 공모전에 한번 도전해봐야겠다 싶어서 마감에 임박해서 제출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마감이 너무 임박해서 포기할까 하다가 도전했어요. 바로 그날 밤에 아이디어 콘셉트 짜고, 다음날 바로 지인의 아파트 엘리베이터 앞에서 촬영을 했습니다. 촬영은 4~5시간, 편집까지 총 12시간 만에 완성본을 만들어서 제출했어요."

"아버지가 부끄러웠던 기억, 영화로 담았다"

송원영 감독  브라운아이드소울, 미쓰에이, 아이비 등 가수들의 뮤직비디오 감독으로 알려져 있는 송원영 감독.

송원영 감독. ⓒ 송원영

<대한민국에서 불효자로 산다는 것>은 퀵서비스 일을 하는 아버지와 회사 엘리베이터에서 우연히 만난 딸이 누추하고 땀에 절은 아버지를 외면하지만, 아버지는 딸의 사무실 책상 위에 편지와 함께 박카스를 놓아둔다는 내용이다. 어떻게 이런 이야기를 구상하게 됐을까.

"한국의 어떤 아버지가 짠하지 않으며 처량하지 않겠느냐만, 저희 아버지도 평생 사업이 잘 안 되셨어요. 밝고 우리한테 늘 자상한 아버지였지만 자식으로서 짠한 마음이 컸어요. 아버지 이야기를 풀어보고 싶었고, 제가 교회 청년부 수련회 갈 때 쯤이 생각났어요. 아버지가 쌀집을 하고 계셔서 교회에 쌀을 납품해야했어요. 당시 제가 청년부에서 리더도 하고 좀 인기가 있었는데, 저도 교회에 쌀을 날라야 했어요. 

아, 정말 그때 저는 엄청 아버지를 창피해 했어요. 그래서 애들 없는 아침 일찍부터 나르자고 했어요. 아빠와 쌀을 나르는 그 모습을 진심으로 다른 사람한테 보이기 싫었어요. 그 생각이 났고 그래서 이 단편영화 콘셉트와 연결이 됐죠. 사실 하루 만에 이 콘셉트가 나올 수가 없어서 계속 기도를 했는데, 그때 기억이 났어요."

실제 <대한민국에서 불효자로 산다는 것>에서 극 중 이채은의 아버지로 출연하는 퀵서비스 기사로 송원영 감독의 아버지가 캐스팅돼 카메라 앞에서 연기를 하기도 했다.

"요즘 그로테스크한 자극만 있지 소소한 사랑 이야기가 없는 것 같아서 꼭 남녀 간의 사랑뿐만 아니라 부모 자식 간의 사랑을 담고 싶었어요. 자식이 부모를 창피해 할 때도 있지만 사실 부모님의 진심을 알게 된 그 순간에 끊을 수 없는 사랑을 터치하고 싶었습니다."

짧은 영상 속에 배우 이채은의 연기도 인상적이다. 송원영 감독과 이채은은 2013년 1월에 공개된 가수 이석훈의 '친구 아닌 남자로'의 뮤직비디오 감독과 여주인공으로 처음 호흡을 맞추었다.

"제가 찍은 뮤직비디오 중 가장 빨리 찍었어요. 보통 이틀이나, 밤을 새서 하루 걸려 찍는데 5시간 만에 촬영이 끝났어요. 채은씨는 그만큼 연기도 정말 잘 하고, 색깔도 있고, 이해가 빠른 배우죠. 무서울 정도로 집중력이 있어요. 그 뮤직비디오는 이석훈이 군대 가기 전에 찍은 것이고 지금 다시 봐도 아련한 느낌의 뮤직비디오인데 채은씨가 연기를 참 잘 해줬어요.

<대한민국에서 불효자로 산다는 것>에서 눈물을 참다가 툭 떨어트리는 그 부분을 영상에 담고 싶었어요. 현실을 회피하고 싶지만 아버지에 대한 미안함, 시선을 다른 데로 돌려도 막을 수 없는 아버지에 대한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는데 정말 연기를 잘 하는 배우라서 NG가 거의 없이 금방 끝났습니다."

"나얼과 대학 친구, 브라운아이드소울 뮤직비디오로 데뷔"

 나얼의 '바람기억' 뮤직비디오 한 장면

송원영 감독이 연출한 나얼의 '바람기억' 뮤직비디오 한 장면 ⓒ 산타뮤직


송원영 감독은 가수 나얼과 계원예술대학교 때부터 친구로 그가 발매하는 음악의 뮤직비디오는 송 감독의 손을 모두 거쳤다. 대학교 재학 당시에는 크로우라고 하는 록 밴드 동아리 활동도 함께 했다고 한다.

