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사고 이후 결방됐던 KBS 2TV <개그콘서트>가 지난 25일 6주 만에 방송을 재개했다.

세월호 사고 이후 결방됐던 KBS 2TV <개그콘서트>가 지난 25일 6주 만에 방송을 재개했다. ⓒ kbs


KBS 2TV <개그콘서트>가 지난 25일, 6주 만에 방송 재개를 했다. 세월호 사고 이후 결방됐던 예능 프로그램 중에서 가장 뒤늦게 전파를 탄 것이다.

MBC <아빠 어디가>와 <진짜 사나이>가 조심스럽게 방송을 시작했을 때도, <런닝맨>과 <무한도전>이 눈치를 보며 기지개를 폈을 때도, 침묵의 시간을 보냈다. 이 때쯤이면 예능 프로그램을 내보내도 괜찮겠다 생각한 이들도 있었지만, <개그콘서트>는 이에 동조하지 않았다. 포복절도할 웃음을 전달하기에는 아직은 이른 감이 있다고 여긴 것이다.

세월호 관련 뉴스는 전보다 많이 줄었다. 여전히 실종자는 16명이 남아있고, 수색작업이 한창이긴 하지만, 지상파 3사가 앞 다투어 수색 현황을 방송하고 있지는 않다. 안타까운 일이긴 하지만, 사고 한 달 여가 지난 시점에서 본래의 편성표대로 가는 것 또한 방송사의 의무라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거리 곳곳에 노란 리본의 행렬은 끊이지 않고 있으며, 애도의 촛불집회는 매일 펼쳐지고 있다. 그런다고 해서 이미 벌어진 참사를 되돌릴 수 있는 것도, 희생자가 다시 살아 돌아오는 것도 아니지만, 국민들의 마음은 세월호로 인해 고통을 받은 사람들의 곁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미안하다는 뜻을, 잊지 않겠다는 뜻을 끊임없이 전하고 있는 것일 테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으로 위안이 되고자"

<개그콘서트>는 25일 방송 시작 전 애도의 뜻을 표했다. 모든 출연진이 검정색 정장에 노란 리본을 가슴에 달았고, 다소 무거운 표정과 겸허한 자세로 줄을 맞춰 서 있었다. <개그콘서트>의 수장들이자 대선배인 김대희, 박성호, 김준호가 맨 앞줄에 서 있었으며, 이들은 차례대로 세월호 참사를 대하는 출연진들의 마음을 전했다.

"세월호 침몰은 믿고 싶지 않은 사고였습니다. 국민 모두가 가슴 아파했고, 그 슬픔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국민들과 함께 애도할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김대희)

"과연 세상에 어떤 말이 위로가 될까요. 저도 아이를 기르는 아버지입니다. 이번 사고로 인해 그 누구보다도 고통 받았을 희생자와 유가족 여러분들께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애도를 표합니다." (박성호)

"사고 현장에서 사고 수습 과정에서 그리고 지금까지도 헌신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분들이 있습니다. 이분들에게서 아직 대한민국의 희망을 봅니다. 그리고 이제는 저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으로 시청자 여러분께 위안이 되고자 합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바라지 않기를 바라며 끝으로 희생자 분들의 명복을 빕니다." (김준호)

 가슴에 노란 리본을 달고 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모한 <개그콘서트>의 김준호와 개그맨들.

가슴에 노란 리본을 달고 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모한 <개그콘서트>의 김준호와 개그맨들. ⓒ kbs


김대희, 박성호, 김준호가 전한 말들은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희생자들과 유가족들에게 전했던 것들이었다. 새로울 것이 없었으며 남다르게 느껴지지도 않았다. 그러나 그들이 애도의 뜻을 전한 시점을 생각해 볼 때 이는 누구보다도 속 깊은 마음이 전달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드라마뿐만 아니라 모든 예능 프로그램이 방송을 시작할 때도 결방을 결정한 <개그콘서트>였다. 동시간대 시청률 1위의 프로그램임에도, 시청자들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그들은 가장 늦게 방송 재개를 했다. 충분히 애도의 시간을 보낸 것도 모자라 모든 출연진이 숙연히 고개를 숙인 채 말이다.

여전히 무언가가 미안했는지 방송이 나가기 전 '본 방송은 지난 4월에 녹화되었습니다'라는 자막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평소 웃음을 전달해 사람들을 기쁘게 해주는 개그맨들이 참사가 터지면 죄인이 되어버리고 마는 상황을 단편적으로 보여준 자막이 아닌가 싶었다.

이번 주 <개그콘서트>는 변함없이 유쾌한 웃음을 전해줬다. '깐죽거리 잔혹사' '취해서 온 그대' '황해' '끝사랑' '뿜 엔터테인먼트' 등의 인기 코너는 그리웠던 만큼 흥겨웠고 즐거웠다. 시청자들에게 엔도르핀을 생성하게 하는 유쾌한 프로그램임을 다시금 실감케 했다.

그리고 가장 속 깊은 예능 프로그램이라는 생각도 들게 했다. 세월호 참사를 조금씩 잊어가는 시점에서 이 슬픔을 잊지 말자고, 다시는 이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한 번 더 각인시켜주는 그들의 애도가 가슴 깊이 파고들었다. 이제 그들의 말 대로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으로 대한민국을 위로해 주기를, 또한 그만 고개를 숙이고 밝은 모습으로 본분에 충실해 주었으면 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기자의 개인블로그(DUAI의 연예토픽),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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