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첫 방송을 시작한 JTBC <비정상회담>.

지난 7일 첫 방송을 시작한 JTBC <비정상회담>. ⓒ JTBC


월요일 밤 JTBC 새 예능이 발진했다. '국경 없는 청년회' <비정상회담>이다. 방송이 시작되자 진행자인 의장 전현무, 성시경, 사무총장 유세윤은 말한다. 이 프로그램을 이끌어 가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아니라고.

그들의 언급이 무색하지 않게, 이어 가나의 샘 오취리, 캐나다의 기욤 패트리, 영국의 제임스 후퍼, 터키의 에네스 카야, 벨기에의 줄리안 퀸타르트, 이탈리아의 알베르토 몬디, 중국의 장위안, 미국의 타일러 라쉬, 프랑스의 로빈 데이아나, 일본의 데리다 타쿠야, 호주의 다니엘 스눅스 등 11명의 이방의 청년들이 등장해 난상토론을 벌인다.

그들의 등장 면면부터 심상치 않다. 그 예전 남희석이 진행하던 KBS <미녀들의 수다>가 이방의 미녀들을 보는 재미로만으로도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듯, 세월이 흘러 그 대상이 여성에서 남성으로 바뀐 프로그램의 잘 생긴 이방의 청년들은 시청자들의 관심을 자아낼 만하다.

어디 그뿐인가. 서로 다른 국가의 미녀들이 각자 자신이 속한 문화권의 사고를 대변했듯, 11명의 남자들은 한 치의 양보도 없이, 그래서 때로는 불꽃이 튀길 정도로 자신들의 솔직한 생각을 밝힌다. '미녀들의 수다' 저리가라, '미남들의 수다'가 딱이다.

불꽃 튀기며 할 말 다하는 11명의 외국 청년들

 JTBC <비정상회담>의 한 장면.

JTBC <비정상회담>의 한 장면. ⓒ JTBC


첫 회, 게스트로 등장한 개그맨 장동민은 보기와 다르게, 혹은 그가 각종 예능에서 보인 이미지와 다르게, 서른여섯의 나이에도 부모님은 물론 누나와 매형, 조카 등 10 명의 식구들과 함께 사는 자신의 사례를 첫 토론의 주제로 제시한다. 즉, '서른여섯이 되어도 독립하지 않는 장동민이 정상인가, 비정상인가?'를 첫 번째로 내세움으로써, 상대적으로 아직도 가족 의존적인 한국의 문화와 외국의 문화를 비교하여 토크를 이끌어 내는 프로그램의 성격을 가장 잘 드러낸다.

장동민의 이야기에서 시작된 토크는 11명의 이방인들이 '언제 독립했는지'로 넘어갔다. 그 중 호주의 다니엘 스눅스가 15살에 일찍이 독립한 것으로 화두가 넘어가면서, 오히려 서른여섯 장동민이 무색하게, 어린 나이의 독립에 대한 세계 각국 젊은이들의 '피 튀기는' 난상 토론으로 이어졌다.

그 과정에서 알 수 있는 건, 실제 출연했던 다수의 다른 나라 젊은이들이 이미 20대 초반에 독립했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예외적으로 경제 위기 이후 미국의 젊은이들이 20대가 넘어서도 부모들의 도움을 여전히 받고 있다는 사실 등, 우리가 미처 몰랐던 사실들도 토크 과정에서 드러난다.

더구나 아시아, 아프리카, 유럽 등 다양한 나라 출신의 젊은이들이 모여 있는 만큼, 우리가 막연히 생각하는 외국인의 개방성보다는 각 나라의 특징에 걸맞은 다양한 사고들이 등장했다. MC들이 유생이라는 애칭을 붙일 정도로 오히려 지금의 우리나라 사람들보다도 더 보수적인 터키의 에네스 카야가 토론의 기세를 잡은 가운데, 보수적인 그의 생각에 벨기에의 줄리안 퀸타르트와 호주의 다니엘 스눅스 등 서방의 젊은이들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선다.

첫 회를 선보인 <비정상회담>은 모양새는 <미녀들의 수다>였지만, 오히려 내용적인 면에서는 솔직한 19금 토크를 진행하는 <마녀사냥>의 성격을 띤다. 대놓고 19금은 아니었지만, 19금의 수위도 마다하지 않는, 15세 관람가를 지키면서도 할 이야기는 솔직하게 하려는 자유분방한 솔직함이 프로그램을 관통한다.

