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범수, 진양혜의 토크&콘서트>로 무대에 서는 윤한

<손범수, 진양혜의 토크&콘서트>로 무대에 서는 윤한ⓒ 예술의전당


윤한, 이 뮤지션의 정체는 대체 무엇일까. 싱어송라이터와 작곡가, 음악 감독, 팝 피아니스트로 잘 알려진 그는 <성균관 스캔들> OST로 벅스 뮤직에서 1위에 오르기도 했으며, 피아노 앨범 <Love & Sorrow>로 클래식 한류의 지평을 넓힌 뮤지션이기도 하다.

뮤지컬 <모비딕>에서는 무대 위에서 연주와 연기를 동시에 펼치고, 예능 프로그램 <우리 결혼했어요>에서는 그 어떤 커플보다도 이소연과 현실적인 결혼 생활을 보여줌으로써 기존 시즌과는 차별화된 가상 결혼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런 그가 21일 <손범수, 진양혜의 토크&콘서트>로 무대에 오른다. 콘서트에서는 듣지 못할 윤한의 진솔한 이야기를 지면을 빌려 미리 들어보도록 하자.

가장 자질 없던 학생이 '장학생'으로..."성실함으로 승부 걸었다"

- <손범수, 진양혜의 토크&콘서트>에서 6월의 아티스트로 출연하게 됐다. 콘셉트를 들려 달라.
"앨범에 수록된 음악보다는 학생 때 배운 영화음악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 노래만 들려드리는 게 아니라 이야기도 풍성하다. 학교 다닐 때의 에피소드라든가, 처음 음악을 어떻게 시작했으며 어떤 음악을 많이 듣고 영감을 받았나를 이야기할 예정이다. 지금의 윤한이 있기까지 과정들을 많이 털어놓을 생각이다. 기대해 달라."

- 고등학교 시절 이과생이었다고 들었다. 어떻게 음악에 '필'이 꽂혔나.
"고1 때만 이과생이었지 고2 때는 문과생, 고3때는 예체능생이었다. 중학생 때부터 고등학생 형들과 고등학교 수학을 미리 공부했다. 당시에는 무얼 하고 싶다는 꿈이 없었다. 공부를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교에 들어가고 대기업에 들어가는 게 최선인 줄로만 알던 때다. 중학교 때에는 공부만 해서 렌즈가 두꺼운 '박사 안경'을 끼었다. 눈이 작게 보인다.

그러다가 고등학교 들어가서 안경을 벗자 눈이 크게 보였다. 안경을 벗자 외모나 옷 입는 것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다. 당시에는 길거리를 걷다가 사진을 찍는 게 유행이었다. 길거리에서 캐스팅도 많이 당했다. 옷 입는 것에 신경 쓰느라 잠시 공부와 멀어지기도 했다. 공부 외에 뭘 잘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가 공부 외에 다른 걸 하면 재미있겠구나 하는 막연한 생각이 들었다.

부모님에게 음악하고 싶다는 선언을 했다. 부모님은 형에게 많은 걸 바랐다. 형은 힘들게 공부해서 부모님이 바라는 대학에 들어갔다. 첫째인 형은 부모님이 바라는 길을 걷게 했지만 둘째인 내가 음악을 하고 싶다고 이야기했을 때엔 (부모님의) 반대가 없었다. 음악 공부를 제대로 해서 음대 교수가 되라고 하셨다."
손범수, 진양혜의 토크&콘서트 로 무대에 오르는 윤한

"내가 승부를 걸 수 있는 건 성실함 뿐이었다. 연습실에서 그랜드 피아노로 연습하기 위해서 오전 6시부터 연습실로 향했다. 학교 다니는 4년 동안 한 번도 수업을 빼먹은 적이 없다."ⓒ 예술의전당


- 그렇게 진학한 버클리 음대에서 장학생으로 졸업했다.
"버클리 음대에 들어갈 때 한우 등급을 매기듯 학교에서 학생의 등급을 나눈다. 1~8등급이 있는데 8등급이 제일 잘 하는 학생이다. 8등급인 학생은 거의 없다. 6, 7등급만 되어도 전액 장학생이 된다. 그런데 나는 1등급 학생이었다. 가장 낮은 음악적 자질을 가진 학생으로 입학했던 거다.