"97학번으로, 나얼이 유명해지기 전부터 친구였어요. 밴드에서 나얼은 보컬이었고 저는 드럼을 쳤죠. 까마귀라는 뜻의 밴드명 크로우는 당시 전국에 100여개 이상의 팀이 썼을 정도로 유행이었어요.(웃음) 아티스트로서 나얼은 노래를 정말 잘 하는, 우리나라에서 손에 꼽히는 가수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겸손해요. 성공을 위하는 짓은 지금까지 살면서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는 사람입니다."

송원영 감독과 나얼은 지금도 돈독한 우정을 나누면서, 브라운아이드소울의 뮤직비디오 감독과 가수로 호흡을 맞추고 있다. 송 감독은 "같이 작업할 때 그냥 무조건 서로 원하는 대로 하는 편"이라며 "많이 친해서 그런 것도 있지만, 특별히 각자 욕심을 부리진 않아서 촬영이 일사천리로 진행된다"고 말했다.

어렸을 때부터 미술을 전공했던 송원영 감독이 영상에 관심을 갖게 됐던 건 스티븐 스필버그의 <쥬라기 공원>을 보면서부터다. 이후 이현종 감독 밑에서 4년 정도 조감독 생활을 거치며 200여 편의 뮤직비디오를 촬영한 그는 2003년 브라운아이드소울의 1집의 히트곡인 '마이 에브리씽'의 뮤직비디오로 감독 데뷔를 했다.

"<마이 에브리씽>으로 입봉했는데, 정말 실력이 없을 때 찍어서 되게 미안한 작품이에요. '최연소 뮤직비디오 감독' 그런 타이틀도 붙었었는데 망했죠. 보통 관계자들이 뮤직비디오를 보고 좋으면 다음 거 찍자고 연락이 오는데, 그거 찍고는 연락이 한통 없었어요. 그때 스스로 성찰을 많이 했어요. 이후 준비를 많이 했고, 2008년에 다시 시작해서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송원영 감독이 연출한 아이비의 <찢긴 가슴> 뮤직비디오

송원영 감독이 연출한 아이비의 <찢긴 가슴> 뮤직비디오 ⓒ 폴라리스


미쓰에이의 '굿바이 베이비', 케이윌의 '러브 블러썸', 아이비의 '찢긴 가슴', 주의 '나쁜 남자', 나얼의 '바람기억' 등의 뮤직비디오를 연출한 송원영 감독은 이제 영화감독으로의 꿈을 이루기 위해 준비를 하고 있다. 이미 3편의 시나리오를 써둔 상황. 이르면 내년에 그의 영화가 첫 삽을 뜰 수도 있을 전망이다.

"느와르, 청춘성장물, 감동드라마 장르로 3편의 시나리오를 써두었어요. 저는 정말 현실적인 영화를 찍고 싶어요. 홍상수 감독님이 할리우드 가서 찍은 것 같은 느낌으로, 리얼리즘에 대중적인 흥행성을 넣고 싶어요. 임상수 감독님 작품도 좋아하고요. 풋풋한 감성 멜로면 정말 영화를 보고 있다는 느낌이 안 들 정도로 현실적인 영화를, 액션영화라고 하면 실제 주인공이 현실에서도 할 수 있을 법한 것을 원해요. 현실적으로 만들고 싶어요."


"애프터스쿨과 신화 뮤직비디오 작업 최고!"


"애프터스쿨이 참 좋았어요. 열정적이고 말도 잘 통하고, 보통 가수들이 뮤직비디오를 그냥 해야 하니까 의례적으로 참여하는 경우가 많은데 애프터스쿨은 뭐든 대충하는 느낌을 전혀 안 주더라고요. 굉장히 열정적이고 성실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신화의 뮤직비디오 찍을 때도 좋았어요. 친구 같은 느낌으로, 서로 신뢰를 바탕으로 작업했어요. 아이디어도 많이 내고, 이게 좋다 싶으면 무조건 올인하고, 감독을 믿고 열정적으로 촬영에 임하더라고요. 또 무엇보다 작업하는 분위기가 재미있어서 스태프들도 즐겁게 촬영했어요."



송원영 대한민국에서 불효자로 산다는 것 이채은 나얼 애프터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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