'수다'가 아니라, 때로는 불꽃이 튀길 만큼 자신들의 생각과 관점이 두드러지게 드러난다. <마녀사냥>이 그저 성에 대한 수다가 아니라 이 시대의 자유로운 성담론을 지향하듯, 세계 각국 청년들이 한바탕 떠들고 마는 게 아니라, 진지한 인생관이 드러나는 '회담'이란 제목이 어울리는 프로그램이었다.

그래서 웃자고 시작한 장동민의 독립 문제를 논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장동민이 문제가 아니라 경제권을 가진 장동민에게 의존하는 가족이 문제가 아닌가라는 촌철살인의 지적이 등장했다. 또, 어린 나이의 독립을, 단지 터키나 유럽 혹은 서방의 관점 차이가 아니라, 30대와 20대의 세대 간 의식 차이로 보는 혜안의 분석이 등장해 또 다른 관점을 제시하기도 한다.

마지막에 각 나라에 계신 부모님께 전하는 훈훈한, 때로는 눈시울이 시큰해지는 영상 메시지로 마무리된 <비정상회담>은 프로그램이 내세운 기획의도처럼 다양한 나라 청년들의 생각을 잘 드러내 준 첫 방송으로 손색이 없었다.

토론의 맥을 짚어 이끌어주는 MC 능력 필요

 JTBC <비정상회담>의 진행을 맡은 (왼쪽부터)전현무, 유세윤, 성시경과 7일 게스트로 출연한 장동민.

JTBC <비정상회담>의 진행을 맡은 (왼쪽부터)전현무, 유세윤, 성시경과 7일 게스트로 출연한 장동민. ⓒ JTBC


단지 아쉬운 점은 <비정상회담>에 <마녀사냥> 신동엽이나 <미녀들의 수다> 남희석과 같은 역할이 없었다는 점이다. 성시경, 유세윤이 함께 했지만, 걸출한 입담을 가감 없이 드러내며 설전을 벌이는 11명의 다양한 국적의 패널들을 조율해 가며 프로그램을 이끌기에는 역부족인 듯 보였다. 성시경이나 유세윤은 역시나 신동엽이란 MC가 판을 깔아주는 <마녀사냥>에서 각자의 개성을 드러내주는 패널로서 더 어울렸다.

그나마 두 사람은 적극적으로 토론의 맥을 짚고 나가거나, 흐름을 이끌어 가거나, 전환하려 애를 쓰는 노력이 보였다. 그에 반해, 또 한 사람의 MC 전현무는 "<히든 싱어>나 가라"는 유세윤의 우스개처럼, 이런 토론 프로그램에 과연 적절한 MC인가 재고해볼 여지가 보인다. 시종일관 우스개를 하며 토론의 맥을 짚어 들어가지도 못한 전현무보다, 오히려 웃기자고 등장한 게스트 장동민이 토론의 과정에서 발군의 능력을 보인다.

장동민은 그저 소리나 빡빡 지르는 단발성의 게스트라기엔, 첫 회를 이끌어 가던 MC 그 누구보다도 토론의 맥을 짚어 화제를 이끌어 가거나 정리하는데 탁월한 모습을 보였다. 등장하는 순간에는 진부한 게스트였지만, 첫 회에서 그가 보인 모습은 어쩌면 전현무의 개그성 진행보다 한결 참신하고, 맥락 있는 모습이었다. 첫 회의 가장 큰 숙제라면 11명의 진주를 맛깔나게 꿰어줄 MC의 조율 능력이 될 것이다.

하늘 아래 새로운 예능이 없다고, <비정상회담>에서는 <미녀들의 수다>의 흔적도, <마녀사냥>의 자유분방한 토크의 향기도 난다. 하지만 이 시대 세계 각국 청년들의 자유로운 생각이 어우러지는 새로운 시간으로 기대를 주기에 충분했다. 그건 <미녀들의 수다>나 <마녀사냥>을 뛰어넘는 새로움이다. 또 하나의 새로운 예능의 탄생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정희 시민기자의 개인블로그(http://5252-jh.tistory.com/)와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비정상회담 장동민 기욤 패트리 샘 오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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