버클리는 유학 온 학생의 비율이 70% 되는 학교다. 아프리카에서 온 학생도 있었고 북한에서 유학 온 학생도 있었다. 유학생들이 다양하다 보니 심지어는 태어날 때부터 빗소리가 음악적인 선율로 들린다는 학생도 있었다. 모태부터 절대 음감을 갖고 태어난 거다. 나 자신에게 아무런 음악적 재능이 없다는 걸 실감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내가 아무것도 아니라는 자각을 하면서부터 편안하게 음악을 할 수 있었다. 어릴 적부터 음악을 한 것도 아니고, 유학생을 이기려고 공부한 게 아니라 '많이 배우겠구나' 생각하면서 학교를 다녔다. 내가 승부를 걸 수 있는 건 성실함 뿐이었다. 연습실에서 그랜드 피아노로 연습하기 위해서 오전 6시부터 연습실로 향했다. 학교 다니는 4년 동안 한 번도 수업을 빼먹은 적이 없다.

성실하게 학교생활을 하다 보니 (사람들이) 동양에서 유학 온 학생이 열심히 한다며 눈 여겨 보기 시작했다. 장학금은 교수님이 추천해 주어서 받을 수 있었다. 잘해서 장학금을 받은 게 아니다. 처음 입학할 때보다 실력이 많이 늘어서 '노력 장학생'이 된 거다. 출석율이 좋고 과제를 잘 하면 성적이 좋을 수밖에 없다."

"모든 음악은 하나...어떤 길 걷든 음악 오래 하고 싶다"

- <우리 결혼했어요>에선 가상 커플이 아닌 현실적인 커플이라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기존에는 유명한 연예인이나 아이돌이 출연했다. 그러다가 내가 투입되는 시즌부터 제작진이 바뀌었다. 새로 투입된 제작진은 기존의 틀을 벗어나서 현실감 있는 가상 결혼 생활에 다가서고 싶어 했다. 그래서 물망에 오른 캐스팅이 나였다. 대중적인 인지도는 없지만 클래식계에서는 어느 정도 알려진 뮤지션인 내가 <우리 결혼했어요>에 신선함을 불어넣으리라고 판단한 거다.

연습생 기간을 오랜 동안 거친 아이돌이 출연했을 때는 기대할 법한 그림이 나온다. 반면에 방송에 대한 경험이 없는 내가 출연하면 어떤 그림이 나올지 제작진과 시청자가 궁금해 했다. 20대가 아닌 결혼 적령기인 남녀가 출연하다 보니 '블링블링'한 결혼 생활이 아니라 혼수 보러 다니는 등, 정말로 현실적인 가상 결혼이 될 수 있었다. 이소연씨와 호흡을 맞추는 데 있어 편안했다."

- 뮤지션이면서 뮤지컬 <모비딕>이나 방송 <우리 결혼했어요> <EBS경청> 같은 다양한 영역에 도전하고 있다는 점도 신기하다.
"갓 데뷔할 때에는 음악에 대한 고집이 있었다. 음악 이외의 다른 영역에는 도전하고 싶지 않았다. 음악으로 윤한이라는 이름을 알리고 난 다음에 다른 영역에 도전하고 싶었다. <모비딕> 출연 제의가 들어왔을 때 처음에는 거절했다. 음악적으로 채워지지 않은 상태에서 뮤지컬이라는 새로운 장르에 도전한다는 게 거북했다.

