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사고에 대한 국민적 애도가 이어지면서 4월과 5월에 개최되는 국내 영화제들도 잇따라 행사 축소를 발표하고 있다. 영화제의 백미라 할 수 있는 배우들의 레드카펫 행사는 대부분 취소하기로 했고, 개폐막 리셉션과 영화제 기간 중에 빈번하게 열리는 각종 파티들도 취소됐다.

공연 행사들은 축소되지만 영화 상영과 관련된 프로그램들은 예정대로 진행될 예정이라, 어느 때보다 차분한 영화제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일부 영화제는 개폐막식에서 희생자들에 대한 추도 순서도 예정하는 등 축제 분위기를 최대한 자제한다는 방침이다.

[부산국제단편영화제] 레드카펫 및 파티 모두 취소, 시상식 꽃다발 생략

 31회 부산국제단편영화제 포스터

31회 부산국제단편영화제 포스터 ⓒ 부산국제단편영화제


오는 25일 개막하는 31회 부산국제단편영화제는 개폐막식 레드카펫과 리셉션을 모두 취소했다. 개막식은 간단한 개막공연과 개막작 상영으로 단출하게 이뤄지며, 세월호 여객선 침몰 희생자를 위한 애도의 시간도 가질 예정이다. 영화제 측은 올해 행사 주빈국인 '스페인의 밤' 파티와 '단편영화인의 밤' 파티 역시 함께 취소했다며 올해는 차분하고 진중하게 행사를 치를 계획이라고 밝혔다.

부산국제단편영화제는 국내에서 가장 역사가 오래된 단편영화제로 1980년 '한국단편영화제'라는 이름을 달고 출범한 이래 꾸준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몇 해 전부터 주빈국 프로그램을 운영해 특정 국가의 작품을 소개하고 있는 데, 프랑스와 중국에 이어 올해는 스페인을 선정했다. 스페인의 대표적인 단편영화제 두 곳과 함께 준비한 작품들을 공개한다.

올해 영화제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프로그램 중 하나는 '오버하우젠 선언 특별전'이다.  1962년 세계 3대 단편영화제 중 하나인 독일 오버하우젠단편영화제에서 26명의 젊은 영화인들이 "아버지의 영화는 죽었다. 우리는 새로운 영화, 자유를 원한다"고 선언하며 뉴저먼시네마(New German Cinema)의 시대를 알렸는데, 이들 감독들의 단편을 한데 모았다.

칸, 베를린, 베니스, 로카르노, 로테르담 등 세계 유수 영화제 수상작들을 모아 세계단편영화 종합선물세트도 구성한 것도 특징 중 하나다. 경쟁영화제인 부산국제단편영화제는 32개국 56편의 영화가 9개 부문의 수상을 놓고 겨루는데, 세월호 추모 분위기에 동참해 29일 열릴 폐막식 겸 시상식은 꽃다발 및 축하 인사 없이 진행 될 예정이다.

[전주국제영화제] 관객 파티 취소, 거리공연은 대부분 안 하기로

 15회 전주국제영화제 포스터

15회 전주국제영화제 포스터 ⓒ 전주국제영화제


5월 1일 개막하는 전주국제영화제 역시 올해 개막식 레드카펫과 개막 리셉션을 취소했다. 대표적인 관객 프로그램인 관객 파티도 열지 않기로 했으며, 거리 공연 또한 예정했던 20개 팀의 31회 공연을 취소하고 3회 정도의 공연만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한다.

또한 영화 상영 전 트는 트레일러 필름에는 추모 메시지를 포함시켜 영화제를 찾은 관객들과 함께 애도의 마음을 나누겠다고 밝혔다. 세월호 애도에 동참하며 축제 대신 영화에 집중하는 것으로 방향을 바꿔 이전과는 다른 모습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영화제에 대한 관심은 높은 분위기다. 개막작은 예매 당일 2분 9초 만에 모두 매진됐고, 일반상영작 역시 예매 첫날 110회 차의 표가 동났다. 지난해 첫날 57회 차가 매진되 것과 비교하면 2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26편의 작품은 전회 상영이 매진되며 영화제 열기는 달아오르고 있는 중이다.

한국 독립영화들을 중심으로 다양한 중남미 영화들을 포진시킨 게 관객들의 초반 관심을 끄는 데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축제 관련 행사는 대폭 줄였으나 전주영화제를 찾는 일반 관객들이 주로 영화에 집중한다는 점에서, 예년에 비해 조용한 영화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환경영화제] 홍보 활동 자제 중, 페스티벌 표현 놓고 고심 중

 5월 8일 개막하는 서울환경영화제

5월 8일 개막하는 서울환경영화제 ⓒ 서울환경영화제


5월 8일 개막하는 서울환경영화제도 차분하게 행사를 치르기 위해 고심 중이다. 환경영화제 관계자는 "세월호 추모에 동참하는 마음으로 우선 영화제와 관련한 홍보를 잠시 자제하고 있다"며 "대외적인 명칭에 들어가 있는 '서울 그린페스티벌'이라는 표현 중에서 축제를 뜻하는 페스티벌 명칭을 바꾸거나 빼는 방안도 생각해 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서울환경영화제는 환경재단의 서울 그린페스티벌 행사 중 하나로 개최되고 있다.

서울환경영화제는 레드카펫 대신 그린카펫을 통해 내빈들이 입장하는 것이 다른 영화제들과 차이인데, 세월호 애도 분위기가 이어질 경우 일부 변동이 생길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한편 환경에 대한 문제들이 잇달아 불거지면서 환경영화제에 대한 관심 또한 해마다 높아지고 있다. 가까이는 4대강을 비롯해 원전, 물, 각종 오염 등 사회적 이슈가 되는 사안들을 다룬 영화들을 꾸준히 소개하고 있다.

이번 영화제 출품작들 역시도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벌목, 밀양송전탑 반대 투쟁. 두물머리 팔당 농민들의 4대강 사업 반대 운동을 다룬 영화들이 준비돼 있다. 허철 감독의 <미라클 여행기>는 제주 강정마을에 책을 기증하기 위해 배를 타고 가는 여정을 담은 다큐인데, 이번에 침몰한 세월호는 강정마을로의 책 운반 당시 운송 수단으로 이용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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