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방송된 MBC <무한도전> '선택 2014'의 한 장면.

10일 방송된 MBC <무한도전> '선택 2014'의 한 장면. ⓒ MBC


대한민국에서 가장 반향이 큰 프로그램을 하나 고르라면, 두말할 나위 없이 MBC <무한도전>을 선택할 것이다. 프로그램 몰입도가 큰 것은 물론이거니와, 작품 하나하나의 내용들이 SNS 등을 통해 확대 재생산되고, 엄청나게 많은 관련 기사들이 쏟아져 나온다. 그 영향력과 파괴력은 현재 대한민국 최고라고 볼 수 있다.

이런 이유로 <무한도전>은 하나하나가 조심스러운 방송이다. 다른 어떤 방송보다 보는 눈이 많다는 것은 <무한도전> 안에서 좋지 않은 모습이 방영됐을 때, 그것이 너무나 빠르게 문제가 되고, 비난과 비판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주머니에 손 넣고 대화하는 모습이 논란이 됐을 정도니, 최대한 논란을 피하고 싶을 제작자들의 고충과 고민이 얼마나 클지는 명확하다.

<무한도전>은 6.4 지방선거에 앞서 차세대 리더를 뽑는 '선택 2014' 특집을 마련했다. 지난 10일 방송에서 출연자들은 추격전을 펼친다는 이야기를 듣고, 차를 몰아 나갔다. 하지만 사실 이것은 '후보자 검증'을 위한 몰래카메라였다. 스쿨존을 얼마나 잘 지키는지 확인해 보고자 하는 의도였다. 안타깝게도 모든 후보들은 스쿨존 규정 속도인 시속 30km를 넘어 주행한다.

스쿨존 못 지키고 변명하는 후보들, 기득권층 닮았다

평상시의 <무한도전>이라면 이런 내용이 방송됐을 때, 뒤따라 올 반향에 대해서 충분히 예측해 볼 수 있다. 사람들은 스쿨존을 지키지 않은 멤버들을 비난하고, 논란을 확대 재생산할 것이며, 때를 기다리던 <무한도전> 안티들은 활발히 욕할 것이다. 동시에 일부 기사들은 이 논란을 더욱 확대해서 <무한도전>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만들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뻔히 눈에 보이는 후폭풍을 생각해보면, 너무나 위험한 시도였음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어째서, 이렇게 위험한 후보자 검증 방식을 밀어붙였을까? 여기부터는 제작진의 의도를 그저 자의적으로 해석한 결과일 뿐이므로, 100% 그렇다 장담할 순 없다. 하지만 분명히 그 안에는 정치와 정치인, 그리고 현재의 모습에 대한 풍자가 들어있다.

후보가 된 멤버들 즉, 정치인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차를 빠르게 몰아갔다. 그리고 결국 아이들을 지키기 위한 스쿨존을 보지 못하거나 봤음에도 아이들을 지키지 못했다. 추격전에서 앞서기 위해 아이들을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은 지금 대한민국의 기득권층이 보여주는 모습과 하등 다르지 않다.

심지어는 스쿨존을 위반한 후에 나오는 변명들도 현재를 신랄하게 비판한다. '추격전의 재미'때문이라는 식으로 다른 핑계를 대거나, '스쿨존을 봤고 속도를 늦췄지만 조금 넘었다'는 식으로 자신의 잘못을 물타기 하거나 심지어는 자기보다 더 빠른 속도로 주행한 후보가 나오자 '박장대소'를 하며 기뻐한다. 모두 기존 정치판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모습들임에 분명하다.

즉, <무한도전>은 상당한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이 후보자 검증 방식을 채택했고, 이를 통해 분명한 메시지를 보낸다. 그 메시지는 지금 대한민국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며, 동시에 투표를 통해서 이를 바꾸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고 말한다. 그렇게 <무한도전> '선택 2014'는 방송으로서 더 옳은 세상을 위한 최대한의 노력을 하고 있다. 웃음을 통해 투표를 적극적으로 독려하는 것이다.

제작진과 출연진에게는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지만, <무한도전>은 자신의 방식으로 무모한 도전을 계속 해 나가고 있는 중으로 보인다. 그들의 열정과 고민과 그리고 용기가 대단하게 느껴지는 것은 지금의 대한민국에서 이 같은 일이 얼마나 필요한지, 그리고 너무나 힘든지를 명확하게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의 도전을 응원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박지종 시민기자의 개인블로그(http://trjsee.tistory.com/),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무한도전 선거 공약 김태호 유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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