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루다

Mnet 댄스 서바이벌 <댄싱9>에 출연했던 현대무용가 이루다. ⓒ 이루다


지난해 방영된 댄스 서바이벌 프로그램 Mnet <댄싱9> 시즌1은 TV에서 쉽게 접할 수 없었던 춤의 매력을 안방극장까지 전달했다. 덕분에 드라마나 영화, 뮤지컬 등에 한정적이었던 대중들의 관심은 공연계까지 닿았고, <댄싱9> 출신 댄서들의 공연은 매진을 기록하며 좋은 결과를 보여주기도 했다.

<댄싱9> 시즌1의 우승을 차지했던 레드윙즈 팀의 무용수 이루다(29)도 방송 후 달라진 삶을 체감하고 있다. 유니버설발레단 출신으로 현재는 현대무용가이자 안무가로도 파격적인 행보 중인 그녀를 만났다.

- 지난해 11월 우승팀 특전으로 펼쳐진 <댄싱9 갈라쇼>는 티켓 오픈 10분 만에 1000석 전석이 매진됐어요. <댄싱9> 출연 이전과 이후의 온도차이를 느끼나요?
"출연을 결정했을 때 이렇게 반응이 클 거라고는 전혀 생각을 못했는데, 관심을 많이 가져주셔서 얼떨떨하기도 했어요. <댄싱9>을 보고 공연장까지 왔다고 하는 분들을 보면서 너무 감사했어요. 그 프로그램을 보면서 무용에 더 흥미를 갖게 되고, 매력에 빠졌다고요. 또, 무용 공연이 재미있으니까 다른 공연들이 성에 안 찬다고 하는 분들도 계셨고요.

나름의 팬덤이 생기고 공연할 때마다 간식이나 화환도 보내주세요. 또 공연이 끝나고 출연자 출입구에서 기다리면서 끝까지 보고 가시는 분들도 계시고요. 방송을 통해서 인지도가 올라가고, '일반 관객분들도 무용을 좋아할 수 있구나, 가능성이 있는 예술이구나' 느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 그럼 그동안은 공연을 어떻게 보여주고, 관람객은 어떻게 모았나요?
"사실 무용하는 분들끼리만, 교수님들이나 선배들한테 인정받기 위해서 경력을 쌓아가는 한 과정으로 공연을 여는 분위기가 없지 않았어요. 많은 관객을 위한 공연이라기보다는 자신의 경력을 올리기 위한 개인 작업 정도였죠. 예매사이트에 공연을 올리는 경우도 거의 없었어요. 사이트에서 수수료를 떼니까 개인적으로 '만원인데 할인해서 9천원이니까 오세요'라고 직접 티켓을 지인들에게 팔았죠. 근데 이제는 대중들이 티켓을 예매하고 매진되니까 그런 모든 것이 신세계였어요."

"춤에 관심 높아진 관객들의 평가, 성장하게 만들어"

 이루다

▲ 이루다 "공연을 본 관객들이 그 어떤 평론가의 평보다 더 직접적이고 솔직하고 느낀 그대로 말씀해주시니까 엄청난 피드백이 돼요. 다양한 관객들이 평을 해주고 '이런 부분은 아쉬웠다, 좋았다' 이야기 해주시니까 저희도 더 성장을 하게 돼요." ⓒ 이루다


- 갈라쇼 이후 하휘동과 김명규, 한선천과 의기투합해 D4U(Dance For You)라는 팀을 내놓고 스트리트 댄스와 발레, 현대무용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기존에 없던 신개념 댄스 공연을 기획해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들었어요.
"<댄싱9>의 MVP 하휘동씨, 블루윙즈 팀의 발레리노 김명규씨와 현대무용가 한선천씨 그리고 저, 이렇게 구성됐는데요. 다들 국제 콩쿠르나 세계대회에서 대상 받고 했던 친구들인데 안타깝게도 블루 팀이 우승을 못 해서 상금은 못 받았어요. 나중에 '베스트댄서들이 뭉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안 그러면 방송이 끝남과 동시에 사라질 것 같아서 제가 먼저 멤버들에게 공연을 하자고 제안을 해서 4명이 모였죠. '댄싱 포 유'의 줄임으로 D4U가 팀명이 되었어요.

