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군도:민란의 시대>에서 쌍칼 도치 역의 배우 하정우가 16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오마이스타 ■취재/조경이 기자·사진/이정민 기자| 배우 하정우가 올 여름 기대작 <군도:민란의 시대>(이하 <군도>)로 돌아왔다.
조선 후기 탐관오리들이 판치는 망할 세상을 통쾌하게 뒤집는 의적들의 액션 활극 <군도>에서 하정우는 도치 역을 맡았다. 도치는 어리바리한 순진무구 백정이었지만 의도치 않은 일에 휘말려 유일한 피붙이였던 어머니와 누이동생을 한 번에 잃고 의적으로 거듭난다.
- 언론시사회가 최근에 있었다. 본 소감은?"<군도>는 철저한 오락 액션 활극이다. 의도한대로 잘 나온 것 같다. 드라마적인 대서사시를 기대한 분들이 있었다면 간극을 느끼셨을 것 같기도 하다. 경쾌한 음악과 화려한 액션, <군도>의 가치와 미덕이 있다. 언론시사 때 완성본을 처음 봤는데 러닝타임이 2시간 17분이면 무거운 느낌이 들수도 있을 텐데 생각보다 영화가 짧게 느껴졌다."
- 조선시대 탐관오리를 처단하는 의적 이야기라서 다소 묵직하게만 다루지 않을까 했는데 곳곳에 유머가 배어 있다. 묵직함과 유머 사이에서의 수위 조절은 어떻게 했는지. "재미의 반전을 선사하고 싶었다. 그 전까지 <황해> <베를린> <추격자> 등 묵직한 영화에서 그런 톤의 연기를 했다면, <군도>의 주제는 무겁지만 제가 맡은 돌무치(기자주- 백정 돌무치에서 후에 의적 도치로 거듭난다)는 가볍고 코믹적인 요소가 많이 배치된 인물이다. 관객들이 이 도치를 보고 더욱 재미있게 보시지 않을까 싶다. 아이돌 그룹에서도 각자의 담당이 있듯이 저도 군도 형님들을 모시고 저를 낮추는 시원한 코미디를 담당했다."
"고개 흔드는 도치, 윤종빈 감독의 틱장애 차용"
▲ 하정우 "조선시대 때 평균수명이 35세. 마흔을 채 못 넘겼다. 못 먹고 고된 노동만 했던 천민들은 일찍 노화되고 일찍 죽었다. 극 중에서 마동석이 형이 22살, 강동원 20대 중반의 설정이다." ⓒ 이정민
- 극 초반 조윤(강동원 분)의 수하인 양집사(정만식 분)가 놓은 불로 인해 집이 잿더미가 되고, 돌무치는 머리까지 타서 내내 대머리로 등장한다. 돌덩이 같이 단단한 머리와 지나치게 바보스러운 캐릭터. 멋지게 보이진 않아서 코미디 담당을 하기 싫었을 것도 같다. "일단 작품에 대한 믿음이 있었고 윤종빈 감독에 대한 신뢰가 있었다. 도리어 흥미롭겠다고 생각했다. 기존에 보여드렸던 캐릭터들과는 상반된 부분들이 있어서 반전의 재미가 있지 않을까 싶었다.
스킨헤드이다 보니까 낮에 태양에너지를 직접 받았다. 머리털이 있는 거랑 없는 거랑 엄청난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머리가 열을 저장했다가 해가 지면 열을 내뿜었다. 진짜 사실이다. 태양에너지의 원리를 그때 알았다. 선크림을 아무리 머리에 발라도 밤이 되면 열기가 남아 있었다.(웃음)"
- 돌무치가 18살이었고 2년여의 시간이 지나 의적 도치가 될 때는 스무 살. 여기서 천보 역할의 마동석은 22살이다. 관객들이 이 설정에 웃음이 '빵' 터졌다. "이건 논리적으로도 타당한 대사다.(웃음) 조선시대 때 평균수명이 35세. 마흔을 채 못 넘겼다. 못 먹고 고된 노동만 했던 천민들은 일찍 노화되고 일찍 죽었다. 극 중에서 동석이 형이 22살, 강동원 20대 중반의 설정이다."
