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별곡> 에서 이순재와 친구인 최씨를 연기하는 남문철

▲ <사랑별곡> 에서 이순재와 친구인 최씨를 연기하는 남문철 ⓒ 연극열전


연극 <사랑별곡>에서 배우 남문철이 연기하는 최씨는 이순재가 연기하는 박씨와 친구 사이다. 아버지보다 많은 나이의 배우에게 반말을 해야 해서 곤혹스럽다고 한다.

남문철은 첫 장면에서 연극에 필요한 정보를 무대에 쭉 깔아놓는다. 그리고는 마지막에 주인공이 할 말을 최씨가 다 하는데, 그 대사가 주옥같이 맛깔스럽다. 최근 SBS 드라마 <쓰리 데이즈>에도 출연하며 얼굴을 알리고 있는 남문철을 만났다.

- 최씨 배역의 비중이 작아서 서운하지는 않는가.
"비중이 작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마지막 장면에서 주옥같은 대사는 주인공이 아니라 최씨만 한다. '낮 동안 담아놓은 볕으로 남은 빈 나절 그냥 놓아주고 살아' '일평생 살 부비고 산 사람, 보고 먹고 입고 싸는 곳곳이 다일 텐데'처럼 배우라면 탐낼 만한 대사가 많다."

- 순자(고두심 분)는 자기 때문에 불구가 된 김씨를 한평생 마음에 품고 산다. <사랑별곡>이 관객에게 주는 시의성이나 메시지가 있다면.
"특별한 메시지를 제공하기보다는 할아버지, 할머니의 로맨스라고 생각했다. 마지막까지 첫사랑을 잊지 못하고, 떠난 사랑을 놓지 않고 끝까지 잡는다는 이야기가 단순히 어른들만의 이야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젊은이의 사랑과 열정에 뒤지지 않는 사랑 이야기다. 늙으면 사랑이 희석되는 게 아니다. 지독한 사랑을 하지만 표현하지 않는다. 기성세대의 감춰진 사랑을 꺼내놓으면 요즘 젊은이들처럼 쉽게 사랑하고 쉽게 헤어지는 사랑과는 비교할 수 없다."

"장구 배우러 갔다가...20여 년동안 연기하고 있네"

<사랑별곡> 남문철 "영화감독이나 카메라 감독이 되고 싶었다. 친구 소개로 장구를 배우러 갔다. 거기가 극단인 줄 몰랐다. 배우고 나니 '목소리를 내 줄 수 있느냐'는 부탁을 받고 시작한 연기가 지금까지 왔다."

▲ <사랑별곡> 남문철 "영화감독이나 카메라 감독이 되고 싶었다. 친구 소개로 장구를 배우러 갔다. 거기가 극단인 줄 몰랐다. 배우고 나니 '목소리를 내 줄 수 있느냐'는 부탁을 받고 시작한 연기가 지금까지 왔다." ⓒ 연극열전



- 이순재씨, 고두심씨처럼 대선배와 같이 공연하다 보니 중압감도 심할 텐데.

"중압감 정도가 아니라 죽을 것만 같다. 대선배님들과 공연한다는 게 영광이고 배울 점이 많다. 하지만 문제는 이순재 선생님과 친구로 나온다는 거다. 제 나이가 40대지만 이순재 선생님은 80대다. 아버지보다 연배가 많은 대선배님에게 말을 놓아야 한다. 말만 놓으면 다행이다. 설정이 친구다 보니 가끔은 욕설 비슷한 것도 해야 한다. 요즘은 좀 나아졌지만 다른 사람이 보면 제가 겁을 먹고 있는 게 보인다고 한다."

- 배울 점이 많다고 했다. 공연하는 선배들을 통해 배울 점이란.
"서현철 선배는 아무리 모방하려고 해도 모방할 수 없는 리얼리티가 있다. 무대에서 진짜로 보이는 리얼리티를 연기할 줄 안다. 고두심 선생님은 대사만 해도 눈물이 난다. 감정을 담고 사는 분 같다. 이순재 선생님은 분석력이 철두철미하다. 제 아버지보다도 연세가 많지만 대본을 금방 외우신다. 대본에서 배우가 생각해야 할 부분과 놓치고 간 부분을 하나 하나 짚어주신다. 저보다 연세가 두 배 많으시지만 연기는 몇 배 더 잘하신다."

- 연기를 업으로 삼은 이유는.
"영화감독이나 카메라 감독이 되고 싶었다. 친구 소개로 장구를 배우러 갔다. 거기가 극단인 줄 몰랐다. 배우고 나니 '목소리를 내 줄 수 있느냐'는 부탁을 받고 시작한 연기가 지금까지 왔다. 사실 성우의 꿈도 있었다. 어릴 적 만화영화를 너무 좋아해서 더빙을 해보고 싶었다.

투니버스(애니메이션 채널)가 처음 생길 때 성우 오디션을 보라는 연락도 받았다. 성우도 쉬운 일은 아니다. 아는 분 중에 뽀로로 목소리를 내는 성우가 있다. 제 조카에게 전화 한 번만 해달라는 부탁을 드리고 뽀로로 목소리를 내는 성우와 조카가 통화를 하는데 조카가 전화기를 놓지 못하더라. 뽀로로가 직접 전화해서 조카가 푹 빠진 거다."

ⓒ 연극열전


- 성우가 아무나 할 수 없는 것처럼 배우도 아무나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생각하는 것과 달리 배우는 내성적인 이들이 많다. 객석이 깜깜해서 무대에 설 수 있는 것이지, 만일 객석이 환하면 관객의 얼굴이 다 보여서 주눅 들어 제대로 연기하지 못할 수도 있을 정도로 낯가림이 심한 배우들도 있다."

- 연기를 20여 년 동안 해왔다. 우여곡절도 있었을 텐데.
"연극만 해서 먹고 산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드라마와 영화를 하지 않았으면 아마 결혼도 어려웠을 거다. 결혼할 때 제 자취방에 살림을 차려야 했다. 전보다 500만 원이 오른 집세를 내러 갔더니, 집주인이 하는 말이 다른 집 시세가 많이 올라서 2500만 원을 더 내라고 하더라. 저 혼자면 방 빼고 나오면 된다. 하지만 신혼 살림을 자취방 안에 차린 상태라 하늘이 무너지는 심정이었다. 당시 비가 오는 날이었다. 핸드폰이 뜨거워질 때까지 결혼할 여자친구와 울며 통화했다. 당시 '연극을 계속 할 것인가, 뭘 해도 이보다는 나은 생활을 하지 않을까' 하는 고민이 많았다."

- 드라마 <쓰리 데이즈>에도 얼굴을 보였다.
"신경수 PD와 아침드라마에서 함께 작업한 인연으로 참여했다. 작년 9월에 섭외됐다. 드라마를 촬영하는 SBS가 자전거 타고 왔다 갔다 할 정도로 가까웠다. 작가님이 저를 좋게 보셔서 잊을 만하면 배역을 다시 넣어주셨다. 전에는 일주일에 두 방영분을 만들어야 해서 촉박하게 돌아갔지만 세월호 사고로 전처럼 바쁘게 돌아가지는 않는다."

사랑별곡 남문철 이순재 고두심 쓰리 데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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