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대 가장 문제적 감독을 굳이 한 사람만 꼽자면, 단연 라스 폰 트리에의 몫이 아닐까 싶다. 숱한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그의 전작 <어둠 속의 댄서>, <도그빌>, <안티 크라이스트>, <멜랑콜리아> 등 못지 않게 2011년 칸 영화제에서의 '나치 옹호 발언'으로 구설수에 오른 라스 폰 트리에의 행적은 도대체 언제 튈 지 모르는 활화산 같았다.

심지어 우여곡절 끝에 빛을 보게된 라스 폰 트리에의 신작 <님포매니악> 또한 그가 살아온 영화 인생만큼이나 난해하다. 무려 4시간에 육박하는 러닝타임에, 영화는 색정증을 가진 여자의 이야기를 그린다. 그래서 라스 폰 트리에·샬롯 갱스부르·샤이아 라보프·우마 서먼 등 세계적인 감독과 톱스타들이 대거 포진되어 있음에도 불구, '무삭제'라는 단어가 더 많이 언급되었던 <님포매니악>이 볼륨1, 볼륨2로 나뉘어 차례차례 한국 관객을 찾는다.

 영화 <님포매니악 볼륨1> 포스터

영화 <님포매니악 볼륨1> 포스터 ⓒ (주) 엣나인필름


금욕적인 삶을 살고 있는 셀리그먼(스텔란 스카스가드 분) 앞에 어느 날 색정증을 앓고 있다고 고백하는 조(샬롯 갱스부르 분)이 나타난다. 스스로 못된 여자라고 자학하며 자신을 동정할 필요가 없다고 단호히 이야기하는 조는 그녀에게 호의를 베푸는 셀리그먼에게 그동안 살아왔던 이야기를 덤덤하게 털어놓는다.

인생사라기보다는 차라리 섹스 경험담에 가까운 조의 지난 삶은 그야말로 파란만장하다. 어릴 때부터 일찍 성에 눈 뜬 조는 닥치는 대로 수많은 남자들과 관계를 맺었다. 욕정에 충실했던 조는 사랑을 믿지 않았다. 그녀의 첫 사랑인 제롬(샤이아 라보프 분)에게 파트너 이상의 감정을 느끼기도 했지만, 애써 부정하고자 한다.

남들에 비해서 성을 밝히긴 하지만, 조에게 있어서 성교란 단순히 본능을 채우기 위함만이 아닌 일종의 정복욕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여자로서의 특별한 힘을 발견한 조는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기 위해 스스로의 의지로 그 힘을 발휘한다. 모든 관계에 있어서 능동적이었던 조는 항상 남자보다 우위를 차지했고 자신의 힘에 속수무책 빨려들어가는 남자들을 보며 쾌락을 느낀다.

 영화 <님포매니악 볼륨1> 한 장면

영화 <님포매니악 볼륨1> 한 장면 ⓒ (주)엣나인필름


색정광인 여자가 주인공인만큼, 파격적인 베드씬, 무삭제 개봉으로 화제를 모았던 <님포매니악 볼륨1>은 생각만큼 야하게 느껴지는 영화가 아니다. 19금을 완전히 넘어선 25금 정사씬과 전라노출이 종종 등장하지만 선정적으로 비춰지진 않는다. 대신 욕정과 남녀 간의 관계를 피보나치 수열, 낚시, 오르간 구조, 섬망 등으로 풀어내는 통찰력이 눈에 띈다. 민감한 소재임에도 불구 영리하게, 낯부끄럽기보다 해학적으로 욕망의 본질을 꿰뚫는 솜씨가 일품이다.

지난 6월 18일 전편인 <님포매니악 볼륨1>이 공개된 라스 폰 트리에의 문제적 신작은 7월 3일 <님포매니악 볼륨2>라는 타이틀로 그 2편이 공개될 예정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권진경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너돌양의 세상전망대), 미디어스에 게재되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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