관객분들을 위한, '당신을 위한 공연'이라는 뜻이니까 많은 분들이 쉽게 공감하고 즐길 수 있는 공연을 하자는 것이 저희의 모토입니다. D4U 멤버들은 방송 당시 문자투표율도 높았던 친구들이고, 세계적으로 실력도 인정받은 분들이라서 팬들도 많아요. 1월, 3월, 5월에 D4U 공연을 했는데 90% 이상 좌석이 다 찼었어요. 너무 신기했고 감사했어요."

- 공연을 본 관객들은 어떤 반응을 보였나요?
"관객들이 춤에 대한 지식을 쌓고 있는 중이었어요. 공연을 보고 나서 '그 장면은 이런 의미였나요?'라고 페이스북 메시지 등 SNS를 통해서 리뷰를 올려주더라고요. 그 어떤 평론가의 평보다 더 직접적이고 솔직하고 느낀 그대로 말씀해주시니까 엄청난 피드백이 돼요. 다양한 관객들이 평을 해주고 '이런 부분은 아쉬웠다, 좋았다' 이야기 해주시니까 저희도 더 성장을 하게 돼요."

"<댄싱9> 위해 숙소생활하며 강행군, 그보다 부담스러웠던 건..."

 이루다

▲ 이루다 "<댄싱9> 출연 제의를 받고 조금 망설여지기는 했지만 안 나가면 후회할 거 같았어요. 평생 춤을 췄는데 이런 데 나가서 한번쯤 나를 시험해 보기도 하고, 많은 사람들 앞에서 춤출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해서 결심을 했습니다." ⓒ 이루다


- 어떻게 <댄싱9>에 참여하게 됐나요?
"미국에 <유 캔 댄스>라는 댄스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있어요. 미국에서 가장 많은 활동을 하는 댄서들이 나와서 서바이벌 무대를 만드는 것이죠. 시즌별로 그 동영상을 보면서 우리나라에는 이런 프로그램이 안 생기나 했는데, Mnet에서 <댄싱9>을 제작한다는 소식을 들었죠.

조금 망설여지기는 했지만 안 나가면 후회할 거 같았어요.  평생 춤을 췄는데 이런 데 나가서 한번쯤 나를 시험해 보기도 하고, 많은 사람들 앞에서 춤출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해서 결심을 했습니다. 그동안 항상 친구나 가족들만 불러 놓고 공연을 하던 무용계의 시스템에 회의감이 들기도 했고요. 많은 사람들에게 인사를 드리고 싶었고 무용이 이런 매력을 가진 예술이라는 것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 레드윙즈 팀으로 최종 우승했는데. 상금은 얼마나 받았어요?
"총 상금 5억 중에 1억은 MVP에게 가요. 하휘동씨가 MVP였고요. 3억은 레드 팀의 갈라쇼 공연에 투자, 그리고 나머지 1억을 9명이서 나누는 것이었어요. 상금 받아서 어머니 아버지 선물을 하나씩 사서 드렸는데 정말 좋아해주셨어요. '고생했다'고 말씀해주셨고요."

- <댄싱9>에 출연하면서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이었나요?
"매주 한 명이 탈락하는 시스템이었고, 일주일에 2명이서 하는 작품 1개, 단체무 1개를 내놓아야 했죠. 일주일 안에 선곡과 안무, 의상과 노래 등을 결정해야했어요. 연습시간이 굉장히 부족했죠. 숙소 생활을 2개월 정도, 방송은 3개월 넘게 했는데, 1차부터 9차 생방송 무대까지 9개의 관문을 통과하기 위해 계속 숙소 생활을 하면서 준비하는 강행군을 했습니다.

그런 준비와 강행군보다 부담스러웠던 것은 생방송으로 실수하면 유튜브 등을 통해 평생 영상으로 남는다는 것이었어요. 또, 시청자들을 위해 만드는 작품이어야 해서 난해하거나 어려운 것보다는 많은 사람들이 아는 노래에 스토리가 확실히 보이는 작품에 맞춰서 안무를 짜는 것도 힘들었어요. 근데 지나고 나면 배운 게 더 많은 과정이었습니다."

