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과 러시아, 알제리, 벨기에가 속한 2014 브라질 월드컵 H조의 예선이 모두 끝났다. 우리나라는 27일 오전 5시(한국시각) 벨기에와의 조별예선 최종전에서 0-1로 패해 16강에 진출하지 못했다.

그간 수요일 오전 7시, 월요일 오전 4시, 금요일 오전 5시 등 시청이 어려운 경기 시간에도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을 응원하는 국민들은 광화문 거리, 영동대로에 모여 한목소리를 냈다.

12년 전, 한일 월드컵이 열리던 2002년에는 누가 뭐라고 하지 않아도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이곳저곳에 모여 붉은 티셔츠를 입고 "대한민국"을 외쳤다. 그렇게 거리 응원이 시작되었고, 이후 '월드컵은 곧 거리응원'이라는 인식이 박혔다. 그 후 12년이 지난 지금, 거리응원은 어느덧 방송사들의 '잔치판'이 되었다. 

가수들 일정표에 등장한 '오전 3시 1~2곡'...왜? 


붉은악마는 월드컵이 열리기 전, 전통적인 '응원의 메카'였던 시청 광장 대신 광화문에서 응원을 벌이기로 했다. 시청 광장에는 세월호 사고 희생자들의 합동 분향소가 마련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수백 명의 목숨을 앗아갔고, 아직도 실종자가 남아있는 상황에서 광장을 차지할 수는 없다는 뜻에서다.

러시아전이 열리던 지난 18일, 광화문에 마련된 무대에는 MBC <무한도전>의 '무한도전 응원단'이 올랐다. 이들은 그동안 연습한 응원곡을 부르며 국가대표 선수들을 응원했다. KBS 2TV <우리동네 예체능>, SBS <룸메이트> 출연자들은 저마다 응원석에 자리를 잡고 경기를 관람하는 것에 열중했다.

붉은악마가 광화문에 둥지를 트는 동안, SBS와 현대자동차는 코엑스 사거리 영동대로변을 차지했다. 대한민국의 경기가 열리는 날마다 파워FM <김창렬의 올드스쿨>은 2시간씩 라디오 공개방송을 열었다. 오전 3~4시에 공개방송이 열리면서 가수들의 스케줄 캘린더에는 '오전 3시 일정' 등이 등장했다.

'응원'에 집중한 <무한도전> VS. '축구'에 집중한 <예체능>


월드컵을 앞두고 각 방송사는 중계 경쟁뿐만 아니라 간판 프로그램의 특집 경쟁까지도 벌였다. <무한도전>은 손예진과 정일우, 바로(B1A4), 리지(애프터스쿨), 지상렬 등을 영입해 '응원단' 프로젝트를 선보였고, 이들은 국내에서뿐만 아니라 브라질 현지로 날아가 국가대표 선수들을 응원했다.

<무한도전>이 '응원'에 방점을 찍었다면, <우리동네 예체능>은 '축구'에 집중했다. KBS에서 월드컵 해설을 맡은 이영표를 내세운 <우리동네 예체능>은 민호(샤이니), 윤두준(비스트), 이기광(비스트), 이정, 조한선 등을 출연시키며 일찌감치 브라질에 다녀오는 등 월드컵 열기를 고조시켰다.

방송사들의 열띤 경쟁은 예전에 비해 미적지근했던 월드컵에 대한 열기를 고조시키는 역할을 했다. 그러나 시민들의 순수한 열정으로 충만했던 거리응원이 방송사들의 차지가 되었다는 비판도 피해갈 수는 없게 됐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콘텐츠가 차별화된 것도 아닌데, 방송사들의 이런 모습은 과열된 경쟁인 것 같다"고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