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대하드라마 <정도전>에서 정도전 역의 배우 조재현이 1일 오후 서울 대학로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KBS 대하드라마 <정도전>에서 정도전 역의 배우 조재현이 1일 오후 서울 대학로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정민


|오마이스타 ■취재/이미나 기자·사진/이정민 기자| 조재현은 참 바쁜 사람이다. 배우가 본업이면서 틈틈이 연극 연출도 하고 있고, DMZ다큐멘터리영화제의 집행위원장이면서 경기도 문화의 전당 이사장직도 겸하고 있다. 대학에서 연기자를 꿈꾸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이기도 하다.

그래서 정작 '인간' 조재현은 잘 알려지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때때로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 솔직하면서도 유쾌한 모습을 보여주긴 하지만, 그것이 인간 조재현의 전부는 아닐 터. 그래서 다음의 대화는 인간 조재현의 일면을 보여주는 것으로 채웠다.

사실 그는 '트리플 A형'으로 자신과 관련된 기사와 댓글을 꼼꼼히 챙겨보는 '소심인'일뿐더러, 쇼트트랙 선수로 활동하고 있는 아들과 배우의 길을 걷고 있는 딸을 묵묵히 지켜보며 응원하는 아버지이기도 하다. 동시에 자신을 둘러싼 억측에 속 시원히 해명도 제대로 하지 못했던 사람이기도 했다. 덕분에 민감한 질문에도 조재현은 에둘러 답하기보단 직설 화법을 택했다.

"'네가 이명박 정부 시절에 한 일을 다 알고 있다'고? 내가 뭘 했다고"

- <정도전>에 대한 시청자 반응을 다 본 듯하다.
"사실 처음엔 많이 힘들었다. 왜 제목을 <정도전>으로 했는지 원망도 했다. '왜 <정도전>이라고 제목을 지어놓고 정도전 중심의 드라마를 그리지 못하는 걸까'라는 생각에 표현은 못했지만 많이 힘들었다. 게다가 초창기에는 미스 캐스팅이라는 이야기도 있었다. 내가 트리플 A형이라 댓글을 다 본다. 최고 기록으로는 1700개를 다 본적도 있다. (웃음) 아마 또 이 인터뷰 기사가 나오면 밤새 또 (댓글을) 볼 거다.

나를 새누리당 수구꼴통 연기자로 보는 사람이 꽤 있다. MB(이명박 전 대통령)와 연관해 생각하는 사람도 꽤 있고. 어떤 댓글에선 '그런 배우가 어떻게 가장 진보적이고 개혁적인 인물인 정도전을 연기하냐'고 하더라. 화가 났다. 나는 관계가 없으니까! 또 어떤 댓글에선 '네가 이명박 정부 시절에 한 모든 일을 내가 알고 있다'고 하는데…. 내가 뭘 했다고! 내가!! (웃음)

사실 나는 MB 정부나 김문수 전 경기도 도지사에 반대되는 일도 많이 했다. 문화는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느 대통령, 도지사가 와도 흔들리면 안 된다. 문화가 왜 정권에 따라 바뀌어야 하나. 그래서 내가 일하는 영화제(DMZ다큐멘터리영화제)도 진보적인 성격을 갖고 있다. 그런데 그 내용엔 (사람들이) 관심이 없고…. 김문수, MB, 유인촌의 '따까리'(부하를 속되게 이르는 말-기자 주) 쯤으로 엮는다니까. (웃음)"


 KBS대하드라마 <정도전>에서 정도전 역의 배우 조재현이 1일 오후 서울 대학로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실 나는 MB 정부나 김문수 전 경기도 도지사에 반대되는 일도 많이 했다. 문화는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느 대통령, 도지사가 와도 흔들리면 안 된다. 문화가 왜 정권에 따라 바뀌어야 하나."ⓒ 이정민


