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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BS <도시의 법칙>에 출연한 배우 김성수, 정경호, 이천희

SBS <도시의 법칙>에 출연한 배우 김성수, 정경호, 이천희 ⓒ SBS


지난 11일 SBS <도시의 법칙 in NEW YORK>이 첫선을 보였다. <정글의 법칙>의 도시판으로, 뉴욕 생존기를 다룬다. 단순 여행은 아니지만, 뉴욕이라는 이국의 도시로 떠나간 사람들의 고군분투기를 다룬다는 점에서 '긴' 여행기에 가깝다. 이에 앞서 지난 9일과 10일에는 SBS < SNS 원정대 일단 띄워 >가 방송됐다. 명목상 브라질 월드컵 특집으로, 오로지 SNS에 의지하여 브라질의 문물과 먹거리를 체험하는 프로그램이다.

SBS만이 아니다. MBC는 지난 5월 30일부터 <7인의 식객>이라는, 이른바 스토리가 가미된 음식 기행 프로그램을 방송하고 있다. 봄 개편을 맞이한 MBC와 SBS는 여행 관련 예능 프로그램을 론칭했다. 왜 하필 지금일까?

여행 관련 예능 프로그램을 이야기하면서 나영석 PD의 <꽃보다 할배> <꽃보다 누나> 시리즈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두 시리즈가 트렌드 상품이 될 정도로 인기를 끌지 않았다면 이렇게 여러 개의 여행 예능이 거의 동시에 출격할 수 있었을까. 그저 여행하는 형식만이 아니다. <도시의 법칙>이나 < SNS 원정대 일단 띄워 > <7인의 식객>은 내용 면에서도 <꽃보다> 시리즈에 빚을 지고 있다. 

여행을 떠난다는 기본 전제는 당연하다. <꽃보다> 시리즈는 '누가 여행을 하는가'라는 지점에서 기존 예능의 틀을 뛰어넘었다. 인기 MC의 주도 없이 이순재, 박근형, 신구, 백일섭 등을 전면에 끌어들였으며, 기껏해야 <1박2일> 게스트 경험만 있었던 이서진을 그들의 조력자로 등장하게 하면서 신선한 예능의 틀을 제시한 것이다. <꽃보다 할배>의 성공이 있었기에 <꽃보다 누나>도 가능했다.

 '꽃보다 할배' 이서진 백일섭

'꽃보다 할배' 이서진 백일섭 ⓒ tvN


나영석 PD는 그간 예능이라면 늘 있어야 할 것만 같았던 존재인 MC, 그것도 개그맨 출신의 MC 없이 연기자들만으로도 충분히 사람들의 관심을 끌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예능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그에 따라 새롭게 등장한 <도시의 법칙> < SNS 원정대 일단 띄워 > <7인의 식객>의 출연자 또한 김성수, 정경호, 백진희, 오만석, 서현진, 김민준, 이영아 등 연기자 출신이 대다수다.

<꽃보다 누나>에서 후배 이미연은 선배 윤여정에게 늘 따라다니는 카메라의 시선에서 과연 어디까지 보여주어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는다. 후배의 고민에 윤여정은 자신들이 카메라를 통해 보여주는 모습이 온전히 날 것만은 아닌, 연기와 리얼의 경계에 놓여 있음을 지적한다. 즉 연기자 출신 리얼리티 출연자들은 각각 배우의 능력에 따라 얼마든지 실제와 연기의 경계에서 풍부한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풀어낼 가능성을 갖고 있다.

<꽃보다 할배>에서 짐꾼 이서진, 직진 순재 등 캐릭터의 성공은 바로 그런 연기자이기에 가능한 지점이었다. 시청자는 몰래 카메라를 통해 보인 이서진의 면면이 100% 그의 실제가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능청스럽게 상황을 수용한 이서진의 진솔한 매력에 빠져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바로 이렇게 진짜인 듯, 진짜가 아닌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그간 연기 외에는 방송을 통해 노출되지 않은 배우이기에 가능한 매력이다.

후발 주자로 출발한 <도시의 법칙> < SNS 원정대 일단 띄워 > <7인의 식객>은 선배인 <꽃보다> 시리즈의 성공 사례를 충실히 답습한다. 상황을 벌여놓고, 그 상황에 던져진 배우의 다양한 반응을 통해 그들의 새로운 매력과 재미를 끌어내고, 그것을 프로그램의 주된 흥미 요소로 다룬다. 그래서 <도시의 법칙>은 정경호를 밀고, < SNS 원정대 일단 띄워 >는 소탈한 오만석과, 자유인 김민준, 야무진 서현진의 매력을 발굴하는 데 공을 들인다.

 SBS의 파일럿 프로그램 < SNS 원정대 일단 띄워 >

SBS의 < SNS 원정대 일단 띄워 > ⓒ SBS


묘하게도 세 프로그램 모두에서 여성 캐릭터인 이영아, 서현진, 백진희는 남성 못지 않은 털털함과 당당함으로 프로그램의 중심을 잡아간다.

또한 <꽃보다> 시리즈의 주된 흥밋거리는 '배낭여행'이라는 조건적 제한이다. 노년의 할배, 대한민국 최고의 배우들이 '배낭여행'이라는 콘셉트에 따라 적은 돈으로 여행지와 맛집을 찾아다니는 '고생'이 보는 사람들에게 공감을 부른다. 우리나라에서는 내로라하는 인기인이지만, 낯선 이국땅에서는 나와 다르지 않을 거라는 그 고생담의 공감, 거기서 빚어지는 진솔한 인간적 매력이 시청자를 끌어들이는 매력이다.

<꽃보다> 시리즈를 벤치마킹한 후발 주자들은 이런 요소들을 포함한다. 뉴욕에 도착하자마자 돈과 휴대전화를 빼앗는 <도시의 법칙>이나, 여행의 극과 극을 보여주겠다며 팀을 정하고, 적은 돈으로 정해진 시간에 미션을 마쳐야 어드밴티지가 주어지는(그 어드벤티지 조차도 과연 정말 어드밴티지조차 의심되는) 극한의 조건을 제시한다. SNS에만 의존해 여행하는 < SNS 원정대 일단 띄워 >는 휴대전화에 의존해서 길을 찾던 <꽃보다> 시리즈 속 짐꾼을 떠오르게 한다.

물론 <꽃보다> 시리즈 이전에도 여행 예능이 있었다. 하지만 <꽃보다> 시리즈의 성공은 단지 여행하는 연예인이 아니라, 여행하는 연예인의 날것의 모습을 통해 인간 본연의 매력을 다룬 덕분이다. 후발 주자들이 성공을 거두가 위해서는 그저 여행을 떠나거나 <꽃보다> 시리즈가 가진 재미에 주목할 것이 아니라, 여행에서 발견한 인간미에 대한 천착이 있어야 할 것이다.

여행 예능은 자기 충전과 삶의 돌파구로서의 대안으로 여행이 보편화된 세상을 반영했다. 일찍이 들뢰즈는 노마디즘을 설파하며 "끊임없이 새로운 곳을 찾아 나서는 유목주의야말로 몇천 년의 정주 문화 속에 숨겨진 진정한 인간의 본성"이라고 주장했다. 21세기에 여행이 삶의 주된 반전이 되며, 그것이 예능 콘텐츠로 빈번하게 등장하는 것은 어쩌면 지금의 삶과 생활 방식에 대한 권태와 회의, 새로운 삶의 대안에 대한 갈구의 감각적인 반응일 지도 모르겠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정희 시민기자의 개인블로그(http://5252-jh.tistory.com/)와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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