▲ 하정우 "<군도>의 도치는 영화 <잭>의 로빈 윌리엄스처럼 지능이 모자라지만 강렬한 느낌을, 멍하고 텅빈 눈빛은 <트웰브 몽키스>의 브래드 피트를 생각했다." ⓒ 이정민
- 후에 돌무치는 가족을 잃고 복수의 칼날을 갈면서 의적에 입단해 우두머리로 성장해 나간다. 히어로물을 보는 듯 한 느낌이 들었다. "영화 <핸콕>의 윌 스미스와 <캐리비안의 해적>의 잭 스패로우도 생각을 했다. 핸콕 같이 헐렁한 느낌을 내려고 했다. 의적에 입단하게 돼 이성민 선배한테 얼굴에 피를 받을 때도 어리바리하다. 감이 다른 사람들보다 늦게 오는 설정이었다.
과거 개그맨 중에 맞고 나서 한참 뒤에야 통증을 느끼는 윤택씨(의 콘셉트)를 접목하기도 했다. 영화 <잭>의 로빈 윌리엄스처럼 지능이 모자라지만 강렬한 느낌을, 멍하고 텅빈 눈빛은 <트웰브 몽키스>의 브래드 피트를 생각했다. 제가 맡은 역할을 디자인할 때 캐릭터 모델링을 많이 한다."
- 도치 캐릭터를 설정할 때 윤종빈 감독의 평소 습관인 틱장애처럼 고개를 한 쪽으로 터는 것을 차용했다고."첫 촬영 전에 캐릭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면서 윤종빈 감독님이 '형, 어떻게 할 거야'라고 물었는데 제가 '내일 봐라' 했다. 그러면서 윤종빈 감독이 평소에 고개를 틱틱 흔드는 것을 첫 촬영날 보여줬다. 속으로 '이게 먹힐까' 그런 생각을 했다. 첫 촬영이 조윤 대감 집에서 먹을 것을 수레에 싣고 오는 장면이었는데, (그 설정을) 숨겨뒀다가 그때 처음 보여줬다. 감독도 그렇고, 스태프들도 모두 놀라면서도 재미있어 해서 계속 하게 됐다. 걸음걸이는 레이찰스, 스티비 원더 등 힙합스타일의 느낌을 따라 했다."
"액션신 위해 차에 칼 가지고 다니면서 돌리기 연습"
▲ 하정우 "<군도>는 돌무치가 끌고 가는데, 두 번째 역할인 조윤이 잘 보인다. 시나리오를 보면서도 '아, 강동원 4년 만에 컴백 제대로 하는 구나' 싶었다." ⓒ 이정민
- 윤종빈 감독과 4번째 호흡이다. 2005년 영화 <용서받지 못한 자>, 2008년 <비스티 보이즈>, 2011년 <범죄와의 전쟁>, 2014년 <군도>까지. "작품을 할수록 신뢰감이 더 커지는 것 같다. 배우 하정우가 이 팀에 들어간다기보다는 윤 감독을 도와서 전체를 같이 서포트(지원)할 수 있는 게 뭘까, 그걸 생각을 많이 했다. <용서 받지 못한 자>로 인해서 제가 데뷔를 할 수 있었고, <비스티 보이즈> <범죄와의 전쟁> 등을 거쳐 이번 <군도>까지 왔다. <군도>는 캐릭터도 재미있고 영화도 흥미로웠지만 내가 이 작품에 일조할 수 있는 부분이 무엇이 있을까 고민했다."
- 4년 만에 돌아온 강동원이 <군도>에서 도치보다 더 두드러지게 잘 보이는 면이 있다. "윤종빈 감독의 영화는 거의 두 번째 캐릭터가 두드러지는 느낌이다. <비스티 보이즈>에서도 주인공은 윤계상이었고 제가 조연이었다. <범죄와의 전쟁>도 최민식 선배가 극을 쭉 끌고 가는 인물이다. <군도>는 돌무치가 끌고 가는데, 두 번째 역할인 조윤이 잘 보인다. 시나리오를 보면서도 '아, 강동원 4년 만에 컴백 제대로 하는 구나' 싶었다."
