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광고해주고 싶은 스폰서를 찾아라
▲ 역시 <무한도전>! 광고해주고 싶은 스폰서를 찾아라
ⓒ MBC

관련사진보기


노홍철과 함께한 육근해 대표
 노홍철과 함께한 육근해 대표
ⓒ (주)도서출판 점자

관련사진보기

지난 3월부터 방영되고 있는 MBC <무한도전-스피드 레이서>는 여러 가지로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시리즈다.

비록 인터넷을 통해 그 결과가 이미 누설되었다고는 하지만, '유마허'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훌륭한 유재석의 레이싱 실력은 시청자들에게 궁금증을 자아내게 하고 있다. 또 <무한도전> 멤버들의 최선을 다하는 모습도 시청자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고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개인적으로 유독 관심이 가는 부분이 있었으니 바로 레이싱과 스폰서 관계에 대한 역발상이었다. <무한도전>은 레이싱 카에 자신들을 지원해주는 스폰서의 광고를 싣는 대신 오히려 자신들이 광고해주고 싶은 스폰서를 찾아 나섰다. 심심치 않게 제작비가 모자르다며 엄살을 떨어왔던 그들이건만, 쉽사리 홍보할 수 있는 기회에 오히려 공익을 앞세움으로써 왜 그들의 인기가 아직까지도 사그라지지 않는지 보여주었다.

<무한도전>이 공익적인 목적을 위해 광고를 하려는 여러 단체들. 그 중에서 내 눈에 가장 먼저 띈 곳은 역시나 노홍철이 찾아 갔던 '㈜도서출판 점자'였다. 그곳은 현재 내가 살고 있는 서울 강동구에 위치하고, 강동구의 대표적인 사회적기업으로서 사회적경제 분야의 많은 이들에게 롤모델이 되는 곳이기 때문이다.

㈜도서출판 점자가 내세우고 있는 목적은 다음과 같다.

"㈜도서출판 점자는 시각 및 독서 장애인의 정보접근에 있어 Barrier Free(배리어 프리; 고령자나 장애인들도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물리적·제도적 장벽을 허물자는 운동)를 실현하고자 설립된 출판 전문 사회적기업으로서, 이를 위해 양질의 대체자료를 개발, 보급하고 사회전반에 걸친 Barrier Free에 대한 인식확산에 기여하고자 합니다."

(주)도서출판 점자의 홈페이지
 (주)도서출판 점자의 홈페이지
ⓒ (주)도서출판 점자

관련사진보기


사실 사회적기업으로서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며 가치를 추구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지속가능성을 위해 수익 창출에 집중하다 보면 가치를 소홀히 하게 되고, 가치 추구에만 몰두하게 되면 기업의 존재 조건인 수익 창출이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서출판 점자는 2006년 설립(2008년 사회적기업 인증) 이후부터 지금까지 두 마리의 토끼를 잡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 왔다. 다행히 아직까지는 이를 훌륭하게 완수하고 있는 중이다.

특히, 지난 4월에는 '모바일 어플리케이션 점자사전 앱'을 만들어 시중에 보급하기 시작했는데, 이는 ㈜도서출판 점자가  결코 자신들의 미션을 잊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촉각도서나 큰글자 도서 등 현재 수익이 나고 있는 사업에만 집중해도 될 것을 굳이 시간과 자본을 투자해 수익성이 없는 아이템을 개발한다는 것은 결국 그들의 존재 이유가 무엇인지 극명하기 보여주기 때문이다.

'나도 책을 읽고 싶어요'라는 독서 장애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사회적기업. 다음은 ㈜도서출판 점자 육근해 대표와 지난 4월에 한 인터뷰 전문이다.

