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포머: 사라진 시대> 영화 포스터

▲ <트랜스포머: 사라진 시대> 영화 포스터 ⓒ CJ 엔터테인먼트


20세기를 대표하는 블록버스터가 <스타워즈>라면, 21세기 블록버스터의 중심에는 <트랜스포머>가 위치한다. 최첨단 SFX 기술을 사용하여 우주의 모험담을 환상적으로 들려주었던 1977년 작품 <스타워즈>는 할리우드 역사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2007년에 선보인 <트랜스포머>에서 자동차가 화려하게 로봇으로 변신하는 장면은 <터미네이터 2>의 액체 금속형 로봇 T-1000과 <쥬라기 공원>을 뛰어다니던 공룡에 버금가는 충격을 안겨주었던 21세기 시각혁명이었다. <트랜스포머>로 신기술 로봇 시대를 연 할리우드는 이후 <아이언맨>, <퍼시픽 림> 등 유사한 로봇 기술이 사용된 작품을 쏟아냈다.

할리우드의 영원한 피터 팬 스티븐 스필버그와 1995년 <나쁜 녀석들>로 데뷔한 이래 줄곧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최정상에 군림했던 마이클 베이가 손을 잡은 <트랜스포머> 시리즈의 상업적 성과는 실로 대단했다. 3편의 영화가 전 세계에서 긁어모은 돈은 무려 26억 달러에 달한다.

놀라운 흥행 성적과 달리 시리즈를 거듭할수록 이야기는 엉성해졌고, 캐릭터는 낭비되면서 혹평을 면치 못했다. <트랜스포머> 시리즈는 이야기 대신에 파괴의 전시와 규모에 집착하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폐해를 극명하게 드러냈다.

흥미로운 설정에도 하염 없이 산으로 가는 이야기

<트랜스포머: 사라진 시대> 영화의 한 장면

▲ <트랜스포머: 사라진 시대> 영화의 한 장면 ⓒ CJ 엔터테인먼트


2007년 <트랜스포머>, 2009년 <트랜스포머: 패자의 역습>, 2011년 <트랜스포머 3>까지 거침없이 내달린 <트랜스포머> 시리즈는 짧은 휴식기를 마치고, 2014년에 기존 배우들을 교체한 <트랜스포머: 사라진 시대>(이하 <트랜스포머 4>)로 돌아왔다.

변신 로봇의 새로운 이야기에 궁금했던 점은 두 가지다. 시카고 도시 전체를 날려버릴 정도로 최고 규모의 파괴를 자랑했던 <트랜스포머 3>을 넘어서는 파괴 공법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급격하게 쇠락의 길을 걷던 이야기를 어떻게 '변형'하여 다시금 일으켜 세울 것인가의 여부였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트랜스포머 4>는 두 가지 다 실패했다.

3편으로부터 5년이 흐른 후, 정부는 "시카고 사태를 기억하라, 외계인 활동을 신고하라"고 외치면서 적이었던 디셉티콘과 아군이었던 오토봇까지 모두 체포하기에 이른다. 엔지니어인 케이드 예거(마크 월버그 분)가 우연히 고물차로 변해있던 옵티머스 프라임을 깨우게 되고, 옵티머스 프라임을 쫓는 세력에 의해 케이드가 딸 테사 예거(니콜라 펠츠 분)와 헤어지는 부분까지의 전개는 괜찮다.

트랜스포머의 기술을 탐내며 여러 나라가 각축을 벌이는 상황과 트랜스포머를 무차별적으로 체포하는 전개는 9·11 테러를 전후로 한 미국 사회의 공기를 제법 반영하며 시리즈가 망각했던 현실의 온기를 느끼게 해준다. 더는 가능성을 기대할 수 없었던 이야기에 실낱같은 희망의 빛이 보였다.

