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무한도전>의 멤버들이 '선택 2014'라는 제목으로 향후 10년을 책임질 리더가 되기 위해 선거운동을 펼치고 있다. 각종 기상천외한 선거 전략을 내세운 가운데, 멤버들은 좌충우돌하며 목표를 향해 돌진하고 있다.

시청자들의 하인을 자처하는 유재석, MBC의 성골임을 주장하며 원로 개그맨을 동원하는 박명수, 지인들로 튼실한 선거캠프를 구성한 정준하, 아이돌로 젊은 층을 공략하는 정형돈, 시청자들을 부모로 모신다는 노홍철, 의리로 표심을 잡으려는 하하. 그런데 모든 상황들, 이게 왠지 낯설지가 않다.

<무한도전>이 던지는 화두, 우리는 모두 고대의 필경사들이 된다

'무한도전' 표를 얻기 위해 목욕탕을 찾은 유재석 후보의 모습.

▲ '무한도전' 표를 얻기 위해 목욕탕을 찾은 유재석 후보의 모습. ⓒ MBC


'설형문자'라는 것이 있다. '쐐기문자'라고도 하는데, 기원전 3000년경부터 메소포타미아를 중심으로 고대 오리엔트 지역에서 널리 쓰였던 문자였다. 당시 문자를 읽고 쓰는 일은 기호를 쓸 줄 알고 문맥에 따라 달라지는 의미를 모두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만 가능한 일종의 기술이었다고 한다. 

당시의 필경사들은 독립된 계급을 형성했고, 글자를 모르는 권력자들, 때로는 왕보다도 더 강력한 권력을 휘둘렀다고 한다. 그렇지만 위의 기호들의 '의미'란 아마도 절대적인 정의를 갖지는 못했을 것이라 유추할 수 있다. 때로는 지극히 편향됐거나, 또 때로는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의 해석도 난무하지 않았을까 여겨지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 시대라고 그때와 크게 다르지는 않은 것 같다. 같은 것을 보고 듣는다 하더라도 전혀 상반된 방향으로 해석되거나 정의되는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을 긍정적이며 발전적인 것으로 애써 생각해본다면, 그리 비관적인 일은 아닐 수도 있다. 그로인해 다양한 의견들이 도출될 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MBC <무한도전>이 매주 우리에게 던지는 생각거리는 매우 고마운 것이 아닐 수 없다. 이 예능의 기꺼운 점은 늘 '해석하기 나름', '생각하기 나름'의 미션 수행 과정을 보여준다는 것인데, 특히 10일 방송된 '선택 2014'는 매우 다양하게 곁가지를 칠 수 있는 뒷얘기거리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정점을 찍었다고 할 수 있다.

결국 좋은 공약, 양심과 도덕성이 승리하기를

'무한도전' 정준하 후보는 한 보험 광고를 패러디하여 눈길을 끌었다.

▲ '무한도전' 정준하 후보는 한 보험 광고를 패러디하여 눈길을 끌었다. ⓒ MBC


멤버들은 현재 각자의 위치에서 각각의 캐릭터에 걸맞거나 혹은 반하는 방법으로 표를 모으기 위해 힘쓰고 있다. 완성된 선거 영상의 훈훈함에 견주어 메이킹 필름 속의 때로 안이하거나 위선적으로 보이기도 하는 모습에는 자연스레 실소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그들의 선거운동 모습에는 때로 우리가 흔히 보아왔던 기존 정치인들의 행태가 언뜻언뜻 비춰지기도 한다. 우리가 웃을 수 있는 것은 그렇게 오버랩되는 이미지들 덕분이기도 하다. 평소 무소불위로 보이는 것들이 희화화되고 패러디되는 순간처럼 흥미롭고 흥분되는 것이 또 있을까.

그러나 그 모든 것은 사실 아무런 일도 아니고, 그 어떤 의도도 없을 수도 있다. 멤버들은 그저 차세대 리더가 되기 위해 노력할 뿐이고, 그들의 선거 운동에서의 각종 행태는 사실 특출한 것이 아니라 이 세상에 만연한 것 중의 몇 몇 사례일 뿐, 그리 대단할 것도, 별다른 것이 아닐 수도 있으니까.

그런데 그렇게 아무런 의도도, 노림수도 없을 수 있는 멤버들의 행동이 세상 모난 구석의 특정한 것들에 자연스레 대입된다는 것. 그리 생각하니 조금 씁쓸해지기는 한다. 하지만 꼭 그렇게 생각하며 <무한도전>을 시청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이 예능은 아무 생각 없이 그저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마냥 웃을 수 있으니까. 모든 것은 그저 '생각하기 나름'이고 '해석하기 나름'이니 말이다.

이제부터 우리는 그저 좋은 공약을 내세운 실리적, 혹은 최대한의 양심과 도덕성을 갖춘 멤버가 승리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즐겁게 <무한도전>을 시청하면 될 일이다.

무한도전 선택 2014 유재석 박명수 정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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