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1TV 대하사극 <정도전>의 열풍이 무섭다. 11년간 국회의원 보좌관으로 근무하며 오랜 시간 여의도 정치판에서 현실을 겪은 정현민 작가는 역사 속에서 현실을 발견했고, 그 역사는 지금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정치'의 참 의미를 되묻고 있다.

그런 <정도전> 속 인물들이 선거에 나온다면, 어떤 정치인의 모습으로 국민에 다가설까? <오마이스타>의 질문은 여기에서 시작됐다. 이에 극 중 인물들이 후보로 출마한다는 가상의 '선택 2014', 아니 '선택 14세기' 기획을 마련해 애청자들로부터 지지연설문을 받았다.  

'선택 14세기' 기획을 위해 원안 포스터 사용을 허락해 준 인터넷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정도전 갤러리'의 'HARANG'님께도 다시 한 번 감사의 뜻을 전한다. 격동의 시기를 살았지만, 고려의 백성들은 리더를 '선택'할 수 없었다. 하지만 우리는 다르다. 오늘은 6월 4일, 지방선거가 치러지는 날이다. <편집자 말>

 KBS 2TV <정도전>을 패러디한 선거 포스터 (원 사진 출처: KBS)

KBS 2TV <정도전>을 패러디한 선거 포스터 (원 사진 출처: KBS) ⓒ 디시인사이드 정도전 갤러리 '하랑'


* <정도전> 애청자 김경준 님의 지지 연설문입니다.

안녕하시우다. 내레 동북면에서부터 이성계 장군을 따라다닌 병사올시다. 내레 어렸을 때부터 이성계 장군 따라 동북면을 누비면서 장군의 많은 것을 봤지비. 내레 이 나라의 새 지도자로 이 장군만한 분도 없다고 생각해서 여기 나왔음메.

여러분, 한 번 생각해보시우다. 지체 높은 귀족 나리들이 백성들 고혈 빨아먹는 궁리만 하고 있을 때 이 나라를 앞장서 지켜준 이가 누구였음메? 원나라 오랑캐 놈들이 쳐들어왔을 때 막아낸 이도 이성계 장군이요, 왜구들 쳐들어와서 무고한 백성들 도륙내고 약탈할 때 멀리 황산까지 내려가서 무찌른 것도 이성계 장군이우다.

물론 나라 구한 공으로 치면, 최영 장군도 대단한 분이시지만은 이 나라를 이끌어 갈 지도자로는 좀 부족하다고 생각하우다. 최 장군은 사람이 너무 깐깐하고 보수적인 사람이라 밑에 있던 장졸들이 많이 고생을 한다고 들었음메. 하지만 우리 이 장군은 부하들을 제 자식처럼 대해서 부하들도 장군을 아버지처럼 따르지비. 내는 백성들도 그렇게 다스려야 한다고 믿슴메.

그리고 최영 장군은 사실 지도자로서 무모하기도 했지비. 요동정벌이 그렇지 않슴메? 사실 우리 같은 백성들이야 황제국 고려니, 영토수복이니 이런 거 전혀 관심 없수꾸마. 백성들 제대로 먹여 살리지도 못하면서 백 날 전쟁 일으켜, 무고한 백성들 목숨 잃고 피난 가게 맹글고. 이제 그런 거 정말 신물 나지 않음메?

그래서 최 장군이 요동정벌 지시했을 때, 우리 이 장군이 정말 고민 많이 했우다. 어쩔 수 없이 위화도까지 갔다가 부하들 다 사지로 내몰기 싫어서 회군을 결심했을 때, 우리 군사들 많이 기뻐했음메. 내레 그때 이 장군이 남몰래 눈물 흘리는 거 보고서리 최 장군을 배반하면서까지 부하들을 살리기 위해 어려운 결단 내린 장군께 더 깊은 존경심을 갖게 되었음메. 우리 이 장군은 이렇게 당신보단 부하들의 목숨을 먼저 생각하는 분임메.

그리고 우리 이 장군이 동북면 무장 출신이라고 정치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모른다고 떠들어대는 자들이 많은데, 그건 정말 장군에 대해 모르고 하는 소리이우다. 우리 이 장군이 집정대신이 된 이후에 얼마나 많은 개혁이 이루어졌는지 진정 모르고 하는 소리임메? 굶어죽는 백성들 없게 하려고 토지문서 다 불태우고 과전법 실시한 것 기억하지 않슴메?

귀족 놈들이 쌓아둔 토지문서가 어찌나 많았던지 그거 다 태우는데 삼일 밤낮 걸렸다고 하우다. 내레 아직도 그거 태우는 동안 들리던 백성들의 환호성을 잊지 못하겠우다. 백성들이 얼마나 고마워했으면 밥을 먹으면서 이성계 장군이 내려준 밥이라고 해서 '이밥'이라고 불렀겠음메?

이것도 사실은 정도전과 같은 신진사대부들의 공이고, 이 장군은 그냥 앉아서 떡 봤다고 조롱하는 사람들이 있는 거 알고 있음메. 근데 그것도 장군을 시기해서 하는 소리이우다. 신진사대부들이 마음 놓고 개혁을 할 수 있도록 뒷받침 해주는 사람이 누구인지 생각해보기요. 만약 이 장군이 뒤에서 든든하게 버티고 밀어주지 않았다면, 애시당초 개혁은 시도조차 해볼 수 없었을 거우다. 우리 이 장군이야말로 개혁에 대한 의지가 충만한 지도자임메.

여러분, 우리 한 번 생각해보기요. 지금의 고려로는 희망이 없음메. 왕씨가 500년 가까이 이 나라를 다스리는 동안, 백성들은 얼마나 힘들었음메? 내레 부하들과 백성들을 제 자식처럼 아끼고, 나라가 위기에 빠지면 가장 먼저 나서서 구했던 이 장군이야말로 우리를 이끌어 갈 새 지도자라 생각하우다. 부디 우리 이성계 장군을 지지해주기요. 내 간곡히 부탁함메.

===정도전 인물로 바라본 가상대결 '선택14세기' 관련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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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계 정도전 이인임 정몽주 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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