그런데 부모님이 옆에서 보고 계시다가 '새로운 영역에 도전한다는 무거운 생각을 갖지 말고 친구 사귄다고 생각하고 편하게 도전하라'고 조언해 주셨다. 그 덕분에 뮤지컬에 출연하게 되었다. 뮤지컬에 출연한 것을 계기로 좋은 배우들을 많이 만났다. 또 그걸 시작으로 음악 외에도 잡지 화보 촬영이나 방송처럼, 내가 할 수 있는 영역이라면 어디든지 뛰어들 준비가 되었다."
손범수, 진양혜의 토크&콘서트 로 무대에 오르는 윤한

"대학교 다닐 때는 재즈를 좋아했고 이십 대 후반에는 연주곡과 뉴에이지를 많이 접했다. 드라마 OST도 참여했다. 최근에는 팝 적인 음악을 추구하는 중이다. 앞으로는 힙합이나 클래식으로 돌아갈 수도 있을 것 같다. 여러 음악이 있지만 어느 장르를 향해 나아갈지는 나 자신도 모른다."ⓒ 예술의전당


- 그래도 기본적으로는 재즈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
"재즈를 배우고 싶어서 버클리 음대에 들어간 게 아니다. 이적과 김동률, 보이즈 투 맨의 음악을 들으며 자랐다. 가요나 팝을 연상하고 학교에 들어갔는데 학교의 음악 풍이 재즈와 클래식이 강세였다. 처음에는 학교를 잘못 들어갔나 하는 생각이 많았다.

재즈에 빠진 결정적인 이유는 룸메이트 때문이다. 룸메이트 형이 재즈 광이었다. 형은 집에만 들어가면 재즈 음악을 틀어놓았다. 재즈 음악의 '재' 자도 모르던 때에 2년 동안 재즈 음악만 듣다 보니 나중에는 재즈를 따라 부를 지경이 됐다.

그 후에도 재즈가 좋아서 재즈 공연을 보러 다니고, 재즈 밴드를 결성해서 워싱턴과 시카고에 가서 10달러만 받고 연주하기도 했다. 우리나라 재즈 시장이 작기는 하지만 재즈 팬들에게 놀란다. 뉴욕 맨하탄에 '블루 노트'라는 재즈 클럽이 있는데, 우리나라에 들어왔다가 돈을 내고 찾아오는 이들이 적어서 문을 닫았다.

하지만 요즘은 재즈 뮤지션의 공연이 내한공연을 열면 매진된다. 솔로가 끝나면 박수 치는 매너를 알고, 멤버가 바뀌는 과정에서 나오는 리액션을 관객이 알더라. 앵콜 때에는 유명한 블루스 넘버를 선보이는데 관객이 하나 되어 따라 불렀다. 재즈를 좋아하지 않으면 모르는 멜로디다. 여러 재즈페스티벌이 많이 생기는 추세이기도 하다. 다양한 페스티벌에서 데미안 라이스처럼 대중적인 아티스트를 메인 스테이지에 서게 해서 대중에게 어필하게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앞으로 어떤 음악 세계를 추구하고 싶은가.
"특정한 음악 세계를 거론할 만큼의 내공이 쌓이지는 않았다. 다른 음악 세계에 도전하고 싶다. 대학교 다닐 때는 재즈를 좋아했고 20대 후반에는 연주곡과 뉴에이지를 많이 접했다. 드라마 OST도 참여했다. 최근에는 팝적인 음악을 추구하는 중이다. 앞으로는 힙합이나 클래식으로 돌아갈 수도 있을 것 같다. 여러 음악이 있지만 어느 장르를 향해 나아갈지는 나 자신도 모른다.

하지만 중요한 게 있다. 모든 음악은 하나라고 생각한다. 고전음악과 재즈의 연관성과 아티스트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논문을 준비 중이다. 클래식과 재즈 등의 다양한 음악이 결국 하나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준비하는 논문이다. 어떤 음악의 길을 걷든 음악을 오래 하고 싶다.

오랫동안 음악의 길을 걸어온 뮤지션을 보면 젊을 때에는 어떤 음악의 길을 걷고, 중장년에는 어떤 음악 세계를 추구했는가가 한 눈에 보인다. 나 역시 나중에 논문 연구 대상이 될 법한 뮤지션이 되고 싶다. 또 기회가 닿으면 영화나 드라마, 음악 감독 같은 영역에도 도전하고 싶다. 한 살이라도 젊을 때 많은 분야를 경험하고 그 분야에 있는 분들과 친분도 쌓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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