"매일 느끼는 걸 쏟아내고 싶은 욕구, 춤으로 표현"

 이루다

▲ 이루다 "춤은 온몸으로 말을 하는 거예요. 가수나 연주자들도 훌륭한 아티스트로 존중하지만, 목소리나 연주 소리보다 손끝 발끝까지 온 에너지를 담아서 온몸으로 몸부림을 치는 그 감동의 매력을 한 번 알기 시작하면 그 어떤 예술보다 강한 인상을 받을 수 있는 게 춤이에요." ⓒ 이루다


- 안무가로도 무용계에서 실력이 높다고 들었어요.
"워낙 많은 움직임을 만들어내야 하는 게 현대무용이에요. 계속 시대에 맞춰서 안무가 되어야 하죠. 현대무용가는 창작 작업을 일상적으로 해요. 발레리나는 <백조의 호수> 등의 작품을 무대에 올리면 그걸 완벽히 소화해내기도 힘들기 때문에 안무할 기회는 없어요. 발레단을 나와서 새로운 것을 해보겠다고 작정을 하지 않는 이상 발레를 안무하는 분들은 많지가 않죠. 그래서 오히려 제가 해야 할 공연과 서야할 자리가 분명해졌어요. 현대발레는 국내 시장이 작으니까 안무 작업도 활발히 해야겠다는 생각입니다."

- 안무를 짤 때 영감은 어디서 얻나요.
"음악에서 영감을 많이 받아요. 카페에서 음악을 딱 들었을 때 이런 춤을 추면 좋겠다고 생각을 하죠. 아니면 영화나 해외 아트필름, 단편영화 등을 통해서 그 작품 속 장면을 통해서 영감을 얻기도 하고, 유명 사진가의 사진이나 그림을 보면서도 영감을 얻죠. 그림 속 한 여자의 서 있는 뒷모습이 있다면 거기서부터 작품이 시작될 수 있습니다."

- 그 안무를 어떻게 기록하죠?
"처음 생각했던 초안으로 움직여보고 음악에 맞추어보면서 더 깊게 그 장면을 파고들어요. 감정을 더 끌어 올리다보면 초안과는 또 다른 전혀 새로운 게 나와 있죠. 그 모습을 영상으로 찍어둬요. 외장하드가 꽉 찰 정도로 그렇게 움직임을 담은 영상들이 많이 있어요."

- 춤을 추는 즐거움이란?
"다른 사람도 다 그렇지만 저도 매일을 살면서 느끼는 게 너무 많아요. 어느 장소에 가든, 누굴 만나든, 심지어 버스를 타든, 또 예능을 보거나 어떤 지나가는 사람을 볼 때 '저 사람의 삶은 어떨까'는 의문점도 생기고요. 실제로 가까운 지인들과의 대인관계에 있어서도 기대와 실망, 실수와 회복 등 그런 사소한 감정을 통해서도 많이 배워요. 매일 느끼는 것들을 쏟아내고 싶고, 풀어내고 싶고, 표현하고자 하는 욕구를 춤으로, 몸으로, 땀을 흘리면서 표현하는 거죠.

내가 느낀 것을 몸으로 풀어낼 때 쾌감이 있어요. 생각하지 않고 춤을 추고 나면 모든 게 깨끗해지는 느낌이죠. 땀을 흘리면서 건강하게 몸으로 움직이고 있으니까 이것만으로도 행복하고 카타르시스를 전해주는 것 같아요. 어릴 때부터 고민이 있을 때 친구들한테 가서 고민상담을 하기보다 음악을 틀어넣고 몸을 풀고 움직이고 싶은 대로 편하게 움직이는 게 저에게는 치유법이 되었어요."

- 아직까지 무용 공연을 본 적이 없는 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춤은 온몸으로 말을 하는 거예요. 가수나 연주자들도 훌륭한 아티스트로 존중하지만, 목소리나 연주 소리보다 손끝 발끝까지 온 에너지를 담아서 온몸으로 몸부림을 치는 그 감동의 매력을 한 번 알기 시작하면 그 어떤 예술보다 강한 인상을 받을 수 있는 게 춤이에요. 무용 자체를 어렵게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느끼는 대로 편하게 받아들이는 게 감상하는데 부담이 덜 할 것 같아요. 댄서가 모든 시간을 바쳐서 훈련해 온 신체의 근육, 미세한 움직임과 연기, 그걸 편안하게 시각적으로 받아들이시면 분명히 감동할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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