- 실제 DMZ다큐멘터리영화제는 사회적 이슈에 대한 다큐멘터리도 많이 선보이지 않았나.
"그 영화제가 '4대강 사업 반대' '용산 참사' '쌍용차 노조' '강정마을' 등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다 틀었다. 쌍용차 노조가 경기도 평택에 있는데, 우리가 상영한 다큐멘터리는 노조원들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그걸 보면서 울었다. 그 영화가 말하는 건 정치적인 색깔은 빼고, 인정할 건 인정하라는 거다. '수용하진 못해도 인정하라'라는 건데, 그런 나를 수구꼴통이라 했으니 얼마나 화가 났겠나. (웃음) 

그런 점에서 김문수 전 도지사는 대단하다. 내가 어떻게 보면 아킬레스건을 건드린 거다. 상처를 덮어준 게 아니라 한 번 들여다봐 준 것과 같으니까. 대부분의 오해는 잘못을 가리기만 할 때 생긴다. 옆에서 '이 부분은 잘못했다'고 말해주고 원인이 무엇인지를 말해주는 사람이  필요한 건데, 그게 정도전이 아니었나 싶다."

"유인촌 전 장관, '코드인사' 논란은 잘못했다 생각"

- 다시 드라마 이야기로 돌아와서, <정도전>이 인간 조재현에게 준 메시지도 있을 것 같다.
"정도전이 한 말은 아니었지만, 그 말을 좋아했다. '하지 않는 것이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뭐든지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지레 겁먹고 안하는 거지. 그렇게 보면 정도전은 실천하는 사람이었다. 이상만 꿈꾸고, 학자로만 남은 사람이 아니었다. 사상가이자 정치인이었고…. 나와 정도전이 비슷한 부분이 바로 '실천한다는 것' 같다. 10여 년 전에 '나의 10년 후'라는 글을 쓴 적이 있다. 10년 내로 이룰 10가지를 썼던 건데, 한두 가지 빼고는 다 했다. 그 한두 가지도 진행 중이다. 포기한 건 아니다."

- 10가지 중 한두 가지를 빼고 다 이뤘다는 건, 그간 참 열심히 살았다는 뜻이다. 그렇게 열심히 살아온 비결이 뭔가.
"극중 정도전이 남은(임대호 분)에게 그런 말을 했다. '자네 앞에 앉은 사람이 백 년을 살 것 같은가?'라고. 나도 그런 생각이 있었다. 내가 살아있는 한 할 수 있는 것들은 다 해보고 싶은 욕심 같은 것. 물론 할 수 있는 분야에 한해서다. 터무니없이 '대통령이 되고 싶다'고 하는 게 아니고. (웃음)"

 KBS대하드라마 <정도전>에서 정도전 역의 배우 조재현이 1일 오후 서울 대학로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당시 MB 정부가 촛불집회에 참여했던 문화예술계에 제제를 많이 가했다. 독립영화제작단체에게도 지원을 중단했고…. (정부에서) '촛불집회 참여한 단체를 조사해라'라고 했을지라도 (유 전 장관이) '안 된다'고 반대 의견을 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문화는 문화라고 인정했어야지…."ⓒ 이정민


- 배우에서 관료가 되었던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뒤를 잇고 싶다는 욕심은 없나.
"그건 가장 기피해야 할 것 중 하나다. 내가 그 형이 장관할 때 딱 두 번 찾아갔다. 처음엔 '이 형이 열심히 하는구나' 싶었다. 그 형 장점이 열심히 하는 거다. 그리고 문화체육관광부에 있는 공무원에게 실제로 듣기로, 그 형이 전 장관들이 못해낸 일도 했다고 하더라.

그런데 두 번째 만났을 땐 '왜 임기가 남은 사람을 건드려 곤욕을 치르냐'는 이야길 했다. (유 전 장관은 김정헌 전 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 김윤수 전 국립현대미술관장 등 임기가 남아 있던 참여정부 인사와의 갈등으로 '코드 인사'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기자 주) 그 부분에 대한 본인의 변명을 하긴 했지만, 그건 잘못했다고 생각한다. 결국 그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고, 멋있지 못한 장관으로 남지 않았나.