㈜도서출판 점자의 점자앱 개발

소통을 위한 작은 노력
▲ 새로 개발된 점자사선 소통을 위한 작은 노력
ⓒ (주)도서출판 점자

관련사진보기


- 왜 점자앱을 개발하게 되셨나요?
"더 많은 사람들이 점자에 관심을 갖게 하고 장애인들에 대한 이해를 높여야겠다고 해서 앱을 개발한 거예요. 2001년에 장애인들에 대한 인식개선을 위해 점자 명함 갖기 캠페인을 했었는데 이게 효과가 있었거든요. TV뉴스에도 꽤 나왔는데 그렇게 인식을 하면서 전국적으로 확산이 됐어요. 그래서 다들 이제는 점자명함이 시작장애인에게 주는 것이 아니라, 더불어 사는 사회에서 배리어프리 그런 느낌으로 사용하잖아요. 이번 점자앱도 같은 맥락입니다.

이걸 통해서 우리 회사, 우리가 가지고 있는 책 홍보도 하죠. 저희 책은 꼭 장애인들을 위한 책이 아니라 더불어 읽는 책이에요. 비장애인 가정에도 이런 일반 배리어프리 책들이 있으면 비장애인 아이들이 촉감각으로 책을 읽거나 점자를 접하게 되죠. 그러면 10년, 20년 후 이 아이들이 장애인들이 뭐가 문제야, 나랑 똑같이 책 읽고 못하는 게 없는데 그렇게 되거든요. 그럼 굳이 시각장애인들에 대한 인식개선을 따로 할 필요가 없죠.

또 가끔 책 하나 만드는 데 점자 넣고 싶다는 분들도 있어요. 디자인 면에서 배리어프리 느낌으로 점자를 넣고 싶어 하는 학생들. 그런 젊은 청년들에게는 점자를 통해서 자기 하고 있는 일에 적용시킬 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있죠. 점자앱은 그런 목적으로 만들어졌어요."

- 그래서 반응은 어떤가요?
"점자앱은 비장애인들을 위한 것들인데 피드백이 너무 좋아요. 점자 궁금했는데 덕분에 알게 됐다, 배우고 싶다, 고맙다 등등. 시각장애인들에게 다가갈 때 좀 알고 가면 그분이 좋아할 거잖아요. 우리나라 와서 외국인이 한국어로 감사합니다만 해도 우리가 좋아하듯이. 마찬가지예요. 그만큼 비장애인들과 시각장애인들의 차이를 좁히는 거지요."

- 그런데 점자앱이 무료잖아요. 사회적기업이면 분명 수익 부분도 중요한 문제일 텐데 현재 운영상 문제는 없나요?
"어떤 제품을 만들어서 많은 사람들이 알고 막 주문이 들어오는 시기가 2년 걸려요. 2년에서 3년. 큰글자 도서를 2009년에 만들었는데 팔리기 시작한 게 2011년이에요. 촉각도서, 라벨도서도 요새는 주문이 끊이지 않고 계속 들어오지만 처음에는 별로 많지 않았어요. 새 시장을 개척하면 그걸 알리고 인식되고, 지갑을 여는 게 그만큼 걸리지요.

그래서 수익은 사실 괜찮은데 R&D(연구개발) 들어가는 부분이 힘들어요. 지속가능한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수익이 많이 나서 R&D가 되어야 하는데 저희가 앞서 이야기한 사업에다 수익을 많이 남길 수 없잖아요. 그러니까 이걸 팔고 돌아가긴 하는데 매년 R&D에 쏟아 붓는 게 좀 어렵지요. 기획에서부터 만들기까지 2년을 버텨야 되니까. 게다가 관련 기자재를 10억 정도 사다 놨어요. 그런 부담들이 채무로 걸리니까 부채비율이 높아졌죠. 매출은 꾸준히 증진되고 수익이 아예 안 되는 것도 아니지만 그런 부분이 조금 힘드네요."

