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딩파티 이벤트 디렉터인 중부대 호텔경영학과 이애리 교수가 23일 오전 서울 상암동 오마이스타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하며 미소짓고 있다. 이애리 교수는 엄지원, 권상우, 신동엽, 유재석, 전도연 등의 웨딩 디렉터를 맡은 바 있다.

웨딩파티 이벤트 디렉터인 중부대 호텔경영학과 이애리 교수가 23일 오전 서울 상암동 오마이스타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하며 미소짓고 있다. 이애리 교수는 엄지원, 권상우, 신동엽, 유재석, 전도연 등의 웨딩 디렉터를 맡은 바 있다. ⓒ 이정민


|오마이스타 ■취재/조경이 기자·사진/이정민 기자| 안정환·이혜원, 신동엽, 강호동, 유재석, 박경림, 전도연, 한채영, 주영훈·이윤미, 박은혜, 정태우, 박탐희, 김민, 윤태영, 윤손하, 김한석, 이적, 장진, 권상우·손태영, 이루마·손혜임, 현주엽, 엄지원, 류진, 이정민 등 많은 유명인의 웨딩을 진행한 이가 있다. 바로 이애리 교수다.

12년 정도 일한 하얏트 호텔을 업계 1위로 만든 그녀는 어느 날 스카우트 제의를 받은 신라호텔로 옮겨 5년 반 정도 일했다. 유명인들의 웨딩을 유치하면서 신라호텔을 업계 1위에 올린 그녀는 호텔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린다. 일하는 호텔마다 신화를 이뤄 스카우트 대상 1순위였던 이애리는 어느 날 홀연히 호텔업계를 떠나 강단에 섰다.

"신라호텔의 매출 신장 비밀, 셀러브리티 웨딩에 있었다"

 중부대학교 이애리 교수

"셀럽들에게 그들이 원하면서도 남들과 차별화 되는 오래오래 기억에 남는 한편의 영화를 찍듯이 그렇게 인생의 중요한 한토막이 되도록 웨딩을 만들려고 합니다." ⓒ 이애리


- 신라호텔에서 일하면서 업계 1위는 물론 매출을 130%에서 150%까지 올렸는데요.
"10여 년 정도 하얏트 호텔에서 일하면서 업계 1위로 만들었어요. 스카우트 제의가 많이 왔지만 옮기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외국계 회사에서만 일했던 제게 신라호텔이 애국심의 호소로 다가와 그곳으로 가게 됐습니다. 업계 1위로 만들어야 했죠.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한데 시간을 줄일 수 있는 게 뭘까 고민하다가 셀러브리티의 웨딩을 중점적으로 하기로 했어요. 그때 처음으로 도움을 주신 분이 김민씨였습니다.

그녀가 결혼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무작정 만나러 갔어요. 그녀는 정말 디테일하게 결혼에 대해 많이 고민하고, 준비하고 있더라고요. 결혼식 스타일 등은 이미 다 구상이 되어 있었습니다. 다만 어디서, 어떤 디렉터랑 할지 고민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그 정도로 완벽하게 준비가 되어 있다면 아주 쉬울 수 있다. 당신의 아이디어를 펼칠 수 있는 도화지를 만들어주겠다'고 했어요. 제가 힘들 때나 아이디어를 얻을 때 산책하는 곳에 다음날 같이 가자고 했어요. 그게 바로 지금의 신라호텔 내 메모리즈힐입니다. 야외 언덕이에요. 등산 코스를 결혼식 장소로 만들었고, 김민씨 이후 많은 셀러브리티의 웨딩을 유치했습니다."

 웨딩파티 이벤트 디렉터인 중부대 호텔경영학과 이애리 교수가 23일 오전 서울 상암동 오마이스타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하며 미소짓고 있다. 이애리 교수는 엄지원, 권상우, 신동엽, 유재석, 전도연 등의 웨딩 디렉터를 맡은 바 있다.

"저도 아이 둘을 낳아 키우고 공부도 하고 계속 일을 하면서 정말 쉽지 않았거든요. 젊은 여성들을 위해, 일하는 여성들을 위해 멘토링 책을 쓰려고 준비 중이에요. 그게 제가 할 몫인 것 같아요." ⓒ 이정민


- 톱스타들의 웨딩을 진행하고 신라호텔을 업계 1위로 올렸는데, 갑자기 대학으로 간 이유는 무엇인가요.
"미국 LA에서 캐빈 리라는 웨딩파티 디렉터를 만났어요. 할리우드 톱스타들의 파티 플래너였고, 오스카 시상식까지 모두 디렉팅하는 분이었어요. 저희 같은 전문가라면 도전하고 싶은 꿈의 행사죠. 전 세계 디렉터 중에서도 최고로 꼽히는 그와 일하면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회사에 다닐 때 신입사원을 뽑으면 유학파와 국내파의 차이가 크더라고요. 교육의 차이가 아닐까 싶었습니다. 제가 일을 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는데, 이것을 이렇게 나만을 위해 쓰는 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후배들을 돕는 게 더욱 값진 인생이 아닌가 생각했죠. 그래서 40대 중반에 공부를 시작해서 3년 만에 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 경희대학교 호텔경영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마치고, 중부대학교 호텔경영학과 교수로 임용되었는데요. 이후 중부대학교가 호텔경영학과 중에서도 높은 취업률을 나타내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동안 유학파 학생들보다 우리 학생들의 자질이 떨어지거나 뒤처졌던 것은 아니에요. 단지 안 보고 안 느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많은 것을 보여주고 이야기할 수 있게 했어요. 1학년 때부터 협업 프로젝트를 시켰더니 아이들이 말도 잘하고, 협업도 잘하는 인재가 되어 있었습니다. 또 특강도 많이 했어요. 이제는 사업가로 더 유명한 손지창씨를 비롯해서 조명, 꽃 분야의 전문가들이 한걸음에 달려와 주셔서 저희 과가 빨리 성장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우리 학생들도 케빈 리가 될 수 있습니다."