당시 MB 정부가 촛불집회에 참여했던 문화예술계에 제제를 많이 가했다. 독립영화제작단체에게도 지원을 중단했고…. (정부에서) '촛불집회 참여한 단체를 조사해라'라고 했을지라도 (유 전 장관이) '안 된다'고 반대 의견을 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문화는 문화라고 인정했어야지…."

"세계 3대 영화제서 상 받는 한국 최초 남자 배우 되고 싶다"

 KBS대하드라마 <정도전>에서 정도전 역의 배우 조재현이 1일 오후 서울 대학로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극을 안 놓은 게 지금 다 바탕이 된 것 같다. 그때 (연극을) 안 하고 한 10년 정도 멀어졌다면 나도 '경제적인 부분까진 괜찮은데 (연극 연기가) 안 되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에 두려웠을 것 같다."ⓒ 이정민


- 연극계에서 활발히 활동하며 김성령 등의 배우를 연극 무대로 불러오기도 했다. 제작자로서 또 무대에 세우고 싶은 배우가 있나.
"연극은 아무리 내가 권한다고 해도 본인이 하고 싶어야 한다. 연극은 최소 연습기간이 두 달이고, 공연도 두세 달 걸린다. 그렇게 한 6개월가량을 쓰면서 보상은 굉장히 작을 수밖에 없다. 그런 데 대한 두려움도 클 것이고, 워낙 (연극 무대에) 오래 안 선 경우엔 '잘 해봐야 본전이다'라는 생각이 있을 거다. 영화에서, 드라마에서 어느 정도 아성을 쌓았는데 '무대에서 보니 별로네'라는 말을 듣는 두려움도 있을 것 같다.

나라도 그랬을 것 같다. 한 20년 전에 '2년에 한 번씩은 연극을 하겠다'는 철칙을 정했는데, 정말 힘든 때가 있었다. 드라마 <피아노>(2001~2002)가 끝나고 영화 시나리오가 쌓이던 땐데 연극 <에쿠우스>를, 그것도 17살짜리 역할을 40살이었을 때 했다. 그땐 집이 있던 평창동부터 대학로까지 뛰어다녔다. 살 빼겠다고. (웃음) 그런데 그때 연극을 안 놓은 게 지금 다 바탕이 된 것 같다. 그때 (연극을) 안 하고 한 10년 정도 멀어졌다면 나도 '경제적인 부분까진 괜찮은데 (연극 연기가) 안 되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에 두려웠을 것 같다."

- 결국 이야기는 '배우'로서의 조재현으로 돌아온 것 같다. 그래서 질문하겠다. 배우로서 조재현이 갖고 있는 '대업'은 무엇인가.
"나도 아직까지 불가능한 꿈을 꾸고 있다. 이번에 프랑스로 가는 것도 '돈 못 받고 찍는 영화' 때문이다. 사실 내 돈을 더 쓰게 될 거다. 모든 상황이 눈에 선하다. (웃음) 그런데 내가 무슨 자원봉사자는 아니잖나. 나도 뭔가 (바라는 게) 있기 때문에 출연하는 거지. 좋은 예술 영화를 만드는 데 동참하고 싶다는 게 일차적인 이유다. 또 김기덕, 홍상수, 이창동 같이 세계에서 인정받은 감독들의 다음 세대라 불리는 사람들과도 작업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다.

배우로서 내가 할 역할은 그 다음 세대(감독들)와의 작업 같다. 그게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또 개인적인 욕심이 있다면, 세계 3대 영화제에서 한국 남자 배우 최초로 상을 받고 싶다. 그게 10여 년 전에 쓴 10가지 목표 중 하나였다. (웃음) 영화 <무게>(2012)로 해외 영화제 두 군데서 상을 받긴 했지만, 그 영화제들이 세계 3대 영화제는 아니었으니까…."

====KBS 대하사극 <정도전>의 조재현 인터뷰====

①-"분량 적었지만, '정도전'을 운영한 사람은 나였다"
②-"정도전이 부활했다면? '꿈을 품으라'지 않았을까"
③-"내가 뭘 보고 '수구꼴통', MB-김문수 '따까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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