"장애인들과 비장애인들의 공감대 형성이 나의 미션"

<무한도전>에 등장한 (주)도서출판 점자 육근해 대표
▲ "나도 책 읽고 싶어요" <무한도전>에 등장한 (주)도서출판 점자 육근해 대표
ⓒ (주)도서출판 점자

관련사진보기


- 그래도 계속 사업을 해야 된다고 생각하는 건 결국 아버지의 영향 때문인가요?
"시각장애인이셨던 아버지를 어려서부터 보고 자랐고(육 대표의 부친은 우리나라에서 점자도서관을 처음 만든 육병일 관장이다) 우리 아버지가 늘 저를 데리고 다녔거든요. 어려서 방학 때 맨날 손잡고 다니면서 시작장애인들의 삶을 봤지요. 덕분에, 어느 순간 깨달았는데 제가 딱 중간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 가운데서 반쪽으로 이해가 되는 거예요. 그래서 그것을 바탕으로 장애인들과 비장애인들의 공감대를 형성시키는 것이 저의 미션이 되었죠."

- 그런데 왜 하필 그 방법으로 기업을 택하신 거죠?
"아버지 하시던 점자도서관을 이어받아서 운영하면서 굳이 장애인들이 한국점자 도서관을 와야 하나 생각했어요. 물론 전국적으로 점자 도서관이 늘긴 했지만, 장애인들은 어디서든 서비스를 받아야 되는데 꼭 도서관에서만 서비스를 받아야 한다면 이건 차별이라는 생각을 한 거죠. 누구든지 장애인 내가 원하는 책 사서 볼 수 있어야 되고, 어디서든 만날 수 있어야 된다. 대형서점에 가도 점자책을 살 수 있어야 된다. 그러기 위해서 보다 더 전문화된 책을 만들기 위해 도서관으로부터 출판 분야를 빼서 기업을 만든 거죠. 도서관은 가능하면 서비스에 포커스를 맞추고, 기업에서는 필요한 교재를 연구하고 만드는 데 집중하고."

- 점자 출판사가 많은가요?
"전 세계적으로 유일해요. 점자책만 만드는 건 장애인 기관에서 하구요. 미국 가면 아메리카프린팅아하우스라고 있어요. 프랑스에 가면 '꿈꾸는 손가락'이라고 촉각 책만 만드는 곳이 있고. 그 외에 큰글자책은 미국이나 영국 일반 출판사 한두 군데가 만드는데 그게 다예요. 그 외에 청각장애인들을 위한 책은 장애인 기관이 국가사업이나 자기네들 프로젝트 때문에 만들어요. 어쩌다 일 년 한 번. 거의 전 세계적으로 이런 책들을 유통되도록 만드는 곳은 없어요. 장애영역의 대체재를 계속 개발해서 만들어 내는 건 저희가 유일하죠. 그래서 저희는 이런 동력을 통해서 지속적으로 배리어프리 상품을 생산하죠."

- 도서관하고 비교할 때 기업을 택하셔서 가장 좋은 건 어떤 거죠?
"덕분에 시각장애인뿐만 아니라 독서 장애, 어르신들, 지적장애인, 중증 장애인, 다문화가정까지 아우를 수 있는 연령별 유형별 맞춤형 도서를 개발할 수 있게 되었고, 그것이 모두가 같이 함께 읽을 수 있는 배리어프리를 추구하게 되었어요.

그리고 이런 출판을 통해 인식확대를 위해 문화를 바꾸는 거죠. 사실 많은 사람들이 선진국에서는 시각장애인들이 잘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선진국은 너무 장애인에 대한 장애인 도서관의 서비스가 잘 되어 있다 보니까 저변확대를 해야 되겠다는 인식이 별로 없어요. 국립이나 민간의 기관이 워낙 크니 거기서 서비스 받으면 불편함이 없다고 생각하고 기업차원에서 저번확대 시키겠다는 아이디어가 없는 거죠. 저변확대는 국가가 나설 수 없는 일이예요. 왜냐면 국가는 무료이기 때문이죠.