"'아름다웠던' 엄지원 VS. '비만 오면 생각나는' 신동엽"

 5월의 신부 엄지원 '아름다웠던 순간들'

이애리 교수가 총 디렉팅을 했던 배우 엄지원의 결혼식 한 장면 ⓒ 핑크스푼


- 진행한 유명인의 결혼식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결혼식은 무엇이었나요.
"엄지원·오영욱씨의 결혼식이었어요. 결혼을 준비하기 전, 엄지원씨와 같이 여행을 가기도 하며 이야기를 많이 나눴어요. 오영욱씨가 쓴 책도 다 읽었죠. 엄지원씨는 오래 알고 지낸 동생이기도 해서 잘 알지만, 오영욱씨는 잘 몰랐거든요. 책을 읽다 보니 그가 어떤 성향인지 쉽게 알 수 있었어요. 엄지원씨도 신라호텔 내 메모리즈힐에서 결혼했어요.

엄지원씨의 지인들이 '여태까지 본 예식 중에 가장 아름답고 의미가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감사했습니다. 지인들과 어우러지는 따뜻한 웨딩이 테마였어요. 엄지원씨의 친구들이 축가를 부르고, 사회를 봤죠. 결혼식의 모범 답안을 작성한 것 같았어요."

- 반면 가장 힘들었던 결혼식은 언제였나요.
"신동엽씨의 결혼식을 잊을 수가 없어요. 하객 수가 1400명에서 1500명 정도여서 실내는 물론, 야외에도 텐트를 쳤어요. 그때 일기예보에서 비가 살짝 온다고 했는데, 폭우가 몰아치는 거예요. 인원이 많아서 야외웨딩을 추천했고, 1500여 명 중에서 400여 명은 야외로 나가야 했는데 아무도 나가지 않고 처마 밑에 있었죠. 그때 정말 머릿속이 하얘져서 화장실에서 엉엉 울었어요. 하도 펑펑 울어서 눈이 잔뜩 부었죠.  

근데 신동엽씨가 '천재지변인 걸 어떡해요. 괜찮아요. 걱정하실 필요 없어요. 비 오면 잘 산다는데 걱정하지 마세요'라고 저를 다독였어요. 그 말에 감사해서 또 울었죠. 얼마 전, 신동엽씨가 JTBC <마녀사냥>에서 그 에피소드를 이야기하더라고요. '나만한 결혼식은 없을 거라'고.(웃음) 지금도 신동엽씨, 선혜윤 PD랑 연락해요. 비만 오면 그날이 생각나네요."

"유학 떠났던 학생들, 이제는 한국에서 배웠으면"

 웨딩파티 이벤트 디렉터인 중부대 호텔경영학과 이애리 교수가 23일 오전 서울 상암동 오마이스타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하며 미소짓고 있다. 이애리 교수는 엄지원, 권상우, 신동엽, 유재석, 전도연 등의 웨딩 디렉터를 맡은 바 있다.

그녀가 일하는 호텔마다 신화를 이뤄 스카우트 대상 일순위로 지목 받았던 이애리, 어느 날 홀연히 호텔업계를 떠나 대학 강단에서 이제 후학들을 양성하고 있다. ⓒ 이정민


- 연예인의 웨딩을 진행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무엇인가요.
"일단 그들이 무엇을 원하고, 표현하고 싶은지 파악해야 해요. 이야기를 많이 하다 보면 점차 그들의 이면을 알게 돼요. 이루마씨의 결혼식 때는 무대 중간에 피아노를 놓고, 연주자 이루마가 아닌 사랑하는 아내를 맞는 이루마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아티스트인 만큼 서구적인 것보다는 전통적인 공간에서 결혼하고 싶어 하더라고요. 기와가 있는 곳에서 결혼식을 진행했습니다. 오래 기억에 남는 한 편의 영화를 찍듯이 인생의 중요한 한 토막이 되도록 하려고 했습니다."

- 앞으로 더 이루고 싶은 꿈이나 포부가 있다면요.
"지금부터가 진짜 꿈인 것 같아요.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유학을 많이 떠났는데, 이제는 많은 사람이 우리나라로 유학을 왔으면 좋겠어요. 중국에서는 제게 '권상우의 결혼식을 담당한 사람'이라면서 호텔 디렉팅을 해달라는 요청도 합니다.

사실 돈을 벌자고 하자면 제가 해외로 나가서 매출을 올리는 방법 등을 알려주면 되지만, 그건 저만 좋은 거잖아요. 제자들이 세계로 뻗어 나갈 수 있게 해야죠. 중부대학교 호텔경영학과를 호텔 이벤트, 웨딩 디렉팅 전문가의 메카로 만드는 게 제 꿈이에요. 그동안 아시아권 친구들이 유럽이나 미국 등에서 배웠는데 이제 이곳에서 배우는 거죠.

대학생이나 일하는 여성들이 제게 메일을 많이 보내요. '힘들어서 그만두고 싶은데' '어떻게 아이를 키우나요'라고 질문하죠. 제가 사회에서 받은 게 많으니 후배들을 위해 멘토링을 해주고 싶어요. 저도 아이 둘을 낳아 키우면서 공부하고 일하기까지 정말 쉽지 않았거든요. 젊은 여성, 일하는 여성들을 위해 책을 쓰려고 해요. 그게 제 몫인 것 같아요."

이애리 교수 중부대 호텔경영 엄지원 권상우 웨딩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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