안타깝게도 이어지는 장면부터 <트랜스포머 4>는 속절없는 추락을 거듭한다. 이번에도 문제는 이야기다. 인간이 트랜스포머의 기술을 가지게 되었다는 설정으로도 오토봇과의 흥미로운 대결은 충분히 가능했다. 그러나 베일에 싸인 로봇 락다운이 나오고, 절대 무기 씨드가 등장하고, 지구의 공룡을 멸종시킨 원인이었던 공룡 로봇인 다이노봇이 튀어나오면서 영화는 하염없이 산으로 올라간다. 심지어 메가트론까지 집어넣으려는 노력은 가상할 지경이다.

<트랜스포머 4>는 텍사스, 시카고, 중국, 홍콩을 오가며 카체이스(자동차 추격), 폭파 등을 끊임없이 반복하며 액션의 강도를 높이지만 <트랜스포머 3>의 파괴력에 미치지 못한다. 영화의 클라이맥스인 홍콩 액션 시퀀스에서 오토봇이 다이노봇을 타고 진격한다거나 쌍권총을 쏘며 폼을 잡는 장면은 당황스럽다. 변신 로봇이 싸운다는 느낌보단 도시에서 벌어지는 괴수 대전, 비디오 게임 <진삼국무쌍>의 한 장면, 또는 과거 홍콩 누아르의 무차별 총격전을 연상시킨다.

중국 지나치게 의식, 완성도보다 돈벌이에 혈안?

<트랜스포머: 사리진 시대> 영화의 한 장면

▲ <트랜스포머: 사리진 시대> 영화의 한 장면 ⓒ CJ 엔터테인먼트


<트랜스포머 4>는 근래 크게 성장하는 마켓인 중국을 지나치게 의식했다. 중국과 홍콩을 배경으로 한 것을 넘어 중국 배우의 분량을 억지로 이야기에 집어넣다 보니 엉성함은 더욱 커졌다. 수웨밍으로 분한 리빙빙의 장면은 영화에서 아무런 필요가 없다.

또한, 일본을 의식해서 사무라이 로봇을 등장시키고 더빙을 와타나베 켄에게 맡긴 대목에선 <트랜스포머 4>가 완성도보단 돈벌이에만 혈안이 되었음을 읽을 수 있다. 쿵후 로봇이 등장하지 않은 것이 다행스러울 정도다.

<트랜스포머 4>는 마이클 베이 감독의 전작을 모두 관통한다. <나쁜 녀석들>에서 보여준 육체의 액션과 카체이스가 들어있고, <아일랜드>에서 다룬 기술의 경고를 담았다. <아마겟돈>에서 갈등을 빚은 아버지와 딸, 아버지와 딸의 남자 친구는 똑같이 재현되고, <진주만>에 버금가는 기나긴 러닝 타임을 자랑한다. <페인 앤 게인>의 근육질 배우 마크 윌버그는 미군이 감당했던 액션의 중량을 홀로 짊어진 채로 로봇과 맞선다. 그러나 정작 지녔어야 하는 <더 록>의 재미와 완성도는 부재하다.

마이클 베이가 할리우드에서 높은 수준의 제작비를 들이는 <트랜스포머> 시리즈를 2년 마다 완성했다는 점은 평가받아 마땅하다. 높은 예산의 블록버스터 프로젝트를 진두지휘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영화에서 트랜스포머의 기술을 훔친 인간은 비슷한 형태의 갈바트론을 창조한다. 갈바트론을 목격한 자는 인간이 기술을 이용하는지, 아니면 기술에게 인간이 조종당하는지를 질문한다. <트랜스포머 4>를 보고 나면 이것을 인용하여 마이클 베이에게 당신이 트랜스포머를 조종하는 게 아니라 이젠 트랜스포머에게 당신이 지배당하는 상황이라 묻고 싶어진다.

유명세를 얻은 <나쁜 녀석들>이 1995년 작품이니, 벌써 20년 가까이 마이클 베이는 블록버스터의 험난한 전쟁터에서 살아남았다. 흥행으로 본다면 스티븐 스필버그, 제임스 카메론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블록버스터의 거장 마이클 베이에게 <트랜스포머> 시리즈는 이제 독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금껏 힘껏 싸운 옵티머스 프라임의 명예를 지켜주기 위해서라도 '아름다운 이별'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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