- 조윤의 화려한 칼 액션만큼 도치의 백정 칼 액션도 볼만하다. 힘과 무게감, 투박하지만 거짓 없는 담백한 파워를 담아 쌍칼을 휘두르던데."여러 번의 테이크를 갔다. 한번만이라도 제대로 해보자 싶었다. 대나무 숲에서 허공으로 휘리릭 돌릴 때 쓴 것은 나무칼, 조윤과의 액션신에서는 고무칼, 들어 올릴 때는 쇠칼이었다. 워낙 칼 돌리기가 어렵다보니까 차에 갖고 다니면서 돌렸다. 이거라도 잘 돌려야 한다는 심정이었다.(웃음) 칼의 고리에 손가락을 끼고 돌리는데 잘 못 하면 손가락이 딱 꺾여서 좀 힘들었다."
"부패한 꿩·진드기떼와 촬영...난리도 아니었다"
▲ 하정우 "한군데서 오래 찍는 게 아니라 여기저기 계속 움직이면서 찍으니까 배우들 스케줄도 잘 안 맞아서 술 한 잔 해야 하는데 모이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이동하면서 술을 마셨다." ⓒ 이정민
- 영화의 오프닝과 엔딩에서 의적들이 떼로 말을 타고 벌판을 누비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경쾌한 음악과 함께 광야를 질주하는 모습이 서양 웨스턴무비를 떠오르게 한다. 이 장면은 모두 배우들이 직접 촬영한 것인가. "오프닝이랑 엔딩 시퀀스는 군산 새만금 벌판에서 찍었다. 말 40여 마리가 한꺼번에 미친 듯이 뛰는 것이다. 말이 엄청 예민하고 겁도 많은 동물이라 제작부도, 배우들도 엄청 긴장했다. 말이 한 마리가 뛰기 시작하면 나머지도 따라서 뛴다. 그리고 말도 안 듣는다. 어느 날 한 말이 미친 듯이 뛰어 도망가서 다음날 찾은 적도 있었다. 이경영 선배랑 이성민, 조진웅, 윤지혜가 말에서 떨어졌다. 윤지혜가 제일 심하게 떨어졌다. 저도 말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어서 심리치료부터 하면서 말을 다시 탔다."
- 전북 전주, 경남 하동, 강원 삼척 등 전국을 돌며 촬영했다. 장장 7개월 동안 강행군이었을 텐데 어땠나. "조진웅 형이랑, 마동석 형은 워낙 평상시에도 자주 본다. 김재영이라는 배우도 자주 보는 멤버다. 근데 한군데서 오래 찍는 게 아니라 여기저기 계속 움직이면서 찍으니까 배우들 스케줄도 잘 안 맞아서 술 한 잔 해야 하는데 모이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이동하면서 술을 마셨다. 진웅이 형 차에서 한잔, 동석이 형 차에서 한잔, 캔맥주 들고 한 방향을 보면서 이야기를 했다."
- 7개월 동안 동고동락한 배우들끼리 에피소드는 없나. "지리산 추설로 들어갈 때, 배타고 내려서 들어가는 장면이 있는데 롱샷에서부터 시작해서 타이트하게 화면을 잡는다. 그때 마동석 형님이 소품으로 꿩 3마리를 메고 가야했다. 사실 가짜 꿩을 써도 되지만, 감독님이 리얼리티를 중요하게 생각해 소품팀에서 진짜 꿩을 3마리 가지고 왔다.
근데 이 죽은 꿩이 날이 더우니까 하루만 지나도 부패했다. 한반도에서 살인진드기가 유행할 당시였다. 그 장면을 계속 찍으면서 동석이 형도 꿩을 계속 들고 연기를 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황당한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형 꿩 좀 어떻게 해봐'라고 농담도 해서 형이 에프킬라도 뿌리고 섬유탈취제도 뿌렸는데, 몇 시간 지나니 형이 몸을 긁기 시작했다.
그래서 마동석 형 옷을 보니까, 세상에, 옷에 진드기가 엄청나게 붙어 있었다. 조진웅 형도 몸을 긁고. 그래서 꿩 때문인 거 같아서 해부를 해보니 그 안에 구더기랑 온갖 벌레가 있었다. 다들 너무 놀랐다. 추설로 들어가는 그 의적 팀은 보건소 가서 소독하고 주사 맞고 난리도 아니었던 게 기억에 남는다."
▲ 영화<군도:민란의 시대>에서 쌍칼 도치 역의 배우 하정우가 16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