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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일 방송된 <빅맨>의 마지막회 중

17일 방송된 <빅맨>의 마지막회 중ⓒ KBS


17일, KBS 2TV 월화드라마 <빅맨>이 종영했다. 마지막 회의 마지막 장면에서 현성 에너지의 회장이 된 지 1년이 지난 김지혁(강지환 분)은 기념으로 연설했다. 그는 "처음 회장이 되었을 때, 대단한 것을 이룬 것 같아 대견했지만, 시간이 흐른 후 그저 내가 한 일이란 주변을 조금 바꾼 것밖에는 없었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면서 "그렇게 조금 바꾼 주변이, 오늘날 이렇게 큰 변화를 일으켰다"고 말했다.

이어 김지혁은 "그러나 사실 현실은 그렇지 않다. 현실에서 착하고 정의로운 사람은 언제나 지기 쉽다고, 이기기 힘들다"면서 "착하고 정의로운 사람들이 이기는 세상을 위해, 끝까지 힘을 모아 싸워나가자. 지지 말자"고 했다. 그렇게 김지혁이 말하는 동안, 단상의 자리는 비워져 있었다. 마치 착하고 정의로운 사람을 위해 싸워줄 진짜 김지혁을 기다리는 듯이.

단순한 스토리 구조...실소 나오지만 묘하게 끌렸다

드라마 자체로만 따지고 보면, <빅맨>에 대한 평가는 결코 호의적일 수 없다. 시장의 양아치였던 김지혁이 현성 가의 숨겨진 아들로 둔갑하는 초반의 반전은 그럴듯했다. 허수아비 사장이었던 김지혁이 강지혁이 되고, 다시 현성 유통의 사장이 되어 불어 일으키는 바람은 속이 시원하기도 했다.

하지만 드라마로서의 호평은 거기까지다. <빅맨>은 그 이후 마치 어린이 잡지 속 만화를 보는 듯 순진하고 단순했다. 재벌가의 아들 강동석(최다니엘)은 "감히 니들이 나를!"이라는 대사만 반복하며 김지혁에 대한 열등감에 집착했다. 그런 강동석에게 당하는 김지혁을 일으켜 세우는 것은 마지막 연설에서 그가 말한 것처럼 주변 사람들의 선의이자, 정의이다.

강동석이 온갖 협잡을 하며 김지혁을 굴러 떨어뜨리면, 주변에서 그를 배신했던 사람들이 결국 김지혁의 믿음에 감동하여 결국 그의 편에서 강동석을 무찔렀다. 김지혁이 내건 '우리는 가족입니다'라는 사훈과 늘 그가 입에 달고 사는 "믿을 건 인간밖에 없다"는 지론이 일관되게 드라마를 끌고 간다.

심지어 강동석에게 충성하던 도 실장마저도 끝내는 "현성의 개가 되고 싶지 않다"며 제 발로 경찰서로 향하는 모습을 보면 실소를 지나 "그렇지. <빅맨>이라면 당연히 그래야지"하고 수긍하게 된다. 이 정도면 만화도 초등학교 고학년이 아니라 저학년이 즐겨볼 수준의 스토리텔링이다.

그런데 마지막 회에 다가가면서 묘하게 김지혁의 인간론과 그것에서 비롯되는 개혁에 대한 물음표가 생긴다. '말도 안 돼. 어떻게 다 저렇게 돌아설 수 있어? 우리 사원 지주제? 말이 좋지, 그게 가당키나 해? 사람을 믿는다고? 세상에 믿을 놈이 어디 있다고. 그런데, 정말 결국 조금씩 바뀌면 되는 건데' 뭐 이런 생각이 들기 시작하는 거다. 그러다 마지막 회, 김지혁의 연설을 들으면 '작은 불씨 하나가~'라는 노래가 떠오른다.

강지혁의 믿음, 시청자의 마음 뒤흔든 이유는?

지난 16일 도쿄 경제대 서경석 교수는 한겨레 신문에 <지식인들이여, 아마추어로 돌아가라>라는 제목의 칼럼을 기재했다. 그의 글은 에드워드 사이드의 <지식인은 어떤 존재인가?>라는 책을 근거로 한다. 에드워드 사이드는 오늘날 지식인 본연의 자세를 위협하는 것은 아카데미, 저널리즘, 상업주의가 아니라 전문주의(프로페셔널리즘)라고 단언하며, 교육 수준이 높아질수록 사람들은 좁은 지(知)의 영역에 갇혀 순종적이며, 자발적인 상실의 존재가 된다고 한다. 따라서 지식인에게는 이익이나 이해, 편협한 전문적 관점에 속박되지 않는 아마추어리즘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에드워드 사이드의, 그리고 서경석 교수의 말을 빌려 <빅맨>을 옹호하고자 한다. 

분명 <빅맨>은 어설프다. 스토리 라인은 단순했고, 그것을 연기하는 캐릭터는 단선적이었다. 하지만 <빅맨>은 가장 본질적인 이야기에 충실했다. 머리를 굴려야 이해할 수 있는 현학적 대사 대신 단순하게 인간과 인간에 대한 믿음, 인간의 변화를 추구했다. 너무 순진해서 실소가 나오지만, 그것이 김지혁을 현성의 회장이 되게 했다. 

<빅맨>을 구성했던 이야기의 골조는 사실이다. 회사의 주인은 그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들이어야 하고, 사장도 그들의 손에 뽑히는 게 맞고, 함께 의논해야 한다는 것도 틀린 이야기가 아니다. 겨우 1/3도 안 되는 지분으로 거대 그룹의 주인입네 하는 재벌의 현실은 틀린 이야기이다. 하지만 세상살이에 물든 우리는 이런 당연한 원칙을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우리가 아니라, 저들이 주인이라고 말한다.

<빅맨>은 우리가 이렇게 알면서도, 스스로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진실을 어린아이와 같은 순수한 마음으로 단순하게, 그리고 담백하게 말한다. 세상 그 어떤 것에도 흔들리지 않던 세속에 찌든 마음을 흔드는 것이 어린아이의 티 없이 맑은 눈동자이듯, 16회로 종영한 <빅맨>의 순진무구한 주제 의식이 이기는 법을 알면서도 외면하는 우리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주변을 돌아보게 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정희 시민기자의 개인블로그(http://5252-jh.tistory.com/)와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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