예를 들면 일본은 점자 도서관이, 책읽기가 복지예요. 거기는 점자도서관도 다 복지시설로 보건복지부 안에 후생성 시설로 들어가 있어요. 그러니까 문화적 개념을 펼치지 못해요 그래서 요즘은 자기네들도 인식해요. 문제가 있다고. 일본 사람들이 오면 한국은 발전하고 있고 자기네들은 쇠퇴의 길을 가고 있다고 이야기해요. 그러면서 너무 좋은 출판사다. 그런데 왜 우리나라에는 이런 출판사가 없지? 이런 책이 없지? 이런 생각을 하죠. 정부 관계자들 아는 분들은 자기네 나라 돌아가서 알아보겠다고 하죠."

좀 더 많은 젊은이들이 도전하기를

(주)도서출판 점자 육근해 대표
 (주)도서출판 점자 육근해 대표
ⓒ (주)도서출판 점자

관련사진보기

- 이 일을 하시면서 언제 가장 보람을 느끼시나요?
"시각장애인들은 어렸을 때부터 소외감을 느끼고 살아요. 특히 가족으로부터. 만약 형이 장애를 가지고 있다면 비장애 동생이 책을 읽어 줄게 하면 부러워 해요. 늘 소외받는 거지. 동생은 저렇게 재미있는 책을 읽고 그러는데 나는 못 읽는다는 거. 그것이 사회로부터의 박탈감이 되는 거예요. 어려서부터 상실감을 갖고 자라죠.

그런데 점자 라벨을 붙여 아이들한테 읽히니까 시각장애인 아이가 내가 읽어줄게 하는 거예요. 거기서 아이들이 자존감을 얻게 되죠. 쟤가 읽는 책 나도 읽는다. 그러니 아이들이 좋아하죠. 시각장애인 가정의 엄마들도 무척 좋아하세요. 점자를 읽으면 손가락이 아파서 안 읽는데 자존감이 형성되면 아픈 게 무슨 상관있겠어요. 얼마나 열심히 읽는지 몰라요. 그런 모습 볼 때 참 보람되죠."

- 끝으로 사회적기업가로서 같은 길을 걸으려는 이들에게 조언 한 마디 해주시죠.
"제가 인터뷰 하면서 많은 분들에게 그런 이야기를 해요. 젊은이들한테 해 주고 싶은 말을 많이 하는데, 내가 늘 사람들을 대하면 사회적기업도 그렇지만 사회적 가치를 찾는 게 사회적기업이 해야 될 일인데 조금 그렇지 않은 부분들이 자꾸 더 많아지지 않나. 몇몇 사회적기업가들끼리 고민할 때도 있거든요. 그런 차원에서 제가 그들에게 하나의 모델이 되었으면 좋겠다. 좀 더 많은 젊은이들이 사회적 가치에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해요. 그래서 그런 창업하시는 분들 많아지면 기존의 것을 따라가려 하지 말고 정말 블루오션 전략으로 가는 창업을 했으면 좋겠고요."

㈜도서출판 점자는 현재 서울시 강동구의 대표적인 사회적기업으로 좀 더 많은 이들에게 밝은 세상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리는 엘리베이터나 지하철 계단 등에 부착된 점자 표시를 무심코 지나치지만, 그것이 지금처럼 일반화될 수 있었던 것은 육근해 대표처럼 오랜 기간 동안 꾸준하고 열심히 세상의 편견에 맞섰던 사람이 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위해 노력하는 그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좀 더 많은 이들이 사회적기업들에 관심을 가져주기를.


태그:#사회적기업, #점자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6,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역사와 사회학, 북한학을 전공한 사회학도입니다. 물류와 사회적경제 분야에서 일을 했었고, 2022년 강동구의회 의원이 되었습니다. 일상의 정치, 정치의 일상화를 꿈꾸는 17년차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서, 더 나은 사회를 위하여 제가 선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